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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에 늘어난 공기는 건설사 몫?
'갑'인 공공공사 발주처에 보상 요구 못해 '끙끙'
2018-09-06 17:14:24 2018-09-06 17:14:24
[뉴스토마토 최용민 기자] 정부가 올 여름 폭염으로 인한 건설현장 공사 중단을 공사기간 연장이나 추가비용 지원 등으로 보전해주기로 했으나, 실제로 보상받은 업체는 드물다. '을'인 건설사 입장에서는 공공공사 발주처에 보상을 요구하기 어려워 눈치만 보는 형편이다. 언제 더웠냐는 듯 가을이 성큼 다가오면서 폭염 이슈가 사라졌고, 폭염으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건설사 몫으로 남게 됐다. 건설계약 시 폭염을 공기 연장 사유에 포함시켜야 된다는 목소리도 가을바람에 날아간 분위기다.
 
6일 업계에 따르면 폭염으로 공사를 일시 중단했던 건설사들이 공공공사 발주처로부터 피해를 보상받은 경우는 거의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는 발주처가 먼저 공기를 연장해주거나, 간접비를 보상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모든 것을 건설사가 알아서 해야 되는데 을의 입장에서 발주처에 비용을 청구하는 것부터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실적으로 피해 상황을 집계하고, 비용을 청구하는 절차도 복잡하다. 그래서 대부분의 건설사들은 그냥 폭염 피해를 고스란히 안고 가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건설사 한 관계자는 “정부가 피해를 보상해준다고 하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쉬운 게 없고, 현장에서 적용하기 쉽지 않다”며 “얼마나 피해를 봤는지 파악하기도 힘들고, 그걸 파악하는 동안 차라리 그냥 공사나 빨리 하는 게 훨씬 낫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건설사가 모든 것을 준비해서 보고해야 되는 시스템이고, 을의 입장에서 그걸 다 준비해서 보고하고, 설계를 변경하고, 보상을 받을 건설사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 문제를 알고 있는 듯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지난달 이례적으로 전국 공공기관 중 선도적으로 ‘발주자가 지시하는 경우’에 한해 폭염 피해에 대한 보상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폭염 이슈가 사라진 현재 LH가 준비했던 선도적 피해보상 정책은 흐지부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LH 관계자는 “지금 바로 보상이 진행된다기보다 나중에 골조공사 등이 끝나면 보상이 이뤄질 것”이라며 “본사에서는 일괄적으로 이런 절차로 진행하라고 각 현장에 전달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현재 골조공사가 끝난 곳도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구체적으로 어느 현장에 보상 절차가 진행되는지 확인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여기에 정부는 폭염을 재난에 포함하고 공기연장 사유로 인정하는 등의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지만, 구체적인 절차는 아직 진행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계약 시 민간공사는 ‘표준도급계약서’, 공공공사는 ‘공사계약 일반조건’을 기준으로 삼는다. 두 지침 모두 ‘불가항력의 사유’에 한해 공기를 연장할 수 있다고 밝혔지만, 폭염은 포함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는 이슈를 매년 반복할 수 없다는 점에서 보여주기식 정책 발표보다 근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내년에 폭염이 오면 또 정부가 비슷한 대책을 발표하고, 현장에서는 적용되기 힘들고, 그러다 시간이 지나서 가을이 오면 또 흐지부지되는 이런 일이 계속 반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현장에서 한 근로자가 폭염속에 일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용민 기자 yongmin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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