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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주식 직구시대 활짝)①높은 수익률 매력에 몰려드는 투자자들
증권업계 앞다퉈 고객 유치전…"달러 강세 속 해외직투 점점 늘어날 것"
2018-08-17 08:00:00 2018-08-17 08:00:00
[뉴스토마토 신항섭 기자] 최근 국내 증시 부진이 계속되면서 투자자들이 직접 해외주식을 구매하는 이른바 ‘해외 직투’가 급증하고 있다. 국내 증시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데다 증권업계도 종목 분석 등 관련 정보를 앞다투어 소개하면서 투자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17일 한국예탁결제원 세이브로(SEIBro)에 따르면 올해 외화증권 주식 결제 매수금액은 115억4632만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작년 전체 매수액인 120억8086억달러에 근접한 수준이다. 상반기 기준으로는 작년 50억4452만달러에서 96억6044만달러로 2배 가까이 늘어났다.
 
수수료 부담에도 높은 수익률 부각
 
이처럼 해외주식 구매가 늘어나고 있는 것은 미국 등 선진국 증시가 국내보다 높은 수익을 거두고 있기 때문이다. 14일(현지시간) 기준 올해 미국 다우존스 산업지수는 2.34% 상승했고, 스탠다드앤푸어스(S&P) 500 지수는 6.22% 올랐다. 특히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 지수는 14.01% 급등했다. 반면 같은 기간 코스피는 8.45% 하락했고, 코스닥도 4.56% 떨어졌다.
 
해외주식 구매시 수수료가 높다는 단점이 있지만, 수익률이 이를 만회하는 것이다. 주요 증권사들은 미국 주식 수수료로 0.25~0.3%를 받고 있고 최저 수수료로 5~10달러를 책정하고 있다. 여기에 환전 수수료 약 0.8%가 추가돼 거의 무료에 가까운 국내주식 수수료에 비하면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직투족들이 가장 많이 사들인 것은 미국 주식으로 나타났다. 올해들어 현재까지 미국 주식 매수액은 74억6771만달러로 작년 전체의 70억9616만달러를 이미 넘어섰다. 상반기 기준으로는 작년 27억5011만달러에서 올해 61억9863만달러로 125.3% 급증했다.
 
미국 주식 보관 잔액 역시 이미 작년 수준을 넘어섰다. 작년 보관 잔액은 42억2341만달러였으나 올해는 현재까지 56억5084만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개별 종목으로는 미국의 아마존(7억7976만2358달러)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그 뒤는 텐센트홀딩스(4억1456만4129달러), 항서제약(4억1198만7593달러), 신일본제철(3억1745만9426달러), 구글(2억8252만9761달러) 등으로 집계됐다.
 
 
직접투자 용이해진 환경도 한 몫
 
해외주식 구매가 늘어나게 된 배경 중 하나로는 예탁결제원의 수수료 인하가 꼽힌다. 증권업계는 해외주식 투자 문의가 이전부터 있었지만 높았던 해외주식 보관·결제 수수료가 발목을 잡고 있었다고 설명한다.
 
1994년 해외주식 집중예탁의무가 법제화된 이후 예탁결제원은 20여년간 해외주식 투자 관련 수수료를 징수하지 않았으나 누적 적자가 커지자 2013년부터 수수료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해외주식 수수료에 대한 불만이 지속적으로 제기됐고 결국 예탁결제원은 작년 10월과 올해 1월에 일부 국가에 대한 결제 수수료를 인하했다.
 
미국과 베트남은 각각 5달러에서 4달러, 25달러에서 20달러로 20% 내렸고 일본은 15달러에서 8달러로 47%, 홍콩은 12달러에서 8달러로 33% 인하했다. 가장 인하율이 높았던 곳은 벨기에로 30달러에서 10달러로 67% 내렸다. 투자 수수료 평균 인하율은 36%이다.
 
증권업계도 고객 편의성을 향상시키며 시장 확대에 나서고 있다. 삼성증권,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등은 통합증거금 서비스를 도입했다. 환전 없이 원화로 주문한 후 향후 환전하는 방식이다. 대신증권은 지난 4월부터 첫 해외 증권계좌 개설 고객에게 1년간 수수료를 면제해주는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고, 교보증권은 내년까지 미국 주식거래 수수료를 0.15%로 인하하는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아울러 대부분의 증권사들이 해외주식 계좌 개설 후 처음으로 거래하는 고객에게 사은품을 증정하는 한편, 해외주식 환전 수수료 인하 이벤트를 하고 있다. 온라인 매매 서비스 국가도 종전에는 미국, 홍콩, 일본, 중국 등에 한정돼 있었으나 베트남, 브라질 등이 새롭게 추가됐다. 지점을 방문할 경우는 20여개국의 주식을 사고 팔 수 있다.
 
증권사들 투자설명회도 적극적
 
투자설명회도 적극적이다.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등은 해외주식 관련 투자설명회를 열어 해외주식시장에 대한 현황 설명 및 전망, 종목 추천 등을 진행하고 있다.
 
다만 지난 5월 발생한 유진투자증권의 해외 유령주식 매매 사고에서 알 수 있듯이, 시스템적으로 해결해야 할 요소도 남아있다. 해외주식 투자의 경우, 집중예탁 의무에 따라 예탁결제원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예탁결제원이 관련 내용을 전달한 후 증권사들이 최종 처리하는 구조다. 만약 내용 전달이 늦거나 증권사들의 처리가 지연될 경우, 이번과 같은 사고가 재연될 수 있다.
 
증권사 관계자는 “국내 투자 대안이 줄어들고 있어 해외 투자에 대한 관심이 커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며, 증권사들도 고객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면서 “투자자 입장에선 통화도 중요한데 달러 강세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해외직투에 유리한 환경”이라고 말했다.
 
신항섭 기자 kalth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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