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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 왜 안 지키나"…성난 BMW 차주들
서비스센터는 북새통…발표내용과 현장 대응 엇갈려
2018-08-07 17:31:14 2018-08-07 17:31:14
[뉴스토마토 김재홍 기자] "직장인이라 바쁜데 2시간째 차량 점검 순서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렌트카 서비스를 제공해준다고 해서 왔는데, 막상 서비스센터에 오니 안된다고 하고. BMW에 대한 실망감만 커지네요."
 
7일 서울 서초 중앙 서비스센터 근처에서 만난 320d 차주의 말이다. 그는 예약을 했음에도 순서를 기다려야 했고 언론 보도를 통해 렌터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BMW가 약속을 어겼다는 생각에 화가 난다고 했다.
 
520d 차주도 "화재 사고가 걱정되서 휴가를 내고 점검을 받으로 왔다"면서 "솔직히 안전점검이나 리콜을 받는다고 해도 화재가 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을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냉각수 누수가 화재 원인이라고 하는데 믿기도 어렵고 사태가 이 지경이 되도록 BMW와 국토교통부는 뭘 했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이들을 만난 서초 중앙 서비스센터에는 20대가 넘는 BMW 차량이 주차돼있었고, 양쪽 진입로에서 점검을 받으려는 차량들이 계속 들어오고 있었다. 이 곳은 좁은 골목에 타 브랜드 서비스센터도 2~3곳이 위치해있어 혼잡했다. 직원들은 차량을 점검하거나 주차 및 차량 정리로 분주했다.
 
강남역 서비스센터에서는 직원들이 분주하게 전화 응대를 하고 있었다. 이달초 전화가 불통되면서 예약조차 어려웠던 상황보다는 개선됐다. 오전 시간이었지만 고객 5~6명이 의자에 앉아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고, 30분 정도 흐르자 센터 근처로 BMW 차량들이 도착했고 고객은 10명 정도로 증가했다.
 
상담 직원은 "만약 오늘 안전진단 서비스를 신청하면 빨라야 11일에 예약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BMW는 오는 14일까지 10만여대의 리콜 대상 차량의 안전점검을 실시할 계획이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61개 공식 서비스센터가 하루에 1만여대를 점검하려면 센터 한 곳 당 160~170대를 담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BMW 사태가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차주들은 BMW가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서초 중앙 서비스센터 모습. 사진/김재홍 기자
 
출입문에는 '미예약 차량은 입고가 불가능합니다'라는 내용이 공지돼있었다. BMW코리아는 고객이 직접 센터를 방문하거나 고객이 있는 곳으로 직원이 직접 찾아가는 방문 서비스를 실시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래서 상담 직원에게 미예약 차량이 입고가 왜 불가능한지를 질문하니 "차주가 아니라면 저희는 대답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른 직원에게 일평균 점검 대수, 점검에 소요되는 시간 등을 질의했지만 "저희는 취재에 응할 수 없으며, 본사에 물어보셔야 한다"고 대답했다. 일부 직원은 자리를 피하기도 했다.
 
센터 내에서 만난 110d 차주는 "다행히 이번 리콜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모델이라 쉽게 점검을 받을 수 있었다"면서도 "다만 이번 여파로 BMW가 웃음거리가 되고 중고가격이 하락해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고객들의 불만에 대해 BMW코리아 관계자는 "렌터카 대차 서비스의 경우 센터마다 상황이 다를 수 있지만 안전점검이 오래 걸린다면 되도록 해드린다는 방침"이라면서 "고객이 예약을 하지 않더라도 점검을 받을 수 있으며, 다만 고객들이 몰릴 시간에는 대기 시간이 길어질 수 있다"고 답변했다.
 
한편, 김효준 BMW코리아 회장이 6일 기자회견을 열어 연이은 화재 사고에 대해 사과했지만 이번 사태의 후폭풍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오히려 화재 원인을 배기가스 재순환장치(EGR) 쿨러의 냉각수 누수 현상으로 지목하면서 논란만 확산됐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7일 BMW 사태와 관련해 "국토교통부와 BMW의 대처가 충분하지 않아 국민들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면서 "국민이 납득할만한 사후 조치가 필요하며, 이번 사태로 불안과 심려를 끼친 점에 사과한다"고 말했다. 올해 BMW 차량에서 30회가 넘는 차량 화재가 발생하자 국토부가 지난 26일 10만6317대의 리콜을 결정했고 30일부터 BMW가 공식 서비스센터에서 24시간 긴급 안전점검에 나섰지만 충분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냉각수 누수가 원인이라면 유럽 등 다른 국가에서도 유사한 사건이 발생해야 하지만 유독 국내에서만 화재 사고가 발생하는 현상을 설명할 수 없다"면서 "대다수 전문가들은 소프트웨어 설정이 EGR 모듈의 과부하를 유발해 화재가 일어나는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BMW가 근본적인 원인을 외면하고 부품 결함으로 사안을 몰고가고 있는데 책임있는 자세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BMW에 대한 차주들의 불만도 고조되고 있다. 'BMW 화재 사건 피해자 카페'의 한 회원은 "어제 안전진단을 받았는데 '리콜은 내년 3월에 받을 수 있다'는 문자가 왔다"면서 "그때까지 불안감을 안고 차를 타야하는지 고민된다"고 호소했다. 해당 카페를 개설한 성승환 변호사(법무법인 인강)는 "빠르면 오는 10일, 늦어도 13일에 집단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재홍 기자 maroniev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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