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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 주주소송 칼자루 쥔다…경영비리 ‘철퇴’
경영참여 대신 주주대표소송, 손해배상소송에 집중할 듯
관치 논란서 제외, 수탁자 책임 원칙에도 부합…사후처벌로 적폐청산
2018-07-31 14:44:43 2018-07-31 15:06:24
[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국민연금이 경영비리를 처단할 칼자루를 쥔다. 주주대표소송 및 손해배상소송 시행 근거 마련이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로드맵에서 가장 부각되는 부분이다. 이사 선임 또는 해임 등 주주제안은 경영참여에 따른 '5%룰' 제약이나 관치, 연금사회주의 논란을 빚는 만큼 소송 기능이 연금이 취할 가장 효과적 수단으로 분석된다. 소송은 주주이익에 기여해 수탁자책임 원칙에도 부합하고 사후처벌을 통한 재발방지 역할로 정부 적폐청산을 도울 수 있다는 점에서 힘이 실린다.
 
 
지난 30일 국민연금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의결 이후 경영계 반발이 거세다. 연금의 ‘경영참여’로 이사회 간섭이 커지고 시장활동이 제약된다는 식이다. 아무래도 공적기관이 이처럼 논란이 많은 부분에 손 데긴 어려워 주주대표소송이나 손해배상소송 쪽에 집중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연금 로드맵상으로도 관련 내용이 우선순위 앞쪽에 있다. 올 하반기 내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더욱이 연금은 경영참여 시 5%룰에 걸릴 확률도 높다. 연금이 지분 5% 이상 보유 기업에 주주제안 시 투자목적을 기존 단순투자에서 경영참가로 변경, 추후 지분 변동 때마다 5일 이내 공시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에 따라 투자전략이 노출되고 시장에 혼란을 주거나 연금 수익률 저하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정부는 연금에 한해 약식공시를 허용, 5%룰 굴레를 벗도록 할 방침이지만 법안 수정이 쉽지 않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 이밖에도 경영참여는 주주제안 의제가 상법에 한정돼 있는 등 난관이 많다. 소송을 통한 주주권 행사에 더욱 초점이 맞춰지는 이유다.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주주대표나 손해배상 소송은 소비자 관점에서 회사의 장기적인 평판자본을 경영자가 훼손해 주주가치를 떨어뜨렸다는 판단에서 제기한다”며 “경영 과실이나 고의적으로 회사에 손해를 입히는 경우 제재할 경영참여 수단이지만 최근 특정되는 ‘경영참여’와 달리 5%룰과 관계 없다”고 설명했다.
 
소송은 경영비리에 대한 손해배상 또는 사후처벌이라 재계가 반대하기 어렵고 여론지지를 얻을 수도 있다. 또 연금이 주주권을 행사하는 데 투자수익률 제고인지 공익목적인지 구분이 모호한 논란도 있는데 소송은 이런 수탁자책임 원칙에도 부합한다는 평가다. 손해배상은 주주에게 금전적 보상이 주어지고 주주대표소송은 회사에 보상이 귀속된다. 양쪽 모두 주주 이익에 기여한다.
 
일례로 건설사들은 4대강 담합 과징금 관련 주주대표소송 현안이 있는데 연금이 참여하면 속전속결이 가능해진다. 담합 과정에 개입하거나 감시 임무를 게을리한 당시 이사를 상대로 회사에 손해배상토록하는 게 소송 내용이다. 경제개혁연대가 소송을 주도해 이미 대우건설은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하지만삼성물산, 현대건설, 대림산업, GS건설 등 다른 기업들은 주주가 모이지 않아 다소 소강국면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상훈 경제개혁연대 변호사는 “연금이 관련 근거를 마련해 적극성을 보인다면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연금이 나선다면 4대강 말고도 최근 아시아나, 대한항공 사태 등 추가적으로 소송을 진행할 여지가 많을 것”이라며 “총수일가 임원이 회사 가치와 평판을 훼손하는 것에 대해 다양한 책임 추궁 수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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