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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카드 군림 결제시장 지각변동오나)③정부·지자체 너도나도 '제로페이' 도입…'해외페이'는 민간주도 자생
QR코드·앱투앱 결제방식 '대동소이', 가맹점 수수료 0%·소득공제 최대 40% 인센티브
2018-08-06 08:00:00 2018-08-06 08:00:00
[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 직장인 김도훈(38·가명)씨는 최근 신용카드와 현금을 넣고 다니던 지갑을 없앴다. 휴대폰만 있으면 QR코드(Quick Response·격자무늬 바코드)로 재래시장 뿐만 아니라 길거리에서도 결제가 가능한 데다 소득공제도 더 많이 받을 수 있어서다. 연봉 5000만원을 받는 김씨가 서울페이로 연간 2500만원을 소비할 경우 약 79만원(소득공제율 40% 적용)을 연말정산에서 돌려받을 수 있다. 같은 조건으로 신용카드를 사용한다면 약 31만원이 환급된다. 환급액이 2배 이상 차이 나는 셈이다.
 
12월 도입되는 간편 결제서비스 ‘서울페이(가칭)’가 상용화된다면 펼쳐질 풍경이다.
 
가맹점 제로(0%) 수수료와 실물 카드 없이 이용 가능한 ‘모바일 간편 결제 시스템’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를 주도로 등장하고 있다. 삼성페이·카카오페이 등 기존 간편 결제플랫폼에서 한발 더 나아가 지방정부 주도의 수수료 제로형 페이 시스템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서울페이 출시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서울시
 
간편 결제시장 경쟁에 불을 붙인 곳은 지방자치단체다.
 
지난 6월 지방선거 당시 각 지역 자치단체장 후보들이 지역 내 유통되는 지역화폐를 상용화하고, 소상공인의 카드 수수료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일명 ‘제로페이’로 불리는 ‘소상공인 수수료 부담제로 결제서비스’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서울시와 부산광역시, 인천광역시, 전라남도, 경상남도 등 4개 광역지자체는 2020년까지 서울페이, 인천페이, 경남페이 등을 전국으로 확산시킬 방침이다.
  
첫 삽을 뜬 서울시는 지난달 25일 신한·국민·우리·KEB하나은행 등 시중은행과 카카오·네이버페이, 한국스마트카드, BC카드 등 민간 결제서비스 사업자와 손잡고 연내 ‘서울페이(가칭)’를 내놓겠다고 발표했다. 앱투앱(App to App) 결제를 기반으로 하는 ‘서울페이’는 스마트폰 앱으로 판매자의 QR코드만 인식하면 자동으로 계좌 이체가 되는 직거래 결제 시스템이다.
 
이는 중국 간편결제서비스인 알리페이나 위챗페이와 동일한 형태지만, 수수료 제로(0%)를 목표로 하고, 최고 40%의 소득공제율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난다. 정부가 실효성과 인프라를 높이기 위해 소득공제 등을 당근책으로 제시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가맹점 및 소비자를 은행과 직접 연결하는 ‘은행계좌 기반 모바일 직불서비스’ 도입을 추진하기로 했다. 한은의 모바일 직불서비스는 시중 은행이 공동으로 참여하다 보니 은행권 주도로 진행될 전망이다. '모바일 직불서비스'는 서울페이와 동일하게 앱투앱 결제방식으로 이뤄지며, 내년 상반기 중 본격적인 서비스가 시작될 예정이다. 국내 1호 인터넷은행인 케이뱅크는 올해 하반기 안으로 포스(POS) 단말기가 없이도 결제할 수 있는 앱투앱 결제 서비스를 지원하기로 했다. 
 
이밖에 금융감독원이 이끄는 '한국 통합형 QR페이'는 카드사가 중심이다. QR코드를 앞세워 국내 결제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는 텐센트, 알리바바 등 중국 기업에 대응하고자 신한·비씨·롯데카드 등이 참여해 QR코드 호환이 가능한 기술표준을 만드는 것이다.
 
사진/뉴스토마토
 
정부와 지자체, 금융당국이 추진하는 한국형 '제로페이' 사업의 공통점은 중국의 간편결제 시스템을 모델로 한다는 점이다. 중국의 경우 골목상권은 물론 '거지도 QR코드로 동냥에 나선다'고 할 만큼 간편 결제 인프라가 탄탄하게 구축된 국가로 손꼽힌다.
 
중국의 간편결제 시장 성장을 견인하고 있는 대표적인 페이 수단은 알리바바의 알리페이와 텐센트의 위챗페이다. 상대적으로 낙후된 중국 금융인프라 환경에서 스마트폰 등이 급속히 보급됨에 따라 현금이나 은행·카드사 등을 이용한 결제보다 비금융회사가 지원하는 제3자 결제방식이 인기를 끈 것으로 분석된다. 작년 말 기준 알리페이와 위챗페이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각각 54.26%, 38.15%에 달한다.
 
이들 페이는 우리나라가 추진하고 있는 QR코드 방식, 앱투앱 방식과 비슷하지만 주도하는 기관에서 차이가 난다. 한국형 제로페이의 경우 금융당국이나 지자체 주도로 시작되고 있지만 알리페이의 성장에는 중국 정부의 입김이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법률에서 금지한 것이 아니라면 대부분 허용하는 '네거티브 규제'를 고수하는 특징 덕분에 2004년 알리페이 출범 이후 민간이 간편결제 시장을 주도해온 것이다.
 
NFC(근거리 무선 통신기술), QR코드 등으로 대변되는 간편결제 방식은 국가별·기업별로 선호도가 다르지만 간편결제 자체는 지급결제 수단의 중요한 방안으로 인식된다. 실제 인도 정부의 경우 2016년 화폐 개혁을 단행하며 지하경제 양성화를 위한 수단으로 간편결제를 주목했다. 이로 인해 전자 상거래 지불업체인 페이티엠(PayTM) 등이 급성장했다.
 
베트남 또한 간편결제 시장에 대한 높은 수요를 보이고 있다. 작년말 기준 베트남의 스마트폰 보급률은 약 55%로 추정되며, 베트남 정부에서는 2020년까지 비현금지불시스템을 구축하기로 방침을 밝힌 바 있다. 현재 베트남에는 삼성 모바일 결제서비스인 삼성페이와 알리페이 등이 베트남 현지 고객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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