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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인랑’ 강동원 “6년 기다린 이유? 김지운 감독이라서”
2012년 출연 제안 받고 기다린 ‘인랑’…”감독님에 대한 믿음”
강화복 액션, 멜로 라인 모두 만족…”김지운이라 가능했다”
2018-08-02 15:12:59 2018-08-02 15:12:59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그 어떤 조건을 대입해도 주인공은 딱 한 명이었다”는 김지운 감독의 확신처럼 영화 ‘인랑’에서 주인공 ‘임중경’은 무조건 배우 강동원이어야만 했다. 일본 애니메이션 원작 포스터를 상상해 보면 된다. 김 감독도 마찬가지였다고. 달빛을 배경으로 강화복을 입고 서 있는 한 남자. 이미지 속 주인공은 누가 될까. ‘만화를 찢고 나와도 이해가 될 만한 비주얼’의 배우로 첫 손에 꼽히는 인물. 그는 ‘인랑’ 속 주인공에 최적화 된 조건을 모두 충족했다. 사실 주인공 비주얼에 대한 감독의 믿음보다 감독을 향한 강동원의 믿음이 더욱 컸다. 이 영화 한 편을 위해 그는 무려 6년의 시간을 기다렸다.
 
영화 개봉을 며칠 앞두고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강동원은 ‘드디어 촬영이 끝났다’란 홀가분함을 드러냈다.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그는 이 영화 한 편을 위해 6년을 대기했다. 처음 시나리오를 전달 받고 크랭크인 되기 까지 그 시간이 필요했다. ‘인랑’의 제작이 미뤄지면서 그 사이에 촬영한 영화만 무려 7편이다. 그 역시 너무 긴 시간이 흘렀음을 인정했다.
 
배우 강동원. 사진/워너브러더스코리아
 
“원래는 ‘초능력자’ 촬영 다음이 ‘인랑’이었죠. 그런데 2012년 중순쯤 미뤄질 것 같다고 하셔서 ‘알곘다’하고 다음 작품 들어가고 들어가면서 기다리게 됐어요. 중간에 김지운 감독님과 ‘더 엑스’란 단편도 찍었죠. 꽤 오래 기다렸죠?(웃음) 다들 그렇게 물어보시는 데 안 기다릴 이유가 없잖아요. 김지운 감독님인데. 안 그래요? 하하하.”
 
처음 이 영화 제안을 받고 원작을 찾아서 봤단다. 사실 ‘실사화’를 하겠단 말에 ‘잘못 들었나’라고 의심했었다고. 물론 연출자가 김지운 감독이다. 배우라면 누구라도 꼭 한 번은 작업을 해보고 싶은 빼어난 연출자가 바로 김지운 감독이다. 그는 ‘만들 수만 있다면 하는 것은 문제가 아니다’라며 김지운 감독과 제작사의 환경이 조성될 때까지 기다리고 기다렸다. 더욱이 국내에서 이런 영화가 나올 수 있단 것에 자부심도 있었단다.
 
“배우라면 감독님에 대한 신뢰는 어떤 선후배님들이라도 마찬가지일 거에요. 우선 애니메이션 ‘인랑’을 보고 누가 이걸 실사화하겠다고 결정을 내릴 수 있겠어요. 저부터 반신반의했는데(웃음). 제작사도 도전이고 감독님도 도전이었지만 사실 저 역시 엄청난 도전이었죠. 그리고 남자라면 이런 코스튬에 대한 로망도 사실 좀 있잖아요. 그 비주얼에 ‘해보고 싶다’는 마음도 솔직히 있었죠.”
 
배우 강동원. 사진/워너브러더스코리아
 
‘인랑’의 상징이자 시그니처인 강화복은 원작 대비 실사에서도 거의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재현이 됐다. 영화 속에서도 강화복 액션은 기존 국내 영화에서 볼 수 있던 장면이 아니다. 엄청난 폭파와 총격신 그리고 애니메이션 속 그 모습이 거의 고스란히 그려졌다. 일부 장면에선 실사 영화의 사실감을 높여 주는 포인트가 더욱 살아났다. 강동원도 강화복 액션에 대해선 큰 만족감을 드러냈다.
 
“저도 처음에 보고 놀랐죠(웃음) 원작에서 보던 그 디테일이 거의 고스란히 살게 만들었으니. 근데 우선 너무 무거워요. 하하하. 옷만 한 30kg 정도였고 배낭에 총까지 들면 40kg가 훌쩍 넘어요. 입는 것도 되게 힘들어요. 처음에는 도와주시는 분 두 분이 함께 해도 40분 정도 걸렸는데 나중에는 그것도 시간이 단축되더라고요(웃음). 처음에 다 입으니깐 감독님이 ‘뛰어’ 이러시길래 농담인줄 알았어요. 가면까지 쓰면 정말 죽을 맛이에요. 하하하. 큰 폭파 장면을 제외하면 가면 쓰고 촬영하는 것까지 전부 제가 다 했어요. 그렇게까지 절 투입하실 줄은 저도 몰랐죠(웃음)”
 
강화복으로 외모를 가리고 촬영하기에 감정 표현이나 대사 전달 등에 대한 어려움 혹은 움직임에 대한 불편함은 당연했다. 하지만 그는 ‘워낙 긴 촬영이라 익숙하기는 했다’고 웃었다. 사실 그것보다 더 어려웠던 점은 강화복을 벗고 촬영하는 장면이었다고. 맨 얼굴과 일상복 차림의 ‘임중경’을 연기할 때에는 특히나 그는 감정 표현을 절제하는 모습이 강했다. 상대방과의 교감도 우선이었지만 임중경은 그러면 안 되는 인물이었다.
 
