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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화업계 라이벌 LG-롯데 투자, 오너가 갈랐다
LG화학 국내 NCC 1위 예약…롯데케미칼, 국내외 투자 계획 '일단 멈춤'
2018-08-27 17:15:42 2018-08-27 17:47:31
[뉴스토마토 양지윤 기자] 석유화학 업계의 라이벌인 LG화학과 롯데케미칼이 신·증설 투자에서 표정이 엇갈리고 있다.
 
LG화학은 구광모 회장 취임 이후 그룹이 단행하는 첫 번째 투자 대상으로 지목된 반면 롯데케미칼은 신동빈 회장의 수감 기간이 반년을 넘어가면서 국내외 신·증설 투자가 답보 상태다. 석유화학은 호황과 불황이 주기적으로 반복하는 대표적인 '사이클 산업'으로 신·증설이 몰리는 시기에 몸집을 불리지 못하면 자칫 '뒷북 투자'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7일 석유화학업계에 따르면 최근 주요 대기업들이 투자 계획을 잇따라 발표하고 있는 가운데 LG화학과 롯데케미칼이 투자에서 희비가 확연히 갈리고 있다. 지난달 23일 투자계획을 내놓은 LG화학은 전남 여수공장 확장단지 내 33만㎡(약 10만평) 부지에 2조6000억원을 투자해 나프타분해시설(NCC) 80만톤과 고부가 폴리올레핀(PO) 80만톤을 증설하고, 2021년 하반기에 양산한다. 또 중장기적으로 2000억원 이상을 투자해 충남 당진에 산업용 초단열, 경량화, 고강도 소재 양산 단지를 조성한다.
 
특히 총 2조8000억원에 달하는 LG화학의 투자금은 구광모 회장 취임 이후 처음 단행하는 투자라는 점에서 이목을 끈다. 업계에서는 LG가 안정적인 수익원 확보뿐만 아니라 문재인정부가 재계에 요청한 투자 확대와 일자리 창출에 부응하려는 목적에서 대규모 투자를 결정한 것으로 분석한다.
 
LG화학의 여수 나프타분해시설(NCC) 공장 전경. 사진/LG화학
 
롯데케미칼이 속한 롯데그룹은 투자시 계가 사실상 멈춰 있다. 신동빈 회장이 국정농단 관련 뇌물공여 혐의로 6개월 넘게 수감돼 있으면서 올해 투자와 채용 계획조차 확정짓지 못하고 있다.
 
이러는 사이 업계 1위 자리를 놓고 자웅을 겨루고 있는 LG화학이 NCC 증설 계획을 발표해 국내 에틸렌 생산능력에서 격차가 확연하게 벌어질 전망이다. LG화학은 NCC 생산능력을 현재 220만톤에서 3년 뒤 330만톤으로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반면 롯데케미칼은 연내 20만톤 규모의 전남 여수공장 증설로 총 230만톤의 생산능력을 확보한 이후의 큰 그림이 없다. 또 4조원 규모에 달하는 인도네시아 석유화학사업 단지 건설사업도 투자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등 안팎에서 성장판이 닫히고 있다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국내외 석유화학·정유사들의 신·증설 계획이 봇물을 이루고 있는 상황에서 롯데의 투자 계획 부재는 사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석유화학사업의 경우 신·증설이 집중되는 시기에 투자 기회를 잡지 못하면 뒷북 투자에 발목이 잡힐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호황기에 확보한 실탄으로 불황기에 몸집을 키우고, 다음 상승 사이클을 대비하는 흐름이 깨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고위 관계자는 "신·증설이 붐을 이루는 시기에 투자가 늦어지면 향후 호황기를 맞더라도 수익성을 누릴 수 있는 기간이 짧아질 수밖에 없다"며 "대규모 투자가 몰리는 시기에는 선제적으로 나선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유리하다"고 말했다.
 
양지윤 기자 galile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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