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롯데, 갑질 후에도 시위금지 가처분"…피해업체, 억울함 호소
15일 전 일방적 계약해지 통보…검찰 "현대 상법·사회적 관습 맞지 않아" 판단
명예훼손도 무혐의 결론…상습적 허위사실 들어 또 법원행
2018-08-01 17:08:15 2018-08-01 17:08:15
[뉴스토마토 강명연 기자] 롯데로부터 갑질 피해를 당했다고 호소하는 당사자들이 1일 다시 거리로 나섰다. 롯데는 지난해 롯데백화점 모스크바점에서 식당을 운영하던 류근보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지만 검찰은 류씨의 주장을 허위사실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혐의없음으로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그럼에도 롯데는 올 들어 류씨가 시위를 재개하자 또다시 허위사실 등의 이유를 들어 집회금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했다.
 
이날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앞에서 열린 롯데 규탄 기자회견에서 류근보씨는 롯데가 사실이 아닌 이유를 들어 집회금지 가처분신청을 냈다고 주장했다. 또한 재판일을 코앞에 두고 가처분신청 사실을 통보받아 충분한 소명 기회를 빼앗겼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4월부터 6월까지 류씨는 롯데가 ▲롯데백화점 모스크바점에서 운영하던 '아리아' 계약기간 만료 전 강제 철수 ▲불법부당 일방 영업정지 ▲아리아 직원 급여 강탈 ▲직원 강제 해고 ▲임직원 금품 접대 등 소위 갑질을 저질렀다며 국회와 서울중앙지법 정문 앞 등에서 1인시위를 벌였다.
 
이에 롯데는 허위사실 유포에 따른 명예훼손으로 류씨를 검찰에 고소했지만 검찰은 "류씨 주장이 허위사실로 보기 어렵고, 사실 적시가 명예훼손이 되더라도 공익을 위한 것이라면 위법성이 조각된다"며 "피고소인의 경우 사실 적시가 사적 이익을 위한 것이지만 대기업 횡포를 고발하는 공공의 이익도 존재한다고 보여지므로 위법성 조각에 해당해 혐의없음이 상당하다"고 결론내렸다. 위법성 조각이란 범죄 구성요건에 해당하지만 위법성이 배제돼 적법하다는 의미다.
 
2007년부터 롯데백화점 모스크바점 지하 1층에 위치한 레스토랑 아리아(구 산스시)를 운영했던 류씨는 롯데의 직원 강제 해고 등의 이유로 동업자 이름으로 법인을 새로 내야했다. 이에 따라 변경계약을 체결한 롯데는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계약 종료 15일 전에 통보하면 계약 기간과 조건에 상관 없이 일방적으로 계약을 폐기할 수는 조항을 포함시켰다. 앞서 투자한 자금이 있는 류씨는 해당 조항이 부당하다고 항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2016년 1월 새로 부임한 법인장이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4월 롯데가 정식 공문을 보낸 뒤 주러한국대사관 등을 통해 계약 해지를 유예했지만 결국 롯데는 9월30일 밤에 점포를 강제로 폐쇄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롯데백화점과 아리아 간 체결한 계약서상 15일 전 일방적 계약 종료를 명시한 11조7항은 현대사회의 상법과 사회적 관습에 맞지 않다"며 계약기간 만료 전 강제철수가 인정된다고 봤다.
 
이밖에 일방 영업정지는 당시 매출 현황이 없고 식당 직원 등의 진술서 내용에 신빙성이 있다는 점, 급여강탈은 롯데 주장과 달리 돈의 분실 위험이 없었고 백화점이 임의로 대금을 가져가 보관할 이유가 없었다는 점을 비롯해 류씨의 주장이 사실의 적시로 인정된다고 검찰은 판단했다.
 
류씨에 따르면 이후 롯데는 정확한 사실을 파악해 보상하겠다고 약속하고 제3의 기관을 통한 합의를 종용했다. 류씨는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공정거래조정원, 대한상사중재원 가운데 공정거래조정원을 선택한 뒤 러시아 세무서에서 발행하는 사업소득증명원부터 공사견적계약서 등 모든 피해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제출했다. 하지만 롯데는 모든 귀책사유가 류씨에게 있다며 말을 바꿨다는 게 류씨의 주장이다. 이에 류씨는 합의에 전제돼야 할 상호 신뢰가 깨졌다고 판단해 조정 철회를 요청했다.
 
허위사실 적시 외에 롯데가 가처분신청 사유로 든 교통 방해와 업무 방해에 대해서도 사실과 다르다고 류씨는 주장했다. 류씨는 "시위에 사용된 버스가 교통에 방해된다는 것인데, 집회신고를 낼 때부터 경찰이 교통방해가 안된다고 지정해준 장소를 사용했고 이후 한 차례도 시정요구나 경고장이 온 적이 없다"며 "고객 불편으로 인한 업무방해 역시 잠실역 특성상 고객 출입동선이 지하철과 버스환승센터에 집중돼 있다. 보시다시피 사람들 왕래가 거의 없는 위치임에도 피해를 주고 있다고 주장한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롯데가 상습적인 갑질을 전혀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시위금지 가처분신청으로 억울한 피해자의 최소 권리마저 박탈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2008년 롯데건설과 하도급계약을 맺었다 공사금을 제대로 못 받은 아하엠텍의 안동권 대표는 "롯데쇼핑에 육류를 납품했던 신화를 포함해 롯데 갑질 피해자들이 시위를 할 때마다 롯데는 집회금지 가처분신청을 냈다"며 "공정거래위원회를 비롯한 행정기관이 롯데 손을 들어주면서 대기업 편만 들기 때문에 힘없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시위하는 정도다. 하지만 롯데는 그것마저 가로막으며 사실을 덮으려한다"고 지적했다.
 
1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앞에서 열린 롯데 규탄 기자회견에서 류근보씨(왼쪽에서 9번째)가 롯데의 집회금지 가처분신청이 부당하다며 발언하고 있다. 사진/강명연 기자
 
강명연 기자 unsaid@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