배우 강동원. 사진/워너브러더스코리아
 
“대사가 거의 없고 절제를 해야 하는 캐릭터들이 많은 데 배우들이 연기하기에는 더 힘이 들어요. 대사로 ‘내 감정은 지금 이렇다’라고 설명을 하면 그만인데. ‘인랑’에서의 ‘임중경’은 그런 게 없잖아요. 특히나 감정 표현을 안하고 있지만 관객들에게는 내가 지금 어떤 감정인지를 느끼게 만들어야 하니 더 어렵죠. 사실 그런 역할을 안 해본 것도 아닌데 이번에는 좀 더 힘들었던 것 같아요.”
 
사실 언론 시사회 그리고 개봉을 한 현재에도 관객들이 가장 많이 지적하는 부분은 ‘인랑’ 속 멜로 라인이다. 극중 강동원이 연기한 ‘임중경’과 한효주가 연기한 ‘이윤희’가 로맨스에 대한 불만이 많다.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한 불친절함에 전체적인 스토리에 녹아 드는 맛이 떨어진단 지적이다. 당사자인 강동원도 이 지점에 대해선 충분히 수긍하고 있었다.
 
“사실 다양한 버전으로 두 사람의 관계를 유추할 수 있는 촬영을 많이 했어요. 물론 판단은 감독님이 하시는 것이고요. 영화 속에 나온 그 버전은 감독님이 최적의 장면으로 꼽으셨으니 그렇게 간다고 봐야죠. 전 개인적으로 임중경과 이윤희가 충분히 로맨스가 형성됐을 수도 있다고 봐요. 다른 영화 보면 한 눈에 반하는 그런 내용들도 많잖아요. 목적이 있는 남녀가 서로 만났고, 비슷한 사연을 가진 것을 알게 된다면 충분히 로맨스가 일어날 수도 있지 않을까요.”
 
배우 강동원. 사진/워너브러더스코리아
 
영화 속 로맨스의 대상인 ‘이윤희’를 연기한 한효주와는 전작 ‘골든 슬럼버’에 이어 두 작품 연속으로 함께하게 됐다. 더욱이 영화 개봉을 앞두고는 실제 열애설까지 제기된 바 있다. 두 사람이 함께 미국에서 만나 데이트 중이란 보도가 나왔다. 이에 대해 당사자인 한효주는 ‘친한 선후배 사이’라고 부인했다. 강동원 역시 마찬가지였다.
 
“(웃음) 그냥 친한 사이에요. 저희는 둘이 그냥 ‘기사 났던데’라고 말하고 아무렇지도 않아요. 하하하. 뭐 효주씨하고 어색한 것도 없고. ‘골든 슬럼버’때는 같이 찍은 게 2회 차인가 3회차 인가 그 정도뿐이에요. 전 ‘쓰나미LA’ 때문에 미국에 있었고 효주씨도 다른 일로 미국에 왔다가 우연히 연락이 닿아서 동료로서 만나서 밥 한 번 먹은 정도? 그냥 선후배에요(웃음)”
 
그는 다음 작품은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할리우드 영화 ‘쓰나미LA’다. 이 영화 역시 당초 계획대로라면 7월 중순이나 말쯤 촬영이 끝나야 했다. 하지만 일정이 미뤄지고 여러 계획이 틀어지면서 현지에서 오는 9월 촬영이 시작하게 된다. ‘인랑’ 이후 그리고 올해는 이 영화 한 편으로 모든 스케줄이 마무리될 예정이다.
 
배우 강동원. 사진/워너브러스코리아
 
“기대도 되고 걱정도 많이 되요. 분량도 조연급 정도이고 다른 언어로 연기를 해야 하고 몇 개월을 외국에서 촬영에만 집중해야 하니. 다른 언어로 연기를 하는 것 자체가 사실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저에요. 그래서 지금도 ‘내가 말이 안 되는 짓을 하고 있구나’란 생각을 지울 수가 없어요(웃음). 그래서 하던 대로 국내에서 출연 제안 오는 것 고르고 골라서 촬영하고? 그건 또 제가 잘 안 되요. 그냥 하던 대로? 이게 제 성격인가 봐요. 뭔가 꼭 도전을 해봐야 하는. 하하하.”
 
김재범 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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