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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교착, 8월 남북회담으로 뚫나
비핵화 협상 돌파구 절실…청 "결정된 바 없다" 일단 부인
2018-08-01 15:30:06 2018-08-01 15:30:06
[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북미 간 실무협상이 소강상태에 빠지면서 그 돌파구로 8월 3차 남북 정상회담이 거론된다. 청와대는 일단 “결정된 사안이 없다”고 부인했지만, 가능성 자체에 문을 닫아놓지는 않은 모양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1일 출입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정상회담과 관련해 아무것도 결정된 바가 없다”고 밝혔다. 또 ‘서훈 국정원장이 조만간 방북할 가능성이 크다’는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서도 “결정된 게 없다”고 조심스런 반응을 보였다.
 
4·27 남북 정상회담과 6·12 북미 정상회담을 거치며 속도를 내던 비핵화 협상은 북미 간 실무협상에 들어서면서 교착상태에 빠졌다. 협상 초기 한미연합군사훈련 유예 등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던 미국은 최근 ‘비핵화 협상 장기화’를 기정사실화하고 ‘비핵화 전 제재 완화는 없다’는 원칙론을 다시 내세우고 있다. 새로운 북미관계의 시작점이라 할 수 있는 ‘종전선언’에도 소극적인 자세다.
 
미국의 강경한 태도에 남북교류도 영향을 받고 있다. 남북은 4·27 판문점선언 이후 이산가족 상봉행사, 군사긴장 완화, 체육·문화 교류 등의 약속을 차근차근 이행 중이다. 그러나 미국 등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 막혀 개성공단 재가동과 금강산관광 재개, 철도와 도로 현대화 등 경제교류는 제대로 시행하지 못하는 현실이다. 결국 북한은 노동신문에 “현재 북과 남 사이에 여러 갈래의 사업들이 분망하게 벌어지고 있지만, 그 내막을 투시해보면 겉만 번지르르할 뿐 실속 있게 진행되는 것은 거의 없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이에 문재인정부 핵심 외교·안보 인사들이 미국을 잇달아 방문해 총력전에 나섰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지난 달 20일 뉴욕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회담을 가졌고, 같은 날 정의용 국가안보실장도 비밀리에 워싱턴을 방문해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면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훈 국정원장 역시 박선원 특별보좌관과 함께 지난주 워싱턴을 방문해 지나 해스펠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 등 주요 인사들과 접촉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관계자들의 이런 움직임은 미국의 비핵화 협상에서의 전향적 태도를 촉구하고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미국의 대북제재 예외 조치 확대를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의 반응은 냉랭하다.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 달 25일 카운터파트너인 강경화 장관이 아닌 조명균 통일부장관과 통화하며 대북제재 준수를 요구했다. 마크 램버트 국무부 동아태 부차관보 대행은 26일 광화문 미 대사관에서 이례적으로 현대아산 등 남북경협기업 관계자들을 만나 “비핵화 진전이 있기 전에는 대북제재를 완화할 수 없다”며 ‘경협속도조절론’을 강조했다.
 
결국 실무급에서 막힌 정국을 타개하기 위해 정상급이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받는다. 소위 탑다운 방식이다. 그 일환으로 4·27 판문점선언에서 예고한 ‘가을 평양 남북정상회담’ 추진설이 힘을 얻는다. 한 여권관계자는 “입추인 7일부터 사실상 가을이 시작되는 것 아닌가”라며 8월 실시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도 기자들과 만나 “남북 간 문제는 진행 상황에 따라 속도가 빨리 나가기도 하고, 늦춰질 수도 있는 부분이 있다”며 “양측 간 고도의 정무적 판단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9월부터 이어지는 정치외교 일정들도 8월 개최설에 힘을 싣는다. 다음달 9일은 북한 정권수립 70주년 기념일이며, 중순에는 미국 뉴욕에서 유엔총회가 열린다. 북한 김정은 체제가 본격적인 비핵화와 경제개발 추진 모멘텀을 얻기 위해서라도 전 세계의 주목을 끌 ‘빅이벤트’가 필요한 상황이다. 실제 문 대통령은 지난 5월24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공식 서한으로 6월 북미정상회담이 일방적으로 취소될 위기에 놓이자, 이틀 뒤 제2차정상회담 깜짝 개최로 난국을 극복한 바 있다. 당시 정부 고위 관계자는 “12시간 이내에 모든 일이 이뤄진 것으로 안다”며 회담 개최 결정에 반나절도 걸리지 않았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 게임에 초청된 만큼, 이를 계기로 남북 정상 간 회동이 이뤄질 것이란 관측도 내놓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4월26일 오후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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