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저축은행, 지점 설치기준 완화에도 '시큰둥'
지점 개설 증자기준 50% 완화…저축은행 업계 "여전히 시중은행보다 높은 기준"
2018-08-19 12:00:00 2018-08-19 12:00:00
[뉴스토마토 김형석 기자] 오는 22일부터 저축은행 지점 설치기준이 완화되지만 저축은행 업계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증자요건 없이 지점을 설치할 수 있는 시중은행 수준의 규제 개선 없이는 저축은행들이 지점 확충에 나서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오는 22일부터 저축은행들의 지점 또는 출장소 설치 기준 완화를 담은 '상호저축은행법 시행령' 개정안을 시행한다.
 
이번 개정안에는 저축은행의 지점 개설 시 증자요건을 기존보다 50% 완화하는 것이 골자다. 기존에 저축은행들은 새 지점 설치를 위해 120~140억원의 증자를 실행해야 한다. 하지만 22일부터는 60~70억원의 증자로도 새 지점을 개설할 수 있다. 출장소의 경우 설치 시 증자를 하지 않고도 개설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저축은행이 점포를 개설할 경우 수도권에서 지점을 개설할 경우 60억원, 광역시와 지방은 각각 40억원, 20억원을 증자해야 한다.
 
금융위 관계자는 "저축은행의 지점과 출장소 설치 시 요구되는 증자기준을 완화해 시중은행을 이용하기 어려운 금융취약계층에 대한 금융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이 같은 개정안을 추진했다"며 "향후에는 저축은행들이 지점과 출장소를 부담없이 개설할 수 있는 만큼, 현재 300여개인 저축은행의 지점과 출장소가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저축은행 업계는 이번 지점 개설 요건 완화에도 신규 지점 개설에는 부정적인 입장이다. 수익성 악화로 비대면채널을 강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 지점 개설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저축은행 입장에서는 최근 강화된 금융당국의 규제로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올 초 법정 최고금리가 27.9%에서 24%로 낮아진데다, 가계대출 총량규제, 20% 이상 고금리대출 규제 등으로 수익성 악화가 현실화되고 있다는 입장이다.
 
저축은행 한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총량규제, 20% 이상 고금리대출 규제 강화 등으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증자를 하면서까지 지점을 늘리는 것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당분간 새 지점을 설치하는 것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저축은행의 지난 1분기 순익은 지난해보다 감소했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올 1분기 저축은행 실적에 따르면 이 기간 79개 저축은행의 당기순이익은 232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5억원(7.0%) 감소했다.
 
금융당국의 규제 강화로 수익성이 악화되자, 저축은행들은 사업비를 줄이기 위해 오히려 기존 지점을 통폐합하고 있다.
 
금감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기준 79개 저축은행의 지점·출장소는 317개로 5년 만에 26개 감소했다.
 
JT친애저축은행은 올 초 4곳의 점포를 통폐합했다. JT친애저축은행의 점포 통폐합은 지난 2012년 미래저축은행을 인수해 출범한 이후 처음이다. 애큐온저축은행도 지난해 말부터 지점 통폐합을 시작해 올해 총 지점 수는 총 13개로 지난해보다 3개 줄었다. OK저축은행은 지난해 말 강남역지점을 선릉지점으로 통폐합했다.
 
이번 개정안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시중은행보다 지점 설치기준이 까다로운점도 저축은행들이 지점 개설을 꺼리는 이유다.
 
시중은행의 경우 증자요건 없이 금융당국에 신고하면 점포개설이 가능하지만, 저축은행의 경우 여전히 증자요건 없이는 점포개설이 불가능하다.
 
저축은행 다른 관계자는 "향후 지속적으로 수익악화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업계 대부분은 새 지점설치보다는 비대면채널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영업구조를 재편하고 있다"며 "시중은행보다 까다로운 새 지점설치 기준으로는 저축은행들이 쉽게 새 점포를 개설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번 개정안에는 점포 개설기준 외에도 광고규제 강화가 함께 포함됐다"며 "광고기준 강화를 위해 지점설치 기준 완화를 포함시킨 것은 빗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오는 22일부터 저축은행의 지점 설치기준이 완화되지만, 업계에서는 여전히 시중은행보다 높은 기준에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서울의 한 저축은행 지점에서 고객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DB
 
김형석 기자 khs84041@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