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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사들, 기업고객 유지 '급급'…가입자 권리는 '나몰라라'
금감원, 최근 2년간 사후관리 전수조사…증권·보험사는 '골프접대' 구태
2018-08-01 18:58:25 2018-08-01 18:58:25
[뉴스토마토 문지훈 기자] 금융감독원의 퇴직연금 운영 실태 검사 결과, 금융사들의 관리 소홀 문제는 전 업권에 만연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은행권은 기업이 퇴직연금 부담금을 제때 납부하지 않더라도 기업고객을 잃을까 퇴직연금 가입자(근로자)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았으며, 증권사나 보험사들은 신규 기업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골프접대를 하는 등 특별 이익을 제공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었다.
 
금융권의 퇴직연금 관리 부실은 지난 2016년 금감원 검사를 통해서도 드러난 바 났다. 당시 금감원은 은행과 증권, 생명보험, 손해보험 등 업권별로 퇴직연금 사업자를 1개씩 선정해, 포인트 검사를 실시했으며, 은행 1곳과 생보사 1곳이 적발된 바 있다. 이후 금감원은 지난해 퇴직연금 운영 실태 검사 대상을 모든 금융사로 확대해 전수 검사를 진행한 것이다.
 
금융권에서는 금융사들이 기업의 퇴직연금 부담금 미납 사실을 가입자에게 제대로 통보하지 않은 것은 퇴직연금 고객(기업)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에 따르면 금융사는 퇴직연금에 대한 기업의 부담금이 한달 이상 미납되면 일주일 이내에 근로자에게 통보해야 한다.
 
그러나 자금사정이 불안정한 중소기업의 경우 퇴직연금 부담금을 제때 납부하지 않은 것이 비일비재한데, 금융사가 기업의 퇴직연금 미납입 사실을 가입자에 통지하면 해당 기업이 자금사정을 고려해주지 않는다며 금융사에 민원을 넣는다는 것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업의 퇴직연금 부담금 미납 사실을 근로자에게 알리면 기업 관계자가 영업점에 찾아와 퇴직연금 계약을 해지하겠다며 엄포를 놓는 경우도 있다"며 "법에 따라 통지해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퇴직연금 고객을 잃을 수도 있어 주저하게 되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자금여력이 없는 중소기업의 경우 6개월 또는 1년에 한번씩 몰아서 부담금을 납부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퇴직연금을 관리하는 은행 직원이 기업에 지속적으로 연락해도 해당 기업에서는 자금 여력이 없어 매월 납입하기 힘들다는 답변만 돌아온다"고 설명했다.
 
특히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은행 입장에서는 기업고객의 중요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데 자칫 기업고객을 경쟁사에 뺏길 수 있어 통지를 하지 않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사들이 퇴직연금 수익률이나 미납 통지 등 사후 관리보다 기존 고객을 유지하거나 신규 고객을 유치하는데 몰두했다는 지적은 피하기 어렵다.
 
실제로 금감원 검사 결과 퇴직연금 사업자 유치를 위해 기업에 대출 금리 혜택 또는 일정 금액 이상의 판촉물을 제공하거나 가입자 또는 사용자를 대상으로 골프 접대에 나선 것들도 적발됐다.
 
특히 이같은 행태는 증권사와 보험사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퇴직연금감독규정 등에 따르면 금융사들은 3만원을 초과하는 판촉물을 퇴직연금 가입자 또는 사용자에게 제공할 수 없다.
 
금융사들의 퇴직연금 유치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지난해 퇴직연금 규모는 166조 7782억원으로 전년 말(147조원) 대비 13% 이상 증가했으며, 올해 3월말기준으로 169조원까지 늘었다. 금융사 입장에서는 퇴직연금 가입자를 많이 유치하면 수수료 수익을 많이 얻을 수 있고, 수신 잔고도 늘릴 수 있는 셈이다. 현재 은행과 보험사, 증권사가 모두 퇴직연금시장에 뛰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금감원 연금감독실 관계자는 "검사 결과에 대한 금융사들의 조치 여부는 추후에 확인할 예정으로 관련 시스템 및 제도 개선도 계획하고 있다"며 "특히 금융사들이 특별이익을 제공하는 방법으로 계약을 하는 행위는 수사기관에 적극 통보하는 등 엄정하게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문지훈 기자 jhmo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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