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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적폐 드러났다. 법적 대응도 불사"
국토부, 사실관계 확인 착수…강원·충북 도민들 분노
2018-08-09 17:45:27 2018-08-10 08:25:26
[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국토교통부와 항공사들이 저비용항공사(LCC)의 신규 진입을 저지하기 위해 공모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플라이강원 및 에어로케이와 이들을 유치해 지역경제 활성화를 꾀하려던 지역민들은 분노했다. 이들은 "항공 적폐의 실상이 확인됐다"며 "감사원은 당장 국토부 감사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해다. 또 "이번에도 면허가 반려되면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국토부는 "사실관계를 확인해 유착이 드러나면 징계하겠다"는 입장이다.
 
본지는 9일자 1면에서 아시아나항공 대외협력팀이 작성한 내부 문건을 토대로 아시아나항공과 국토부의 유착 의혹을 보도했다. 총 36장 분량의 문서를 보면, 아시아나항공은 국토부와 긴밀히 협의하며 플라이강원과 에어로케이 등 신규 LCC 진입을 저지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지역 LCC 난립 여론 조성', '국토부와 주요 반대논리 공유' 등의 문구에서 확인되듯, 이들은 현재 항공시장을 과당경쟁 상태로 규정하고 신규 LCC 진입과 관련해 부정적 의견들을 주고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신규 LCC 진입을 반대한 곳은 아시아나항공만이 아니다. 다른 곳들도 입장은 같았다. 업계 관계자는 "경쟁자가 느는데 기존 사업자들이 찬성할 리 있었겠느냐"면서 "기존 사업자 8곳 모두 반대했다. 특히 LCC 자회사 두 곳(에어부산, 에어서울)을 보유한 아시아나항공과, 플라이강원 설립으로 2대주주에서 경쟁관계로 틀어진 이스타항공이 강하게 반대했다"고 그간의 사정을 설명했다.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카르텔이었다는 고백이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일단 사실관계를 확인한 후 조사에 착수한다는 방침이다. 국토부 측은 "기업과 유착했다는 주장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부인하면서도 "최근 항공정책 관련 담당자들이 바뀌면서 관련 내용을 당장 확인할 수 없어 자세히 살펴볼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유착'이라는 게 어느 정도, 어느 수준인지 먼저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이후 조사를 통해 문제가 드러나면 징계 여부 등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왼쪽부터)정부세종청사 내 국토교통부 전경, 서울 광화문 금호아시아나 사옥. 사진/뉴스토마토
 
이날 항공업계도 종일 들썩였다. 플라이강원은 2016년과 지난해 항공운송면허를 신청했지만 석연치 않은 이유로 연거푸 반려됐다. 에어로케이도 지난해 면허를 신청했으나 역시 고배를 마셨다. 두 곳 다 자본금과 노선계획, 항공기 보유 대수 등 면허 요건을 모두 충족시켰음에도 탈락했다. 그간 배경을 놓고 설왕설래하던 이들은 당국과 대형항공사 간 유착이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허탈과 충격에 빠진 모습이다. 면허가 불허된 한 LCC 관계자는 "설마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항공재벌 이해관계를 충족시키기 위해 정책 결정이 이뤄졌다는 것 아니냐"며 "기득권 세력의 실체가 확인된 만큼 올해도 면허가 반려되면 법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말했다. 
 
정준화 '양양국제공항 모기지 항공사 유치 대책위원회' 위원장은 "항공재벌과 당국이 가세한 항공 적폐가 그 실상을 드러냈다. 그들이 쳐놓은 거대한 진입장벽이 비로소 확인됐다"며 "감사원은 당장 국토부를 감사하고, 김현미 장관에 대해서도 직무유기로 고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원도와 충북도 등 관련 지자체들도 진상 파악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지역을 지역구로 둔 국회의원들도 국토부에 강하게 항의할 방침이다.
 
송영출 광운대 경영학부 교수는 "신규 사업자가 시장에 들어와야 혁신도 이뤄진다. 이를 막는 것은 기존 사업자의 이해만 강화하는 것"이라며 "당국과 특정기업의 결탁은 공정경쟁을 말하는 문재인정부의 국정 방향과도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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