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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어 이렇게 만난다" 금강산도 울어버린 이산가족 상봉
65년만의 만남에 환희·감격…"어머니는 70세 때 돌아가셨어" 안타까운 소식도
2018-08-20 18:25:19 2018-08-20 18:32:46
[공동취재단 뉴스토마토 차현정 기자] “아이고오.”
 
65년 동안 그리워하고 그리워하던 두 딸의 모습이 눈앞에 나타나는 순간 한신자(99) 할머니는 딸 김경실(72)·김경애(71)씨를 부둥켜안고 통곡의 눈물을 흘렸다. 세 모녀는 한동안 볼을 비비며 말을 잇지 못했다.
 
2년10개월 만에 재개한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열린 20일 오후 금강산호텔은 기쁨과 회한의 눈물로 홍수를 이뤘다. 한 할머니의 북측 딸인 김씨 자매는 89번 테이블에 먼저 도착해 긴장한 표정으로 입구 쪽만 뚫어져라 바라보며 애를 태웠다. 이윽고 어머니 한씨가 다가오자 자매는 일어나서 허리를 90도 숙여 인사하며 눈물을 터뜨렸다. 자매를 본 한 할머니는 ‘아이고’하며 탄식하기를 반복하며 손을 꼭 붙잡았다. 그렇게 눈물을 쏟는 세 모녀 앞에 나타난 두 자매의 남측 여동생은 “어머니세요”라며 귀가 잘 들리지 않는 한 할머니 소개를 대신하곤 자리에 앉았다. 그러나 만나지 못한 세월이 길었던 만큼 쏟아지는 눈물에 세 모녀는 말을 더 잇지 못했다. 다만 살아 있어 이렇게 만난다며 고맙고 고맙다는 말만 거푸 서로에게 전했다.
 
“상철아!” 50번 테이블에서 누군가 떨리는 목소리로 소리를 지른다. 옷을 곱게 차려입은 이금성(92) 할머니다. 남측 딸 조순욱(69)·조선금(63)씨와 함께 상봉장에 들어선 그는 북에 두고 온 아들 리상철(71)씨 테이블에 도착하자마자 그를 끌어안고 눈물을 쏟으며 지난 세월을 추억했다. 아들 상철씨도 어머니를 부여잡고 감격스러운 눈물 상봉을 연출했다. 상철씨의 아내 김옥희씨가 종이 한 장을 꺼내 들었다. 김씨는 “어머니, 남편 사진입니다”하며 이 할머니 남편의 생전 사진을 보여줬다. 아들 상철씨가 옆에서 오열하자, 할머니는 아들과 며느리의 손을 꼭 잡았다.
 
시각장애 1급으로 앞을 보지 못하는 이금연 할머니(87)도 65년 만에 만난 북측 올케들이 다가오자 왈칵 눈물부터 쏟아냈다. 이 할머니는 북측 올케 고정희(77)씨와 조카 리경순(53)씨를 울며불며 붙잡고 급기야 자지러졌다. 옆에서 지켜보던 할머니의 아들과 딸도 눈시울이 붉어져 말을 하지 못했다.
 
문현숙(91) 할머니와 북측 영숙(79)·광숙(65) 세 자매 상봉도 있었다. 민트색 한복을 나란히 맞춰 입고 초조한 표정으로 들어선 영숙·광숙 할머니는 언니가 찾아오기 좋은 자리부터 선점했다. 입구가 보이는 자리에 앉은 두 할머니는 이내 언니가 들어와 “너가 영숙이니? 너는 광숙이고?”하고 묻자 금세 어색함이 풀렸다. 그러고는 언니를 의자에 앉힌 뒤 두 손을 꼭 잡으며 서로 안부를 물었다. “왜 이렇게 늙었냐. 어렸을 때 모습이 많이 사라졌네. 눈이 많이 컸잖아 네가. 광숙이 넌 엄마 없이 어떻게 시집갔어? 엄마가 몇 살 때 돌아가셨니. 시집은 보내고 가셨니.” 현숙 할머니는 맏언니로서 동생이 걱정된 듯 쉼 없이 질문을 쏟아냈지만 점차 질문은 울음으로 바뀌었다.
 
65년 간 떨어져 살던 피붙이들이 만나 그동안 쌓인 한을 풀기에는 이산가족들에게 주어진 2시간 남짓한 시간은 너무 짧았다. 김달인(92) 할아버지는 상봉시간이 되기 전부터 연회장 입구에 시선을 맞추고 흘러나오는 ‘반갑습니다’ 노래를 들었다. 이미 눈물을 몇 차례 훔치느라 두 손으로 꼭 쥔 손수건은 흠뻑 젖은 채다. 북측의 여동생 김유덕(85)씨를 한 눈에 알아본 김 할아버지는 “오빠가, 아이고 반갑소”라고 입을 떼는 여동생의 손을 잡고 감격의 만남을 이어갔다. 북측 여동생과 함께 나온 조카 김희봉(53)씨는 김 할아버지를 보며 “아직 생기 있으십니다”라고 씩씩하게 인사했다.
 
“어머니는 70세 때 돌아가셨어...” 안타까운 사연을 나누며 시작부터 눈물의 재회를 한 형제도 있다. 부인과 함께 상봉장에 온 이종성씨는 형 이종식씨(81)가 등장하자 와락 부둥켜안고 눈물을 터뜨렸다. 한참 울고 있는 두 형제를 형수와 조카가 따뜻하게 안아주며 대화를 시작했다. 이씨는 “(형을) 찾으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처음 헤어진 뒤 7년을 내내 찾았다”고 했고 조카는 “17차 상봉 때도 나왔는데 다른 사람이 나왔더라” 했다. 형수가 일어서 “정말 환영합니다” 인사하자, 이종식씨는 다시 한 번 얼굴을 가리고 눈물을 터뜨렸다. 어머님의 사망 소식을 나누며 형제는 다시 침묵 속에 눈물을 삼켰다.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1회차 첫날인 20일 오후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단체상봉에서 한신자(99)할머니가 북측의 딸들 김경실(72), 김경영(71)의 사진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공동취재단 차현정 기자 ckc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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