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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 5년간 1000억 규모 치즈 수출…국내기업 최초"
유제품 제조 강소기업 '데어리젠'
고영웅 대표 "직원들과 함께 잘 사는 기업 꿈꿔"
2018-07-29 12:00:00 2018-07-29 17:08:58
[뉴스토마토 이우찬 기자] 지난 26일 오후 찾은 강원도 원주 문막읍에 있는 '데어리젠' 제1공장 포장실. 유산균을 생산하는 곳에는 일반인 출입이 허용되지 않지만 포장실은 위생복을 입으면 들어갈 수 있다고 한다. 레일을 타고 쉴 새 없이 '맛단지' 바나나우유가 소비자를 만나기 전 마지막 단계를 거치고 있었다. 레일을 타고 이동하면 포장지 스티커로 옷을 입고, 검수 직원의 눈을 통과한 뒤 박스에 담긴다. 포장지 테이핑이 잘 안 돼 있거나, 유통기한 표시가 잘못돼 있는 제품 등 불량품을 검수 직원이 직접 확인한다. 서울우유 OEM으로 생산되는 '맛단지'는 강소기업 '데어리젠'이 만든다. 방현욱 생산1팀장은 "1공장인 문막공장에서 생산되는 70%가 OEM으로 시장에 나간다"며 "서울우유, 도미노피자, 미스터피자, 이마트 노브랜드 등에 납품된다"고 설명했다.
 
1999년 설립된 데어리젠(DAIRYZEN)은 유제품 전문 제조기업이다. 치즈 전문기업으로 출발해 우유, 요구르트, 아이스크림 등도 만들고 있다. 서울우유·맥도날드·GS25·도미노피자 등 유명 식품 기업에 OEM으로 납품할 뿐만 아니라 '끌레베르(Cletvelle)'라는 자체 브랜드도 있다. 끌레베르의 경우 찢어 먹는 스트링치즈, 발라먹는 크림치즈, 치즈스틱 등 제품군이 다양하다.
 
데어리젠은 최근 의미 있는 성과를 얻었다. 치즈 변방국인 중국에 국내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데어리젠이 진출한다. 고영웅 데어리젠 대표는 "중국 이리유업과 5년 1000억원 규모의 치즈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치즈 수출은 국내서 데어리젠이 처음"이라며 "이리유업이 치즈사업에 진출하면서 국내 대기업 등 접촉하지 않은 곳이 없는데, 우리와 손을 잡은 건 김구현 부사장의 치즈 기술력 덕분"이라고 말했다. 이리유업은 연 매출 10조원 규모로 중국의 3대 유가공 업체 중 한곳이다. 데어리젠은 중국 유통회사인 베네피큐(BenefiQ)와는 3년 350억원 규모의 계약도 맺었다. 이곳에는 데어리젠의 브랜드로 제품이 공급된다.
 
강원도 원주 문막읍에 있는 데어리젠 제1공장. 사진=이노비즈협회
 
최근 '오메가 우유'를 출시한 데어리젠은 현재 유통채널을 모색 중이다. 오메가 3과 오메가 6의 최적 비율로 알려진 1:4 이하인 우유로 혈관질환 개선, 면역력·피부 탄력 증가 등의 효과가 있는 제품이다. 고 대표는 "충주에 있는 농업회사법인 '그린그래스'가 개발한 사료를 먹인 젖소에서 나온 우유를 계약재배를 통해 데어리젠이 수급한다"며 "오메가 우유를 시장에 안착하게 하는 것도 올해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데어리젠은 문막공장, 흥업공장을 잇는 제3공장 준공을 추진 중이다. 제2공장인 흥업공장의 3배 크기인 1만6500제곱미터(약 5000평) 규모의 땅도 매입했다. 문막공장은 우유·발효유, 흥업공장이 치즈·요구르트, 제3공장은 멸균우유가 주력 생산제품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유제품 제조기업 데어리젠은 서울우유·맥도날드·GS25·도미노피자 등 유명 식품 기업에 OEM으로 납품할뿐만 아니라 '끌레베르(Cletvelle)'라는 자체 브랜드도 보유하고 있다. 사진=이노비즈협회
 
데어리젠을 이끄는 고영웅 대표는 대우그룹 기획조정실 출신이다. 크라운제과그룹으로 이직한 뒤 IMF 외환위기를 맞닥뜨렸고, 회사를 나와 크라운제과에서 일했던 7명과 1999년 치즈 사업에 뛰어들었다. 사업은 성공과 실패를 겪으며 연매출 383억원(2017년 기준)인 현재까지 왔다. 2002년 매출 5억원에 불과했던 데어리젠은 2003년 도미노피자와 협업으로 액상 타입의 '까망베르 치즈'를 만들어 히트를 쳤다. 매출은 20억원을 훌쩍 넘겼다. 다품종 소량생산 시대로 접어들면서 국내 유가공 대기업들이 협력사를 많이 찾게 됐고, 기술력이 있는 데어리젠에 러브콜이 쏟아졌다. 특히 '서울우유'와 손을 잡은 뒤 출시된 무지방 우유가 화룡정점이었다. 2008년 11월 하루에 3000병으로 시작해, 3만병, 4만병으로 하루 판매량이 상승 곡선을 그렸다. 2006년부터 3년가량 서울우유 OEM으로 내놓은 요구르트 신제품 사업이 거듭 실패하며 위기를 겪었지만, 이를 단숨에 극복한 순간이었다.
 
고 대표는 외형적 성장만 이루는 것이 아니라 직원들이 사랑하는 회사가 되기를 꿈꾼다. 경기 상황이 좋지 않았지만 직원들과의 약속을 지킨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회사는 지난해 초만 해도 경기상황이 나아질 거라 판단하고 올해 매출 500억원을 목표로 잡고 직원들에게 해외여행을 공약했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 이후 올해까지 경기가 악화돼 상황이 녹록치는 않았다. 약속은 약속, 지난 3~4월 전 직원은 여행선물을 받았다. 장기 근속자는 해외로, 신입사원 등은 제주도로 떠났다. 고 대표와 부사장은 제외됐다. 고 대표는 "이익이 남으면 직원들과 성과공유를 하려고 노력 중"이라며 "궁극적으로 종업원 지주회사도 생각하고 있다. 직원들이 잘 살고, 직원들이 회사에서 놀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회사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고영웅 데어리젠 대표. 사진=이노비즈협회
 
이우찬 기자 iamrainshin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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