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구태우 기자] 이른바 땅콩회항 사건의 피해자인 박창진 대한항공 사무장이 대한항공 네 번째 노조인 대한항공직원연대지부(노조) 위원장에 당선됐다. 노조는 조양호 회장 일가 퇴진을 목표로 집행부 구성을 마무리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나선다.
노조는 5일 박창진 사무장 등 4명이 초대 임원으로 당선됐다고 발표했다. 노조는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4일까지 초대 임원선거를 진행했다. 박 사무장이 노조 위원장인 지부장으로 출마했다. 부지부장 후보로는 유은정 승무원, 송민섭 정비사가 출마했고, 신현규 승무원은 회계감사로 자원했다. 이들 4명은 조합원 직접투표로 당선됐다.
박창진 대한항공직원연대지부장이 지난 6월 조양호 일가 갑질 근절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 사무장은 93.05%의 찬성표를 받았고, 부지부장으로 출마한 유은정, 송민섭 후보는 각각 98.92%와 92.43%의 찬성표를 받았다. 회계감사로 출마한 신현규 후보는 98.38%의 지지를 받았다. 초대 위원장에 당선된 박 사무장은 "(총수 일가의)불합리함에 더 이상 방관자로 남아있을 수 없었다"며 "온 힘을 다해 직원을 대변하고 조씨 일가와 부역자에 대항하는 노조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유은정 부지부장은 "조직력을 확대해 기존 노조에서 볼 수 없었던 노조, 조합원을 지키고 권익을 챙기는 노조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노조는 지난 4월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물컵 갑질을 계기로 총수 일가의 갑질 횡포 등이 낱낱이 드러나면서 조 회장 일가의 퇴진을 전면에 내걸고 촛불집회 등을 주도했다. 아시아나항공 직원들과도 연대했으며 시민의 지지도 이끌어냈다. 노조는 조 회장 일가의 구속영장이 번번이 기각, 상황이 예사롭지 않다고 판단하고 혹시나 동력이 떨어질까 걱정하는 눈치다.
그런 가운데 노조의 첫 집행부로 땅콩회항의 피해자인 박창진 사무장이 출마해 화제를 모았다. 2014년 12월 조현아 전 칼호텔네트워크 사장(당시 대한항공 부사장)이 기내의 땅콩 서비스를 문제 삼으며 항공기를 되돌리며 박 사무장을 하기시킨 사건이다. 조 전 사장은 올해 동생과 함께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상태다. 이조차 여론의 질타에 조 회장이 마지못해 결단해, 늑장대처 논란을 빚었다.
노조는 총추 일가 퇴진과 함께 직원의 처우 개선에도 나선다. 노조는 임금피크제, 연봉제, 수당, 통상임금 산입범위 등의 개선을 약속했다. 객실 승무원 인력 충원, 팀제 개편 등도 요구할 방침이다. 노조가 대대적인 요구안을 마련했지만 실제 관철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현재 교섭대표노조는 한국노총 소속의 대한항공노조다. 대한항공 전체 직원 1만9701명 중 1만774명(54%)이 조합원이다. 투쟁력을 높여 대한항공과 개별교섭을 현실화하는 게 현재로선 최선으로 꼽힌다. 현행 노조법은 사용자가 동의할 경우 개별교섭이 가능하다. 하지만 그 가능성 또한 낮다는 게 대한항공 안팎의 진단이다.
구태우 기자 goodtw@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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