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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너의 결혼식’ 박보영 “그래서 남녀의 첫사랑 다른 것”
데뷔 첫 ‘첫사랑’ 캐릭터…”사실 처음에는 너무 못된 느낌이었다”
영화 촬영하며 느낀 남녀 시선 차이…”남자는 못된 기억만 한다”
2018-08-20 06:00:00 2018-08-20 06:00:00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누군가의 첫 사랑이다. 사랑은 타이밍이다. 그래서 두 사람은 어긋난다. 배우 박보영이 한 남자의 가슴을 평생 뒤 흔든 여신이 됐다. ‘국민 여동생’이란 타이틀이 가장 잘 어울린 그녀도 어느덧 29세다. 내년이면 30대에 접어든다. 워낙 동안 외모라 그의 외모에서 첫 사랑의 기억을 찾아 내기란 여간 힘이 드는 게 아니다. 사실 ‘과속 스캔들’의 미혼모 역할도 기묘한 흔들림 속에서 공감을 이끌어 냈다. 따지고 보면 그것 역시 박보영이 갖고 있는 사랑스러움의 배우적 묘미일 것이다. 그래서 영화 ‘너의 결혼식’을 본 2030세대의 남녀 관객이라면 극중 ‘환승희’(박보영)의 입장에서 혹은 황우연(김영광)의 입장에서 남과 녀를 대변할 것이다. 그래서 물었다. 우선 박보영과의 만남이다.
 
박보영. 사진/필름케이
 
지난 13일 서울 광화문 한 카페에서 만난 박보영은 3년 만의 스크린 복귀작으로서의 설레임과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2015년 영화 ‘열정 같은 소리 하고 있네’ 출연 이후 안방극장으로 활동 무대를 옮기며 특유의 발랄하고 사랑스런 캐릭터 이미지를 이어왔다. 데뷔작 ‘과속스캔들’ 이후부터 이어져 온 그의 이미지는 언제나 그대로였다. 그래서 이번 ‘너의 결혼식’은 장르적으로 로맨스 멜로란 틀이 확고하지만 어쩌면 박보영에겐 크나큰 도전이었다.
 
“처음 시나리오를 받고 승희가 너무 못됐다고 생각했어요. 이런 나쁜 아이를 어떻게 연기할까 고민했죠. 감독님과 대화를 통해 풀어낸 것은 제가 느낀 나쁜 점들을 잘 정리하면 꽤 매력적인 아이를 변화될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굳이 설명하자면 승희는 솔직하고 자신이 원하는 게 뭔지 확실하게 알고 있는 주관이 뚜렷한 아이랄까. 그 지점이 보이자 마음을 뺏겼죠. 영화를 하고 싶었는데 로맨스물이고 캐릭터도 마음을 뺏기고(웃음)”
 
사실 ‘너의 결혼식’ 속 ‘환승희’는 첫 사랑이다. 이미 ‘국민 첫사랑’으로 한 차례 신드롬을 일으킨 바 있는 영화 ‘건축학개론’ 속 수지도 그랬다. 첫 사랑은 모든 남자에게 핑크빛이고 아련함이고 추억이며 좋은 기억이다. 하지만 박보영은 ‘너의 결혼식’ 속 승희의 못됨과 얄미움이 먼저 보였다고. 이건 그의 말을 빌리자면 여자들의 눈에만 보일 수 있는 지점이란다. 남자들에겐 어쩌면 절대 보이지 않을 그런 것이라고.
 
박보영. 사진/필름케이
 
“여자 분들이 아마 공감할 지점이에요. 그 미묘한 타이밍의 엇갈림이랄까. 뭔가 알면서도 남자에게 물어보는 그런 지점은 승희가 정말 못된 것 같아요(웃음). 이 영화를 촬영하면서 ‘남녀 시각이 이렇게 다르구나’를 저도 다시 알게 됐어요. 영화 자체가 남자인 ‘우연’(김영광)의 시선을 따라가는 스토리라. 사실 촬영하면서 ‘못하겠다’라고 말한 적도 있어요(웃음). 내가 생각하는 승희가 아닌 모습이 자꾸 나오잖아요. 하하하. 결국 여자 스태프와 남자 스태프 감독님 영광 오빠까지 토론이 이어진 적도 있었다니까요.”
 
그 남녀의 시각 차이는 기억과 경험에서도 분명했다. 우선 박보영은 실제로 영화 속 승희와 같은 사랑의 경험은 없단다. 하지만 여자이기에 승희의 감정은 어느 정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었다고. 물론 못됐단 생각은 여전히 했지만 그의 생각과 결정은 충분히 이해가 됐단다. 그럼에도 남자들과 여자로서의 경험과 기억은 그 차이를 좁히지 못하는 것 같다며 웃었다.
 
