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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아란 기자의 좌충우돌 가상화폐 투자기)⑦ 비트코인으로 여름휴가 갈 수 있을까
익스피디아·고투몰, 암호화폐 결제시스템 도입…실효성은 떨어져
암호화폐 평균 수익률 -9.7%…제도화 기대감에 비트코인 회복세
2018-08-01 08:00:00 2018-08-01 08:00:00
[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직장인들이 일년 중 가장 고대하는 기간은 단연 ‘여름휴가’다. 눈치 보지 않고 오롯이 쉴 수 있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오는 8월 말 휴가를 앞둔 기자 또한 휴가 시즌을 맞아 잘 먹고 잘 쉴 수 있는 방안을 찾는 데 혈안이 됐다.
 
최종 선택한 휴가지는 신들의 섬, 발리.
 
해외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항공권과 숙소를 정하느라 여러 대행 사이트를 뒤적이다 재미있는 것을 발견했다. 글로벌 여행 웹사이트인 ‘익스피디아’의 결제 수단 중에 비트코인이 있었던 것이다.
 
실제 결제가 가능할까 싶어 찾아봤지만, 해당 서비스는 지난 6월부로 지원되지 않고 있다는 답변을 들었다. 온라인상에는 여전히 지불 옵션 가운데 하나로 비트코인을 올려뒀지만, 사실상 결제는 이뤄지지 않는 셈이다.
 
이는 암호화폐(가상통화·암호화자산)가 향후 법정 화폐를 대체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기자에게 '실상은 아닌가'하는 생각을 갖게 했다. 암호화폐에 대한 투자 또한 미래 가치에 대한 믿음을 전제로 하므로 투자자 입장에서는 암호화폐의 상용화와 발전 여부가 이를 가늠할 하나의 바로미터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다 문득 궁금해졌다.
 
만약 현금 하나 없이 여행을 갔을 경우, 국내외 지역에서 비트코인이나 리플, 이더리움 등 암호화폐로 결제할 수 있는 네트워크가 얼마나 구축됐는지 말이다.
비트코인을 지불 수단으로 제시하고 있는 익스피디아 홈페이지(사진 위)와 서울 강남 고투몰 내 부착된 비트코인 간편결제 안내 표지. 사진/백아란기자
방법은 의외로 간단했다. 비트코인 취급 상점 안내사이트인 ‘코인맵(Coin map)’과 현금자동인출기(ATM) 위치를 안내해주는 ‘코인ATM레이더(coinatmradar)’ 등을 통해 가고자 하는 위치만 선택하면 자동으로 주변 상점과 ATM기기 등을 확인할 수 있어서다.
 
현재 코인맵에는 전세계 73개국 3463곳에 달하는 ATM기기와 4만1626곳의 상점이 등록돼 있다. 코인ATM레이더가 안내하는 ATM기기는 미국(2132곳)을 포함해 캐나다(610곳)와 영국(169곳), 싱가포르(10곳) 등 약 3600곳으로 집계됐다. 한국에서 비트코인을 취급한다고 등록한 업체 또한 1만2500여개(코인맵 기준)에 달했다.
 
신기한 마음에 직접 찾아가 봤다. 
 
실제 가본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상당수의 업체가 운영을 중단했거나 등록만 한 곳이 많은 탓이다. 31일 기자가 방문한 강남역점 네스카페는 폐점된 상태였으며 명동의 한 비트코인 ATM기기 또한 해당 ATM이 위치한 건물 자체가 지난 3월부터 철거 작업을 하고 있었다. 이유를 묻고 싶어 전화했지만 ATM기기 회사와는 연락이 닿지 않았다.
 
올해 1월 비트코인 결제를 도입한 강남고속버스터미널 지하상가 ‘고투몰’도 방문해봤다. 앞서 고투몰은 HTS코인과 비트코인 결제 관련 제휴를 맺고 입점 매장들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고투몰 입구에는 ‘블록체인 쇼핑몰’이라는 입간판과 함께 상점 대부분이 ‘비트코인 간편결제’라는 스티커를 장착하고 있었다. 그러나 비트코인으로 결제를 하고 싶다는 기자의 요청에는 ‘안된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한 상점 주인은 “(간편결제 스티커를) 붙이지 한참 됐지만, 실제 결제를 하겠다고 말한 손님은 처음”이라며 “어떻게 사용하는지도 몰라서 당장 이용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7월31일 업비트 기준 암호화폐 수익률 현황. 사진/백아란기자
코인ATM레이더의 경우 판매와 구매에 따른 수수료 등을 안내해줬지만, 서울에 한곳 있다던 ATM기기의 위치는 알 수 없었으며 가장 가까운 ATM기기는 541km 떨어진 후쿠오카로 나왔다.
 
결국 암호화폐로 아무것도 사지도, 먹지도 못한 셈이다. 암호화폐의 상용화까지 갈길이 멀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다만 암호화폐의 상용화를 위해 여러 가지 실험과 시도가 이뤄지는 것은 긍정적이라고 봤다. 시장 흐름도 나쁘지 않다. 특히 지난 23일 폐막한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주요 경제수장들이 암호화폐에 대한 규제 논의를 지속하기로 한 점은 제도권 진입을 위한 시그널로 해석됐다.
 
암호화폐 투자자 사이에서는 최근 승인이 거절된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의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 상장 가능성 또한 여전히 유효하다고 판단하고 있어 상승동력은 충분하다고 판단됐다.
 
이러한 이유에서인지 기자의 이달 수익 또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이날 오전 10시30분 현재 업비트 기준 평균 수익률은 -9.76%다. 지난 3일 -22.84%까지 내려갔던 것을 감안하면 크게 오른 것이다. 특히 비트코인(0.075BTC)의 경우 17.84%의 수익을 나타내며 오랜만에 상승전환했다. 또 에어드롭 등의 이벤트로 한개의 이오스댁(EOSDAC)과 GAS(보유수량 0.01개), IQ(30.6개), ADD(3개), HORUS(6개)를 보유하게 됐다.
 
단 네오(-56.51%)와 라이트코인(-54.25%), 이오스(-45.98%), 트론(-45.41%)은 여전히 맥을 못추고 있어 손절을 해야 할지 고민 중이다. 부디 여름 휴가가 시작되기 전 시장 상황이 좋아져 암호화폐로 칵테일을 사먹는 날이 오길 바란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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