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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 다 되는 세상)연결성 플랫폼으로 AI 스피커 낙점…융복합 시대 패권경쟁 돌입
아마존·구글·애플 3파전…삼성 등 후발주자들도 가세 "경쟁은 이제 시작"
2018-08-14 06:00:00 2018-08-14 06:00:00
[뉴스토마토 채명석 기자] 인공지능(AI) 스피커의 보급 확산은 '융·복합 시대'의 핵심인 연결성을 위한 도구로 '음성(Voice)'이 자리매김했음을 보여준다.
 
인터넷 보급이 본격화된 1990년대부터 기업들은 집과 이동수단, 사무실 등 사람이 활동하는 24시간 동안 접하는 모든 기기들을 네트워크로 연결해 생활의 편의성을 높이고 경제적 가치를 제고하기 위한 방안에 몰두했다.
 
이는 디지털 컨버전스의 진화 단계와 연결됐다. 즉 ▲1단계로 기기와 서비스의 디지털화 ▲2단계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기기의 컨버전스 ▲3단계 네트워크와 서비스의 컨버전스 ▲4단계에서는 모든 사물에 컴퓨터가 내장돼 네트워크로 연결하며 사람이 필요한 정보를 언제, 어디서나, 누구와도 쉽게 주고받을 수 있는 '유비쿼터스' 시대로 발전한다는 게 요지다.
 
이 과정에서 모든 기기 간 연결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을 주인공, '플랫폼'으로 무엇을 선정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다. 이 디바이스가 무엇이냐에 따라 유비쿼터스, 또는 융·복합 시대의 패권이 좌우될 수 있기 때문에 기업들은 치열한 눈치작전도 병행해야 했다.
 
 
삼성은 냉장고, 소니는 PS
연결성을 위한 플랫폼 구상은 각 기업들의 핵심사업에 따라 달랐다. 초창기 플랫폼 경쟁은 아무래도 모바일 데이터 통신이 활발히 전개되지 않았던 만큼 ‘홈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 구상이 주를 이뤘다.
 
기업들은 가정에서 하루 24시간 전원을 사용하는 가전제품이나 많은 시간을 활용하는 제품을 플랫폼으로 활용하려고 했다. 삼성전자의 경우 냉장고, 통신사와 건설업체들은 인터넷 셋톱박스를 기반으로 한 홈 네트워크를 휴대전화 서비스와 연결했다. 일본 소니는 자사가 판매하는 게임기 ‘플레이 스테이션’을 중심으로 한 네트워크 서비스를 제안했다.
 
이들 기업들의 도전은 성과를 보지 못했다. 자사의 제품들하고만 네트워킹이 가능해 연결성이 제한됐기 때문이다. 한계를 탈피하기 위해 연합에 참여할 업체들도 모색했지만 이견이 엇갈려 동맹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스마트폰 시대 개막…음성인식 재조명
2000년대 중반 데이터 통신이 주를 이루는 3세대 이동통신 서비스가 본격화되고, 곧이어 애플의 아이폰을 시작으로 스마트폰 시대가 개막하면서 융·복합을 위한 시도는 탄력을 받았다. 특히, 한정된 범위 내에서 사용이 제한됐던 음성인식 기술도 진화했다. 2011년 애플이 내놓은 아이폰에 탑재된 '시리(Siri)'는 정보의 3대 요소(음성·문자·영상) 가운데 음성인식의 가능성을 재조명한 것으로 평가된다.
 
3년 후인 2014년,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이 음성인식 기능을 갖춘 세계 최초의 AI 스피커 '에코(Echo)'를 내놨다. 알렉사(Alexa)를 탑재한 에코는 AI 스피커와 관련한 '사실상의 표준'(de facto standard)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후 애플과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삼성전자 등 내로라하는 글로벌 IT 공룡들이 음성인식 시장에 본격 가세했다. 이들 기업들이 출시한 음성인식 시스템은 앱(App) 기반 소프트웨어(SW)로 구현되기 때문에 스피커는 물론 경쟁사를 포함한 어떤 전자·IT기기라도 적용하는 즉시 사용할 수 있어 확장성이 뛰어나다. 최소의 비용과 간단한 절차로 네트워크를 구현할 수 있기 때문에 융·복합 시대를 앞당기는 기폭제가 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IHS마킷은 AI 스피커(스마트 스피커) 시장 규모는 올해 63억달러에서 오는 2021년 112억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는 사물인터넷(IoT)을 기반으로 한 스마트 네트워크의 플랫폼으로 스마트폰과 함께 AI 스피커가 중추적인 역할을 맡을 것이라는 점을 의미한다. IHS마킷 측은 “많은 업체들이 자사 제품에 홈 네트워크 생태계에 활용할 수 있도록 옵션을 제공하고 있지만, AI 스피커의 비용과 편의성이 높아 향후 수년간 수요가 계속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은 초기 단계…후발주자들도 기회
사용시간 별로 본 AI 스피커 시장 영향력은 아마존의 '알렉사(Alexa)'가 가장 크며, 구글의 '어시스턴트(Assistant)', 애플의 '시리(Siri)' 등이 뒤를 잇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구도가 음성인식 시장의 대세로 굳어졌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IHS마킷이 미국·영국·일본·독일·브라질 등의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AI 스피커 사용 실태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만이 AI 스피커를 가정에 있는 다른 기기와 연결해 사용했다. 나머지는 검색이나 날씨·뉴스 체크, 음악·영상 감상, 통화, 상품 구매 등 기초적인 수준으로만 활용했다.
 
AI 스피커가 음성인식 이외의 제어 기능도 제공하는 만큼 가정용 스마트 기기와 기업용·산업용 스마트 장치 등의 보급이 확산되면 후발 주자들도 언제든지 선두권을 따라잡을 수 있는 역동적인 시장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채명석 기자 oricms@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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