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양지윤 기자] 두산이 면세점 사업 진출 2년차를 맞았지만 실적이 아직 본궤도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 두타면세점은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의 장남이자 '두산 4세'인 박서원 두산 전무가 자존심을 내걸고 운영하는 사업이다. 두산은 사업 진출 당시 온·오프라인 면세사업으로 기반을 다진 뒤 해외진출을 통한 사업확대를 꾀할 계획이었으나 신세계면세점과 HDC신라면세점 등 쟁쟁한 경쟁자들과 차별화를 이루지 못하면서 흑자 유지에 급급한 상황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두타면세점은 올 2분기 매출액 1656억원, 영업이익을 31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액은 5.5%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흑자전환했다. 증권업계는 올 2분기 신세계면세점은 263억원, HDC신라는 4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추정한다.
두타면세점은 지난해 3분기까지 적자를 이어갔다가 같은해 4분기부터 흑자로 돌아섰다. 지난해 연간 적자규모는 139억원이다. 두타면세점은 3분기째 흑자 행진을 하고 있지만, 실적 개선에 대한 시장과 업계의 평가는 호의적이지 않다. 비슷한 시기 면세점 사업을 시작한 다른 그룹사와 비교하면 성장세가 더디다는 평가다.
실제로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이 합심해 만든 HDC신라는 지난해 1분기 흑자전환 하며 2015~2016년 문을 연 시내 면세점 중 가장 먼저 적자탈출에 성공했다. 지난해 연간 흑자 규모는 53억원이다. 신세계면세점 역시 지난해 3분기 흑자로 전환하며 작년 한해 146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신세계면세점은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동생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이 관련 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두산은 2016년 5월 면세점 개점에 앞서 지난 2015년 말 박서원 오리콤 부사장을 두산 면세점 전략담당 전무로 선임하며 경영 능력의 시험대에 오르게 했다. 박 전무는 사업 초기 '심야 면세점' 전략을 비롯해 K뷰티와 패션·잡화 브랜드 유치 등 다양한 시도를 하며 주목을 받았다. 올 들어서는 사진과 동영상 공유 서비스 인스타그램에서 직접 찍은 두타면세점 매장 사진을 올리는 등 홍보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유통업이 주력인 기존 면세 업체와의 경쟁, 사드보복에 따른 중국인 단체 관광금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또 에르메스·샤넬·루이비통 등 이른바 '3대 명품'을 유치하지 못해 매출 성장에 한계가 있는 점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두타면세점은 최근 가까스로 적자 수렁에서는 벗어났지만, 안심할 단계는 아니라는 게 시장의 공통된 견해다. 지난달 신세계면세점 강남점이 개장한데 이어 하반기에는 현대백화점 강남점이 출격 대기 중이다.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2분기 면세사업이 기대치보다 부진했다"면서 "하반기는 신세계 강남점 오픈 등으로 경쟁 심화가 예상되고 있어 실적 기대치를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두산 관계자는 "신세계와 현대백화점이 면세점을 신규로 열더라도 강남지역에 국한해 경쟁이 치열해 질 것"이라며 "동대문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주요 관광지인 만큼 이들을 공략하는 기존 전략을 충실히 추진하면 충분히 흑자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양지윤 기자 galile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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