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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상품 분류 휠소터로 개선됐지만 노조에겐 '눈엣가시'
CJ대한통운과 택배연대노조 분류작업 두고 팽팽한 긴장
노조 "분류작업 공짜 노동" vs CJ "자동화로 분류없어. 상품 인수하면 끝"
2018-08-09 16:37:25 2018-08-09 16:37:25
[뉴스토마토 구태우 기자] CJ대한통운과 노조 소속 택배기사가 택배상품 분류작업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노조측은 분류작업에 최대 7시간이 걸려 이른바 '공짜 노동'을 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반면 CJ대한통운은 상품을 전자동으로 분류하는 시스템을 도입한 뒤 작업 시간과 노동강도가 크게 줄었다는 입장이다. 
 
9일 CJ대한통운과 민주노총에 따르면, 택배연대노조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CJ대한통운이 분류작업과 관련해 여론을 호도했다고 주장했다. CJ대한통운은 같은날 언론사 기자들을 경기도 양천서브터미널로 초청해 자동분류 시스템을 시연했다. 종합하면 노사의 주장 모두 일리가 있다. 
 
9일 양천서브터미널의 ITS 스캐너에 택배상품이 통과하고 있다. 사진/구태우 뉴스토마토 기자
 
CJ대한통운은 2016년 11월부터 전국 지역 터미널에 휠소터를 통한 자동분류 시스템을 도입했다. 178개 터미널 중 145개 지역 터미널이 도입을 완료한 상태다. 허브 터미널(대분류)에서 지역 터미널(소분류)로 도착한 상품을 컨베이어벨트에 실어 보내면, ITS 스캐너가 택배상품을 택배기사의 권역에 맞게 소트로 보낸다. 택배기사는 소트에 상품이 들어오면 정리한 뒤 택배차량에 싣는다. 자동분류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택배기사의 분류작업은 상당히 간소화됐다. 도입 이전에는 택배기사가 컨베이어벨트에 일렬로 서서 택배상품을 일일이 분류했다. 택배기사는 분류작업이 끝날 때까지 컨베이어벨트에서 잠시도 눈을 뗄 수 없었다. 현재는 컨베이어벨트를 통과한 상품을 인수하고 정리하는 작업만 필요한 상황이다. 
 
CJ대한통운은 자동분류 시스템을 도입한 뒤 작업 시간과 노동강도가 크게 줄었다는 입장이다. 택배상품 분류 작업이 택배배송에 포함된다는 대법원 판결은 회사 측의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 분류작업이 이른바 '공짜 노동'이 아닌 상황에서 자동분류 시스템을 도입해 오히려 개선됐다는 게 회사의 설명이다.
 
노조 측 주장도 설득력은 있다. 허브 터미널에서 지역 터미널로 오는 간선차량이 오후를 넘기는 경우가빈번하다. 이날 양천서브터미널의 경우 오후에 들어온 간선차량은 없었다. 오전 11시47분 분류작업이 끝났다. 반면 지난 7일 수원서브터미널은 오후 2시20분, 안산서브터미널은 오후 1시30분에 분류작업이 마무리됐다. 간선차량이 오후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분류작업이 늦게 끝날 경우 배송출발 시각도 늦어진다. 결과적으로 택배기사가 배송을 마치는 시간도 함께 늦어진다. 택배기사가 장시간 노동을 하는 이유 중 하나다. 
 
노조는 이를 고려해 분류작업에 대한 수수료를 요구했다. 배송 수수료가 지속적으로 떨어지는 점도 택배기사가 분류작업 수수료를 요구하는 배경이다. 월 수입을 유지하기 위해선 배송 물량을 늘릴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분류작업이 택배기사에게 '눈엣가시'이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택배수요가 늘어 택배기사의 배송물량과 월 수입은 늘고 있다. 
 
CJ대한통운은 자동분류 시스템을 도입한 만큼 택배기사 스스로 분류작업을 개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역 터미널에서 소화할 수 있는 택배상품도 증가한 상황에서 분류도우미 사용, 일 2회 배송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분류도우미를 사용하면 택배기사는 배송에 전념할 수 있고, 하루 2회 배송을 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택배기사는 택배 물량이 한정적인 상황에서 분류도우미를 사용하고, 하루 2회 배송하면 월 수입이 줄 것으로 우려했다. 일 2회 배송에 따른 유류비 등 투입비용을 감당할 정도로 물량이 늘지 않는 한 어렵다는 것이다. 
 
구태우 기자 goodtw@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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