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인터넷은행 특례법은 원칙 훼손? 주요 쟁점들 살펴보니…
"재벌 사금고 우려는 옛날 사고"…"서비스 다양화로 소비자혜택"
2018-08-08 20:41:37 2018-08-08 20:41:37
[뉴스토마토 정초원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해서는 은산분리를 완화해줘야 한다고 나서면서, 은산분리 규제를 둘러싼 논쟁이 격화되는 분위기다. '금융산업 발전'과 '은산분리 대원칙 훼손'이라는 상반된 시각으로 논쟁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명분이 아닌 실리적인 해법을 찾기 위해 주요 쟁점을 살펴봤다.
 
은산분리 완화를 반대하는 진영에서는 인터넷은행이 대주주의 사금고화로 전락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청와대는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도록 대주주 자격을 제한하고 대주주와의 거래를 금지하는 등 보완장치를 함께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시민단체들의 반대 논리는 강경하다.
 
사금고화 문제에 대해서는 전문가들도 의견이 갈린다. 고동원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인터넷은행에 한해서만 은산분리를 완화해준다고 하더라도 원칙이 무너지는 단초를 줘 은행이 산업자본의 사금고가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조동근 명지대 교수는 "은산분리 자체를 누가 부정하겠냐"면서 "하지만 카카오 같은 기업이 굳이 인터넷은행을 통해 계열사 신용공여를 하고 사금고화를 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보는 것은 옛날식 사고방식"이라고 지적했다. 
 
꼭 은산분리를 완화해야만 인터넷은행이 활성화되느냐는 것도 시민단체들이 제기하는 의문이다. 은산분리 완화 반대론자인 박상인 서울대 교수도 "카카오뱅크는 은산분리 원칙을 지키면서도 자본확충에 성공했고 영업도 잘하고 있다"며 "은산분리와 자본확충은 무관하다"고 말했다.
 
카카오뱅크는 한국투자금융지주가 58%의 지분을 책임지며 은행업에서 나름대로 저변을 확대했다. 카카오뱅크의 여신액은 지난달 기준 7조1000억원을 기록했으며, 보유 고객도 630만명을 넘어섰다. 은산분리 반대 측에서는 굳이 규제를 완화하지 않고도 기업공개(IPO) 등을 통해 금융자본의 투자를 받아 인터넷은행의 사업역량을 키울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케이뱅크의 상황을 보면 자본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것을 부정하기 힘든 게 사실이다. 카카오뱅크에 비해 주주 구조가 복잡한 케이뱅크는 주주 간의 자본확충 의견을 모으기가 쉽지 않아 수차례 증자에 실패했다. 당초 1500억원을 증자할 예정이었지만, 계획과 달리 현재까지 300억원까지만 증자했다. 자본금이 부족한 탓에 여신상품 판매를 수차례 중단하기도 했다. 케이뱅크의 여신액은 지난달 기준 1조1500억원 수준이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금융자본으로 자본확충하는 것도 방법이겠지만, 아마 어려운 길일 것"이라며 "인터넷은행의 핵심은 결국 혁신적인 기술인데, 그런 기술을 갖지 않은 일반적인 금융자본이 갑자기 대규모 자금을 투자하며 인터넷은행 사업에 들어오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조 교수도 "규제 완화를 반대하는 쪽 주장대로라면, 금융자본이 투자할 때까지 기다리기만 해야 하나"라며 "새로운 산업에서의 비즈니스 기회를 적기에 포착하려면 산업자본의 투자를 굳이 막을 필요가 없다. 일반은행도 아니고 인터넷은행까지 규제해야 한다는 것은 케케묵은 옛날식 사고방식"이라고 지적했다.
 
해외에서는 여전히 은산분리 규제를 지키고 있다는 것도 규제 완화 반대론자들이 거론하는 내용 중 하나다. 실제로 미국은 기업의 은행 소유를 금지하는 은산분리 규제를 두고 있다. 캘리포니아와 하와이, 콜로라도, 인디애나 등 특정 주에서만 예외적으로 이 규제를 적용하지 않는다.
 
하지만 인터넷은행이 활발한 다른 나라 사례를 둘러보면 상황은 또 다르다. 8개 인터넷은행을 운영하는 일본은 산업자본이 인터넷은행 지분을 100% 소유할 수 있도록 허용해준다. 이온은행은 일본 대형마트인 이온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으며, 라쿠텐은행도 라쿠텐쇼핑몰이 지분 100%를 갖고 있다. 이 밖에 일본의 대표적인 전자기업인 소니는 소니은행, 편의점 사업을 하는 세븐일레븐은 세븐은행의 주요 주주로서 사업을 주도하고 있다. 특히 이들 기업은 각자가 보유한 산업기술을 특기로 살려 은행업 경쟁을 촉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유럽과 중국도 금융업에 진출에 큰 제약을 받지 않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특히 세계적인 핀테크 강자로 떠오른 중국은 은산분리 제약을 전혀 받지 않는다. 텐센트가 대주주 역할을 하는 중국 1호 인터넷은행 위뱅크,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가 주도한 마이뱅크가 대표적이다.
 
인터넷은행의 긍정적 효과로 꼽혔던 '고용창출'에 대해서는 전문가들도 고개를 젓는다. 그간 금융당국은 은산분리가 완화돼 인터넷은행이 활성화되면 고용을 늘리는 데도 일정 부분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하지만 비대면 영업이 특징인 인터넷은행의 특성을 감안하면 고용창출 효과는 없을 것이라는 게 진보 시민단체들의 주장이었다. 성 교수는 "고용창출 효과는 많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으며, 조 교수도 "비즈니스를 만들어주면 부수적으로 고용도 따라올 순 있겠지만, 단기적인 고용창출을 목표로 보긴 힘들다"고 평가했다.
 
금융권에서는 그동안 '은산분리 규제'가 금융산업에서 깰 수 없는 성역으로 여겨졌던 만큼, 최근의 논란은 어쩔 수 없는 수순이라고 보고 있다. 성 교수는 "은행업이 시대에 맞게 변화하면서 생긴 논쟁"이라면서 "인터넷은행은 저렴한 금리를 제공해 소비자 후생에 도움을 주고, 은행업 경쟁을 촉진시키는 효과가 있다. 그런 측면이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초원 기자 chowon616@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