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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래군의 인권이야기)쿠데타 DNA를 간직한 기무사
2018-08-01 06:00:00 2018-08-01 06:00:00
국민들이 진보정치의 아이콘 노회찬 의원을 진심으로 추모하고 있던 그 시간에 국회 국방위원회에서는 기가 막힌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기무사의 전·현직 간부들이 국방부 장관을 상대로 대놓고 하극상을 보인 것이다. 마치 1993년 안기부가 개혁 대상이 되었을 때 이를 저지하기 위해 안기부 주요 간부들이 언론에 얼굴을 드러내고 여론만들기에 나서던 때와 비슷한 상황이다. 그만큼 기무사에서 뼈가 굵은 중요 직책의 간부들은 최근의 기무사 개혁에 위기의식을 갖고 있음이 분명하다.
 
청와대와 국회가 공개한 기무사 작성의 <대비계획 세부자료>를 보면 이들은 촛불시민들을 상대로 광화문 유혈극을 가정하고 있었다. 당시 정부는 국회·사법부와 언론을 장악하는 시나리오까지 작성했고 계엄 선포문도 미리 작성해 놓았다. 1980년 전두환 신군부 세력이 했던 것을 모방해 권력을 장악하려는 ‘친위 군사쿠데타’ 음모와 실행 계획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하마터면 광주가 아니라 서울 광화문에서 시민 대학살극이 발생될 뻔했다.
 
거기에 더해서 군인권센터가 7월30일 발표한 내용을 보면, 기무사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통화도 도청했고, 면회 온 민간인들을 상대로 광범위하게 사찰을 했다. 미행과 감시를 일삼았고, 중앙과 지역의 정치인, 공무원, 유지 등을 상대로 향응과 접대를 해왔다. 더욱이 프락치를 심어두고 활용하기까지 했다니 기무사의 전신인 보안사 시절에 그들이 자행한 일들이 겹쳐진다.
 
보안사는 신군부의 권력 장악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고, 간첩단을 조작했다. 1980년대 초에는 ‘녹화사업’을 통해 군에 입대한 대학생들을 학생운동권의 동향을 파악하는 프락치로 활용했다. 안가를 만들어 격리시킨 뒤 그들에게 유서를 작성하게 하고 고문을 가해서라도 간첩사건을 만들어내려고 발악했다. 그 와중에서 정성희, 이윤성, 김두황, 한영현, 최온순, 한희철 등이 죽어서 돌아왔고, 그들 중에는 억울한 죽음의 진상이 아직 밝혀지지 않은 경우도 있다. 1990년 윤석양 이병이 폭로한 광범위한 민간인 사찰이 폭로되면서 보안사는 기무사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그럼에도 보안사 때의 쿠데타와 사찰의 DNA가 지금까지 그대로 유지되고 있었음이 이번에 확인됐다. 민간인 사찰 등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하고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겠다고 다짐했지만 그것은 위기에 몰린 순간의 위장술이었을 뿐이었다. 정치인과 최고 권력자까지 감시하는 일을 주된 업무로 하고, 국민을 상대로 쿠데타를 음모하고 계획하는 조직이라면 이런 기관의 존립 이유는 없다.
 
정치군인들의 존재도 발본색원해야 한다. 기무사가 이처럼 안하무인격으로 국민을 상대로 학살극을 계획할 수 있는 데에는 예전 하나회처럼 정치군인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알자회, 누나회, 만나회, 나눔회와 같은 희한한 이름의 군 장교들의 모임들이 언론에 잠시 떠올랐다가 사라지고는 했는데 이번 기회에 철저하게 검증하고, 만약 이런 정치군인들의 모임이 있다면 해체시키고, 관련자를 군에서 축출해야 마땅하다.
 
대통령도 언급했지만 기무사의 이번 사건에 대한 철저한 진실규명이 필요하다. 그리고 관련자들이 있다면 당장 이들을 내란을 예비한 죄로 벌해야 한다. 관련자들을 모두 색출해서 가담 정도에 따라 엄벌해야 한다. 기무사를 해체하고, 본연의 임무에만 충실한 군정보기관을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세력이 장악하고 있는 군기무사는 해체되어야 할 범죄 집단일 뿐이다. 다시는 쿠데타를 꿈꾸지도 못하게, 다시는 민간인 사찰은 시도조차 할 수 없게 기무사를 해체해야 한다. 민주주의가 정치군인들의 총칼에 다시 위협받지 않을 방법은 그 길 뿐이다.
 
박래군 뉴스토마토 편집자문위원(pl317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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