“영화에서 이별 장면을 찍는 데 감독님은 눈물을 흘리지 말아 달라고 요구하셨어요. 전 헤어진다는 생각을 하니 눈물이 나오더라고요. 그런데 감독님은 여자가 매몰차고 차가워야 된다고(웃음). 그런데 너무 웃겼던 게 남자 스태프들도 하나 같이 자신의 전 여자 친구와 헤어질 때 여자가 굉장히 차가웠다고 기억을 하더라고요. 전 승희로서 그 감정이 도저히 차갑게 다가오지 않았는데. 글쎄 뭐랄까. 남자 분들은 기억 속에서 전 여자 친구가 ‘성격은 좀 그랬어’라고 생각하고 기억을 하는 것 같아요.”
 
박보영. 사진/필름케이
 
결국 박보영으로선 로맨스 멜로 영화를 하고 싶었고 캐릭터도 마음에 들어서 ‘너의 결혼식’을 택했다. 하지만 이런 감정의 충돌로 현실적인 촬영에선 꽤 애를 먹은 셈이다. 로맨스 멜로 장르를 경험해 보지 않은 것도 아닌데 말이다. 현실적인 감정과 영화적인 감정이 충돌하면서 만들어 낸 이해와 공감의 남녀 차이를 좁히는 데 그는 촬영 기간 내내 애를 먹은 셈이다.
 
“어휴 그러게요. 하하하. 아까도 말했지만 남자의 시선으로 가는 영화라 그랬었는지도 몰라요. 여자의 시선으로 스토리가 흐르는 영화라면 달랐을까 란 생각도 지금 들기는 해요. 사실 제가 경험했던 로맨스가 정통 로맨스나 멜로가 아니라서 이번이 힘들었는지도 몰라요. 전 ‘내 머리 속의 지우개’ 처럼 그런 멜로 영화를 해보고 싶었거든요. 물론 제가 예진 선배처럼 그렇게 예쁘게 울고 눈물 흘리고를 못해요. 하하하.”
 
결국 가장 궁금해지는 것은 박보영 본인의 연애 스타일이다. 승희에게 못됨을 봤고 감독님과의 대화를 이해를 하게 됐고 나중에는 그 안에서 매력을 봤다. 그 매력을 살리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고 영화 속에서 아주 멋진 ‘환승희’가 탄생됐다. 박보영만의 매력이 충만한 환승희는 그렇게 이해할 수 없는 감정의 충돌을 겪으며 탄생됐다. 이 과정에서 본인의 연애 경험도 녹아 들었는지 궁금했다.
 
박보영. 사진/필름케이
 
“아유 전 승희처럼 그렇게 못해요. 전 연애하면 다 퍼주는 스타일이에요. 근데 이제는 좀 못된 여자 좀 해보려고요(웃음). 근데 사실 아직 제대로 된 연애도 못해 본 것 같아요. 제가 워낙 어릴 때 데뷔를 해서. 좋아한 적은 있었는데 사랑이란 감정은 아직 모르겠어요. 저희 친언니가 결혼할 때 사랑이란 감정을 물어보니 ‘가슴이 찡한 것’이라고 하더라고요. 전 그런 찡함을 아직 못 느꼈어요(웃음)”
 
워낙 어린 나이(17세)에 데뷔를 했고 동안 외모로 아직까지도 ‘국민 여동생’ 타이틀이 어색하지 않은 박보영이다. 하지만 그는 올해로 벌써 29세다. 내년이면 벌써 30대다. 묘한 기분이 들 수도 있고 설레이는 마음이 들 수도 있을 듯 하다. 그는 쑥스러운 듯 웃으면서도 기대감 반 평온함 반 그리고 또 다른 만남과의 대면을 앞둔 소녀적 발랄함 반을 드러냈다.
 
박보영. 사진/필름케이
 
“우선 교복은 이제 힘들지 않을까요. 하하하. 이번 영화에서도 잠깐 나오긴 했는데. 제가 영화를 봐도 ‘이젠 좀 무리다’란 느낌이 들더라고요. 예전에는 어떻게 하면 좀 더 성숙해 보일까 노력했는데 이제는 어떻게 하면 더 어려보일까를 이번 영화에서 고민했어요(웃음). 올해로 데뷔 12년인데 그저 느끼고 깨달은 건 내 계획대로 되는 건 아니구나. 이 정도? 그때 그때 다가오는 걸 순응하면서 겸허히 받아들이려고 해요. 내년에는 또 어떤 작품이 올지. 기대도 되고. 하하하.”
 
김재범 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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