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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보험 약관 간소화 이중 잣대…보험업계 불만
"소비자 편의 위해 보험약관 간소화 요구, 분쟁 때는 자세한 내용 없다 지적"
당국 "핵심은 분량이 아니라 소비자가 쉽게 이해하게 고민하는 것"
2018-08-20 15:40:25 2018-08-20 16:22:26
[뉴스토마토 양진영 기자] 금융당국이 보험약관에 대해 서로 상반되는 이중잣대를 요구함에 따라 보험업계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즉시연금 사태에 대해 약관에 자세히 명시하지 않았다며 보험사의 책임을 묻는 한편, 소비자가 이해할 수 있는 간단한 약관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20일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에서 복잡한 보험약관을 간소화하라고 해서 업계 전반적으로 약관을 줄여나갔는데, 금감원이 즉시연금 사태에서 약관에 자세히 적지 않은 부분을 문제 삼아 혼란스럽다"라며 "금융당국의 요구대로 약관을 줄이고 승인까지 받았는데 문제가 되니 보험사들이 갈피를 잡기 어려운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이번 즉시연금 사태에서 삼성생명이 공제금액을 약관에 명시하지 않은 것을 문제 삼아 민원인의 편을 들어주고 일괄지급을 요청했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사업비를 공제하고 나머지 운용하는 걸 사람들이 잘 모르니까 당연히 약관에 명시하고 설명해서 회사가 사람들에게 알려줘야 하는 책임이 있다"라며 "보험이 특약이 많으니 사업비가 복잡한 건 이해되지만 회사가 정리해야 할 부분이지 불투명하게 고객에게 넘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라고 지적했다.
 
이를 두고 금융당국의 기조에 따라 약관 간소화를 추진하던 보험업계에서는 또 다른 피해사례가 되지 않기 위해 당국의 노선과 반대로 다시 약관을 자세히 늘려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이번에 문제 된 보험료와 책임준비금 산출방법서까지 모두 기재한다고 해도 용어들이 복잡하고 방대한 분량이 될텐데 소비자들이 과연 읽을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사태로 새로운 보험상품을 내기 부담스럽다는 의견도 있다.
 
신위험을 보장하는 새로운 상품을 내기 위해 약관을 만들고 금감원의 약관심사를 통과했다고 해도, 언제 어느 부분이 문제 될지 몰라 부담된다는 것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아무리 꼼꼼하게 약관을 만들어도 신위험을 보장하는 상품과 약관보다 기존에 널리 쓰이는 약관들을 참고해 상품을 개발하는 게 보험사 입장에서 부담이 덜 될 것"이라며 "신위험을 보장하는 상품들의 개발이 줄어든다면 결국 금감원 의도와 달리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은 "이번에 문제 된 산출방법서의 경우도 일반인이 이해하기 어려운 수준이라 보험사들이 약관을 쉽게 늘리고 줄이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라며 "중요한 것은 약관의 분량이 아니라, 소비자가 이해하기 쉽도록 얼마나 보험사가 고민하고 약관을 만드느냐다"라고 말했다.
 
2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즉시연금 사태 이후 보험사들이 보험약관 간소화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 사진은 생명보험협회 현판. 사진/생명보험협회
 
양진영 기자 camp@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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