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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태의 경제편편)‘놀부’ 같은 보험사들
2018-08-08 06:00:00 2018-08-08 06:00:00
보험 소비자들이 어려운 사정이 닥쳤을 때 찾는 것이 보험계약대출(약관대출)이다. 자신이 가입한 보험의 해지환급금 범위 내에서 생활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목적이다. 그런데 그 금리가 이유 없이 비싸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 3일 공개한 국내 보험사들의 보험계약대출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6월 현재 삼성생명의 금리확정형 대출 이자는 평균 연 9.22%에 이른다. 10여개 보험사 가운데 가장 비싸다. 이어 현대라이프생명 8.21%, 교보생명 8.05%, 한화생명 7.99%, 흥국생명 7.72%, KDB생명 7.58% 순으로 높다. 손해보험사와 은행계 생보사의 금리는 다소 낮은 편이다. 손해보험사 가운데는 현대해상이 7.46%로 가장 높다. 
 
삼성생명의 경우 기준금리가 6.97%로 모든 보험사를 통틀어 가장 높다. 다른 보험사들과의 격차도 상당히 크다. 자타가 공인하는 업계 1위 삼성생명의 기준금리가 왜 이렇게 높아야 하는지 그 이유에 대해서는 합리성을 찾기 어렵다. 더욱이 삼성생명이 취급한 대출 가운데 9.5%의 고금리를 적용받은 계약 비중이 65.9%로 압도적으로 높다. 다른 보험사들의 추종을 불허한다. 이 역시 미스터리다. 금융당국이나 삼성생명이 납득할 만한 해명을 내놓을 필요가 있어 보인다.   
 
보험계약대출은 해지환급금 범위 내에서 빌리는 것이므로 떼일 염려가 없다. 가장 안정된 담보를 확보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부실화될 위험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고객들이 왜 비싼 이자를 물어야 하는지 이해하기 정말 어렵다. 특히 삼성생명의 기준금리가 그토록 높은 것은 과연 무엇 때문인지 아무리 생각해도 그 이유를 모르겠다. 
 
자연스레 보험계약대출에 대한 민원이 끊임없이 제기된다. 한국소비자원에 최근 3년간(2015∼2017년) 접수된 보험계약대출 관련 소비자 상담 가운데 '대출이자'에 관한 민원이 34%를 찾지했다. 이밖에도 약정서는 모호한 경우가 많고 소비자에게 불리한 약관 조항도 들어 있다고 한국소비자원은 지적했다.  
 
그런데 이런 사실들을 금융감독원은 알고 있었을까. 모르고 있었다면 무능한 것이고, 알고도 가만히 있었다면 직무유기라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더 따지지는 않겠다. 다만 지금이라도 보험계약대출의 고금리 문제 해결을 강구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반면 보험사들은 고객에 대한 보험금 지급에는 까다롭기 그지 없다. 삼성생명은 즉시연금 가입자에게 '미지급금'을 모두 지급하라는 금융감독원의 권고를 지난달 26일 거부했다. 다만 ‘고객보호’ 차원에서 일부 금액만 주기로 했다. 교보생명이나 한화생명 등이 삼성생명을 따라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해에는 자살보험금 지급 문제로 세상을 시끄럽게 했고, 지금도 암보험금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 
 
최근 5년 동안 제때 지급하지 않은 보험금만 13조원을 훨씬 웃돈다는 보도도 나왔다. 보험금을 늦게 지급하면 이자도 얹어줘야 하지만, 이 역시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다. 그야말로 현대판 놀부들이다.   
 
보험사의 이 같은 ‘까칠함’으로 미뤄볼 때 지금 진행 중인 ‘숨은 보험금’ 찾아주기 캠페인의 결과가 새삼 주목된다. 지난해 12월18일 숨은 보험금 조회시스템인 '내보험 찾아줌'이 개통된 이후 올해 6월 말까지 2조1426억원이 주인에게 되돌려졌다. 그렇지만 이는 지난해 11월 기준 숨은 보험금 규모(약 7조4천억원)의 약 28%에 불과하다. 아직도 주인을 찾지 못한 보험금이 5조원을 넘는다. 
 
금융감독원과 보험업계는 숨은 보험금 조회시스템을 개선하기로 했다. 그런데 이들 숨은 보험금의 주인을 못 찾은 것인지, 안 찾은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사실 보험사들이 진작부터 보험금 지급대상을 성의껏 찾아 지급했다면 그토록 많은 금액이 숨어 있었을까. 
 
다행히 이번에는 과거와 달리 금융감독원이 나섰다. 캠페인이 약간이나마 성과를 낸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을 것이다. 만약 금융감독원이 지금이라도 발을 빼면 어떻게 될까. 아마도 숨은 보험금 찾기 캠페인은 그 즉시 중단되지 않을까 싶다.  
 
공연한 의심이 아니다. 이렇듯 소비자에 대한 보험사들의 인색한 태도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오랫동안 체질화된 악습과도 같다. 금융감독원이 악습을 종식시키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지만, 하루이틀 사이에 해결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당국의 결연하고 한결같은 실행 의지가 요구된다.   

차기태 언론인(folium@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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