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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으로 감정노동자 상처 달랜다"
서울시, 공공의료기관 서비스디자인 개선 지원…브랜드 개발도 나서
2018-08-02 15:30:00 2018-08-02 15:30:00
[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서울시가 시립병원이나 자살예방센터 등 공공의료기관을 찾는 시민이나 감정노동 종사자들이 정서적으로 치유받을 수 있도록 서비스디자인을 추진한다. 향후 브랜드로 개발해 정서 치유 모델을 확산할 방침이다.
 
2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민공감서비스디자인센터는 지난 2015년부터 공공의료서비스기관을 찾아가 환자, 보호자, 종사자의 정서 치유를 위한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각 기관별로 해결해야할 문제점을 직접 의견을 들어 함께 도출하고 필요한 서비스디자인 개선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감정노동이란 주로 불특정 다수를 직·간접적으로 대하는 업무 과정에서 감정을 절제하고 자신이 실제 느끼는 감정과는 다른 특정 감정을 표현하도록 업무상 요구되는 근로형태를 의미한다. 종사자의 감정노동으로 인한 정신적·신체적 고충은 결과적으로 시민에게 제공하는 의료서비스의 질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우선 공공의료서비스에 대한 기대가 높아짐에 따라 13개 시립병원 등에서 질환 치료뿐 아니라 정서치유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 병원에서 직원 대상 폭언·폭행 발생 전후에도 서비스 제공에 차질이 없도록 ‘시립병원 직원대상 폭언·폭행 대응 매뉴얼’을 개발해 모든 시립병원에서 활용하고 있다. 폭언·폭행상황 발생시 신고→대응→보고의 프로세스를 갖춰 유사사고를 방지하고, 직원이 상해를 입지 않은 경우에도 상담, 휴식, 조퇴 등 조치를 취하도록 했다. 기존엔 상황 발생 시 민원인을 보호·관리하는 절차만 마련된 채 직원은 바로 업무에 복귀해 감정노동이 축적되는 문제가 발생했다.
 
서울시 용인정신병원은 ‘감정노동 힐링센터’를 설치했다. 정신병원 특성상 종사자 등이 폭언·폭력으로 감정노동에 지쳤을 때 쉽게 이용할 수 도록 명상 장소 ‘쉼표’, 카페 형태 공간 ‘따옴표’를 운영 중이다. 용인정신병원은 시립병원 중 직원 감정노동에 가장 많이 노출돼 시범적으로 힐링 공간을 설치했다.
 
서울시 북부병원은 병원 옥상에 환자, 보호자, 주민 누구나 지친 마음을 풀 수 있는 정원으로 ‘마음 풀 정원’을 만들었다. 환자, 보호자와 함께 병원 인근 학교 학생, 교사들이 시립병원 발전 워크숍에서 아이디어를 모아 옥상 정원을 조성했다. 의료기관을 찾는 장기 내원환자와 보호자도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지만, 안전문제로 탁 트인 공간을 찾기 어려운 현실이다.
 
서울시 자살예방센터는 자살위험군의 상담자들을 24시간 응대하며 잠시 자리를 비우기도 어려운 종사자들을 위해 각자 자리에서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조명 설치 등 아늑한 개별 사무 공간을 조성했다. 자살 상담자, 자살 유가족 등을 위한 정서 치유 공간도 개발해 센터에 ‘유가족 힐링공간’을 운영하고 있다.
 
시는 서비스디자인을 통한 정서 치유 모델을 공공기관, 학교, 기업 등으로 확대해 시민의 정신건강을 향상하는 환경을 강화하기 위해 ‘정신건강 힐링 브랜드’ 개발을 추진한다. 앞으로 정원·건축 전문가, 브랜드·디자인 전문가 등 전문가 참여를 통해 시립병원 옥상 ‘치유의 정원’도 확대할 계획이다.
 
나백주 서울시 시민건강국장은 “감정노동은 인간의 내면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는 만큼 정량적 분석보다 더 섬세한 해결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시 북부병원에서 환자와 보호자의 정서적 치유을 위한 ‘마음 풀 정원’ 워크숍을 하고 있다. 사진/서울시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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