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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책은행 피소금액 수조원…정책금융 부실에 혈세 '줄줄'
산은 1.5조·수은 1245억원대…산은, 되레 정부증자 요구중
조선업 금융정책 관련 소송 잇따라
2018-08-10 08:00:00 2018-08-10 08:00:00
[뉴스토마토 최홍 기자] KDB산업은행·한국수출입은행이 최근 1년간 기업 및 기관으로부터 소송 당한 금액이 수조원에 이르고, 이 가운데 패소해 돌려줄 가능성 있는 금액만 수천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송 대부분은 기업과 잘못된 계약이행과 출자사들의 경영부실에 따른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매번 자행되는 정책금융 실패에 세금 낭비가 우려되는 상황인데도 국책은행은 정부에 수천억원의 유상증자를 요구하고 있다.
 
9일 산업은행 및 수출입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피소 당한 건수는 총 403건이다. 피소 금액만 1조6245억원에 이른다. 여기서 패소할 여지가 있어 빼놓은 소송충당부채 금액도 3558억원이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피소 현황을 비교하면 산업은행이 건수와 금액 모두 압도적으로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기준 산업은행의 피소 건수는 394건이지만 수출입은행은 9건에 그쳤다. 피소금액도 산업은행이 1조5000억원, 수출입은행은 1245억원으로 격차가 크다.
 
재정부담이 될 수 있는 소송충당부채도 산업은행만 쌓아놨다. 산업은행의 소송충당부채는 3558억원에 달했다. 소송충당부채란 패소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해 따로 쌓아두는 충당금을 말한다. 산업은행의 충당금은 전년(2047억원) 대비 무려 74%가 증가했다.
 
피소 금액으로 국책은행의 정책금융 전반을 모두 판단할 수 없지만,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는 점은 어느정도 의심할 수 있다. 기업들 대부분이 계약상 국책은행으로부터 불합리성과 부당함을 느껴 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불만은 산업은행이 진행한 조선업 금융정책에서 가장 많이 나타났다. 산업은행의 주요 피소건수는 대부분 조선업과 연결됐다는 점이 공통으로 확인됐다.
 
2007년 조선업황 위기가 코앞일 때 산업은행은 STX중국법인에 무리하게 대출해줬다가 대출금을 못돌려받자 투자은행들로부터 소송을 당한 바 있다. 또 2008년 급급하게 대우조선을 한화에 매각하려다 실패해 계약금 반환을 요구하는 소송이 걸리기도 했다. 그만큼 산업은행이 조선업 금융정책에 취약하다는 방증이다.
 
금융정책 실패로 세금 수조원이 소송금액으로 노출 된 상황이지만 오히려 산업은행은 곳간이 비었다며 정부에 유상증자를 노골적으로 요구 중이다. 실제로 최근 산업은행은 기재부에 중소기업 지원을 위한 수천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요청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산업은행이 정부의 금융정책 대리인으로서 아직도 온전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익명을 요구한 경제학과 교수는 "산업은행은 주인-대리인 문제(Principal-Agency Problem)에서 아직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대리인으로서 국민의 세금을 냉철하게 운용해야 하는데 늘 잘못된 판단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홍 기자 g243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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