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셈법 복잡한 현대오일뱅크 IPO…"상장 전선 이상 무"
6년만의 재도전…현대중공업그룹 지배구조 개편 마지막 열쇠
2018-08-15 13:22:41 2018-08-15 13:22:41
[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올해 기업공개(IPO) 최대어로 꼽히는 현대오일뱅크가 지난 13일 유가증권시장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했다. 지난 7월 신청서를 접수한 지 한달 만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은 현대오일뱅크 상장을 통해 순환출자를 해소하고 지난해부터 추진한 사업구조 재편을 마무리할 방침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지주회사이자 현대오일뱅크 지분 91.1%를 보유한 현대중공업지주는 지난해 12월26일 재무건전성 강화와 신사업 투자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현대오일뱅크의 IPO를 결정, 올해 중 상장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번에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하면서 코스피 상장을 위한 문턱은 일단 넘어섰다.
 
하지만 상장까지는 넘을 산이 많다. 업황에 대한 기대감으로 무난히 상징이 진행되리라는 분석이지만, 최근의 시황은 미묘하게 어긋난다. 우선 현대오일뱅크가 영위하는 원유정제 처리업은 최근 1~2년 새 실적잔치를 벌였다. 올해 2분기 현대오일뱅크는 매출액 5조4532억, 영업이익 3136억을 기록하며 각각 전년 동기 대비 34.5%, 66.4% 증가했다.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비교하면 연간 매출액은 25.9%, 영업이익은 100.3% 늘었다.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업계가 국제유가 상승과 정제마진 개선 덕을 본 데다 석유화학 부문으로의 사업구조 확장을 통해 수익성까지 양호해지면서 실적이 신장됐다는 의견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현대오일뱅크의 성장성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판단, 상장되면 기업가치는 최대 1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한다. 이 경우 현대중공업지주가 20% 안팎의 구주와 신주 발행을 동시에 진행한다면 약 2조원의 현금을 확보할 수 있을 전망이다.
 
충남 대산에 위치한 현대오일뱅크의 BTX 공장. 사진/현대오일뱅크
 
반면 불안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지난 4월 상반기 SK루브리컨츠의 상장이 엎어진 것에 대한 연장선상이다. 당시 SK루브리컨츠도 '조 단위' IPO로 불렸으나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 실패, 상장이 좌절됐다. 현대오일뱅크와 SK루브리컨츠는 정유와 윤활기유라는 사업 연관성을 갖기에 시장에서는 정유업계의 성장성에 의구심이 제기됐다. 실제로 현대오일뱅크와 SK루브컨츠는 2012년 상장을 추진했다가 무산된 바 있다. 2011년 정유업이 유례없는 호황을 누린 덕에 상장 기대감이 컸지만 이듬해 상반기 국제유가가 급락, 업황이 기울면서 상장도 실패했다. 최근 상장한 티웨이항공과 롯데정보통신이 기대만큼 주목받지 못한 것도 현대오일뱅크 상장에 악재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번 현대오일뱅크 상장에 현대중공업그룹의 지배·재무구조 개선이 걸린 만큼 그룹에서 상장을 치밀하게 준비·추진하리라는 관측이다. 업계 관계자는 "그룹이 순환출자 해소를 위한 자금마련은 물론 올해까지 약 7000억원의 차입금을 상환하려면 상장에 집중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이 올해 6월 IR 총괄임원(상무)으로 성기종 전 미래에셋대우증권 연구위원을 영입한 것도 상장에 힘을 실으려는 행보라는 분석이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이른 시일 안에 공모계획을 확정하고, 유가증권의 모집, 매출의 내용과 일정 등의 사항을 담은 증권신고서를 금융위원회에 제출할 것"이라며 "올해 중 상장한다는 계획에는 변함없고 착실히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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