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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대줄테니 배 고쳐라"…해운사·정유사 '탈황규제' 대응 분주
IMO, 2020년 황산화물 배출규제 시행…"스크러버 달아주고 설비교체"
2018-08-13 15:59:54 2018-08-13 15:59:54
[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국제해사기구(IMO)의 황산화물 배출규제가 2020년부터 시행됨에 따라 해운과 정유 등 관련 업계가 시장선점과 수익성 확보를 위해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 특히 해운업계는 배출규제를 지키려고, 정유업계는 고유황유 수요를 유지하는 데 초점을 맞추면서 정유사가 탈황설비(스크러버) 설치를 돕는 아이디어도 힘을 얻는다. 
 
13일 해운과 조선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 등 정유업계는 해운사에 자사의 고유황유를 쓰는 조건으로 스크러버 설치비를 지원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이를 위해 스크러버 생산업체와 협력하거나 해운사에 제안을 내민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2016년 IMO가 황산화물이 산성비를 유발한다고 판단해 환경규제를 강화, 2020년 1월1일부터 전세계 선박연료의 황 함량을 3.5%에서 0.5%로 낮추기로 한 데 따른 산업계 동향 중 하나다.
 
사진/뉴시스
 
한국산업연구원과 한국선주협회 등에 따르면 2020년까지 황산화물 규제를 충족시켜야 하는 국적선은 약 1100척이다. 앞으로 배출규제를 어기면 세계 어디서든 입항이 막힌다. 업계 관계자는 "IMO 규제의 단속은 선박이 입항하는 항만에서 이뤄진다"며 "어떤 선박이 2019년 12월에 고유황유를 주입하고 출항했더라도 그 배가 2020년 1월1월 이후 입항한다면 단속 대상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2020년 배출규제에 대비하려면 최소 2019년 4분기에 출항하는 선박부터는 탈황 대책을 마련해 운항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해운업계의 선택지는 3가지다. 황 함량이 낮은 저유황유를 쓰거나 스크러버를 장착하는 방법, 액화천연가스(LNG)를 연료로 사용하는 배를 만드는 대안도 있다. 일단 저유황유를 사용하면 황산화물 배출을 줄일 수 있지만 가격이 문제다. 올해 상반기 저유황유는 고유황유보다 약 50% 비쌌다. 업계 관계자는 "유럽노선을 운항하는 8000TEU 선박의 1년 연료비를 기준으로 고유황유는 3600만달러, 저유황유는 5000만달러"라고 말했다.
 
스크러버를 설치하면 인위적으로 황 함유량을 낮출 수 있다. 단 여기도 설치비가 부담이다. 선박에 따라 다르지만 평균 50억원대, 많게는 100억까지 올라간다. 장비 설치까지 6개월~1년 동안 운항을 멈춰야 하는 점도 부담이다. 특히 노후 선박에는 스크러버를 달아도 운항 횟수가 적어 수지가 안 맞는다. 스크러버가 크기가 탓에 소형 선박에는 장착도 안 된다. 현재 업계는 노후·소형 선박 비율을 전체 선박의 40% 정도로 추산한다. 
 
이에 해운사와 정유사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정유사가 스크러버 설치를 지원하는 데까지 논의가 발전했다는 설명이다. 정유사도 IMO 규제에 대비, 저유황유를 생산하기 위해 1~2년 전부터 설비고도화를 하고 있다. 하지만 원유정제 특성상 아예 고유황유를 생산하지 않을 수 없다. 정유사로서는 계속 생산되는 고유황유 수요를 확보할 수 있으므로 꼭 손해가 아니라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해운사는 스크러버 비용을 분담해준다면 굳이 마다할 이유가 없다"며 "정유사도 스크러버 달아주고 지속적으로 급유계약을 할 수 있으니 나쁜 조건이 아니고, 유럽 정유사도 스크러버 설비를 지원하는 데 적극적"이라고 말했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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