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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소상공인 대책 고심하지만…'땜빵대책' 반복 우려
카드 우대수수료율 확대 등 찔끔 손볼 가능성…"소상공인 협상력 제고하고 공정질서 확립해야"
2018-08-04 15:23:40 2018-08-04 15:23:40
[뉴스토마토 강명연 기자] 정부가 내년도 최저임금을 8350원으로 확정한 가운데 이달 내로 발표될 소상공인 대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카드수수료,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가맹사업법 등 소상공인의 지불능력을 개선할 대책 논의가 이미 상당부분 진전돼 있지만 전면적인 제도 개편이 아닌 땜빵식 대책이 반복될 거란 우려도 만만치 않다.
 
4일 국회 정무위원회 관계자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를 중심으로 구성된 카드수수료 종합개편 태스크포스(TF)에서 우대수수료율을 적용받는 영세·중소 가맹점 범위를 넓히는 방안을 중심으로 논의하고 있다. 정무위 관계자는 "그 동안 수수료 인하 요구에 우대수수료율 적용 범위를 확대하는 방식으로 대응해왔다"며 "영세가맹점으로부터 얻는 수수료 수입이 카드사 수익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에 정부에서도 카드사 수익을 보존하는 방향을 찾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지난달 28일 서울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등이 주최한 상인 간담회에서 이학영 의원은 금융위 금융산업국장에게 "금융당국은 매번 카드수수료를 더 내리면 카드사가 굶어죽는다고 하는데 분위기로 봐서는 이번에도 시원스런 대책이 나오지 않을 것 같다"고 꼬집기도 했다.
 
실제로 지난해 국내 전업카드사 8곳의 수수료 수입은 11조 7000억원으로, 이 가운데 연매출 5억원 미만 영세·중소 가맹점에서 올리는 매출은 1조1800억원 규모로 11%에 불과하다. 카드사 수수료 수입의 대부분을 대형 가맹점과 2.5% 수수료율을 부과받는 일반가맹점으로부터 거둬들이는 것이다.
 
정부 정책 기조와 달리 전문가들은 수수료 체계 전면 개편이 시급하다고 보고 있다. 우대수수료율 범위를 무한히 확대할 수 없는 만큼 중소 가맹점이 카드사와 수수료 협상에 나설 수 있는 구조가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여신금융협회는 직승인 거래 등 대형 가맹점 비용 부담이 적어 수수료가 낮게 책정된다고 밝히고 있지만 중소가맹점들은 대형가맹점이 협상력 우위를 발휘해 낮은 수수료가 결정된다고 보고 있다. 2.5% 수수료율을 적용받는 일반가맹점으로부터 거둬들인 이익으로 대형 가맹점에 할인혜택 등 마케팅비용을 몰아주고 있다는 불만도 팽배하다.
 
양창영 변호사는 "카드사가 수수료 산정이나 마케팅 기법 등 경영방식을 선택할 수는 있지만 그 비용과 혜택이 누구에게 돌아가는지 살펴야 한다"며 "상대적 약자인 중소가맹점에 비용을 부담시켜 대형 가맹점에 혜택이 돌아가는 문제를 정부가 들여다보고 제재해야 한다. 신용카드 결제를 통해 세금 징수 등 시장이 정부 기능을 일부 담당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관리감독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고 강조했다. 협상력 제고 방법에 대해서는 "이미 3억원 미만 가맹점은 단체를 만들어 카드사와 거래조건을 협상할 수 있는데 전체 가맹점 협상력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시행령만 보완해도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으로 가장 반발이 컸던 편의점 등 가맹사업계 역시 가맹점주 단체와 가맹본부의 실질적 교섭이 가장 중요한 문제로 꼽힌다. 수수료 산정을 포함한 가맹본부의 우월적 지위 남용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교섭을 거부할 경우 처벌조항을 비롯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올 하반기에 가맹점주 단체 등록제를 도입해 협상력을 키운다는 방침이지만 처벌 없이는 반쪽짜리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남근 변호사는 "일본에서는 판매 물품과 수수료, 영업시간 등 경영권이 제한된 가맹점주를 노동자로 보고 노동조합 교섭처럼 본 판례가 있다. 위약금을 걸어 폐업을 불가능하게 하는 등 복합적인 문제가 얽혀있다"며 "행정을 통한 불공정행위 근절에 한계가 있는 만큼 교섭을 강화해 시스템이 작동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상가임대차법의 경우 계약갱신청구기간을 5년에서 10년으로 늘리는 법 개정안 본회의 통과가 유력하다. 일단 상인들은 기간 연장이라도 해달라는 입장이지만 건물주가 임대료 추가 인상 요구는 물론 마음만 먹으면 계약 갱신을 해지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계약갱신청구권 기간에 제한을 두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또한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 권한 박탈이나 법의 보호 테두리를 제한하는 환산보증금 제도를 폐지하는 등 다른 독소조항도 함께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상공인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경제민주화 기치에 소상공인은 소외된 것 아닌가 하는 불만이 계속 터져나오는 것 같다. 최저임금은 급격하게 인상하는 반면 이로 인해 피해를 입는 소상공인 대책은 생생내기에 그칠 거란 우려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며 "노동정책과 소상공인 정책이 충돌하는 지점에서 일방의 손을 들어주기는 힘들겠지만 청와대가 자영업비서관을 신설하는 등 노력하는 모습은 긍정적이다. 정부가 앞으로 소상공인 영역을 하나의 산업으로 인식하고 공정한 시장질서를 만들어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달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공정한 카드 수수료 실현 대책위원회, 소상공인연합회, 한국중소상공인·자영업자 총연합회원들이 불평등 카드 수수료 차별금지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강명연 기자 unsaid@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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