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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신뢰 1위 '위태'…삼성 추격 '가시권'
고 구본무 회장 후광효과 희석…한진·금호아시아나, 꼴찌싸움
2018-09-11 07:00:00 2018-09-11 08:57:29
[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LG가 5개월째 ‘신뢰받는 재벌’ 1위를 지켰다. 다만 전체점수가 줄곧 하락세로, 지난 5월 타계한 고 구본무 회장의 후광효과가 점차 희석되고 있다는 평가다. 반면 삼성은 전체점수를 높이며 LG와의 격차를 줄여가고 있다. 두 곳의 점수 차는 지난 5월 첫 조사 당시 16에서 지난달 처음으로 한 자릿수로 좁혀진 데 이어 이달에는 4.3까지 줄어들었다.
 
하위권에서는 항공업계를 대표하는 한진과 금호아시아나에 대한 불신이 고착화되는 양상을 보였다. 한진이 변함없이 꼴찌를 기록한 가운데, 그 앞에 금호아시아나가 랭크됐다. 두 곳 모두 최근 총수의 갑질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는 공통점을 안고 있다. 한진, 금호아시아나와 함께 최하위권을 형성한 롯데, 부영 등도 총수의 비리 등으로 사회적 신뢰를 잃었다.
 
11일 발표된 '대한민국 재벌 신뢰지수' 재벌그룹 부문 전체점수는 ▲한국 경제성장에 기여하는 재벌 ▲한국 사회의 통합과 발전에 기여하는 재벌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재벌 등 3개 항목으로 구성된 긍정점수와 ▲국가 및 사회 발전에 악영향을 주는 재벌로 구성된 부정점수를 합산해 도출했다. ▲사회에 영향력이 큰 재벌 항목은 긍정적으로도 부정적으로도 해석될 수 있어 점수 합산에서는 제외했다.
 
LG는 재벌그룹 부문에서 5달 연속 정상을 지켰다. 다만 9월 전체점수는 38.0을 기록, 조사 이후 처음으로 40 아래로 떨어졌다. 2위 삼성과의 격차는 지난달 6.2에서 이달 4.3으로 더 줄어들었다. 지난달 처음 1위를 내준 사회 통합 및 발전에 기여 항목의 수위도 되찾지 못했다. 유일하게 삼성보다 높은 순위를 유지하고 있는 사회적 책임 항목마저 3달 연속 점수가 하락했다. 사회적 영향과 경제성장 기여, 두 항목에서도 삼성과 현대차에 이어 3위에 그쳤다.
 
LG가 그동안 선두를 지켜온 데는 ‘인화’를 앞세우고 ‘정도경영’을 강조하는 기업 이미지가 크게 작용했다. 이 같은 이미지는 고 구본무 회장의 타계에 대한 사회적 슬픔과 숨겨졌던 미담 등이 더해지며 LG를 한국 재벌의 모범으로 인식케 했다. 하지만 선친에 이어 새로 회장 직에 오른 신임 구광모 회장이 좀처럼 자기 색깔을 드러내지 않고 방향성마저 알 수 없게 되면서 LG를 향한 의문도 커졌다는 평가다. 연말 쯤으로 예상되는 대규모 조직개편이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삼성은 33.7을 기록하며 1위 LG를 바짝 뒤쫓았다. 특히 사회적 영향과 경제성장 기여, 두 항목에서는 LG를 2배가량 따돌렸다. 지난달 초 향후 3년간 총 180조원(국내 130조원)의 대규모 투자 계획안을 발표한 점이 이번 조사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은 이번 투자로 4만명의 직접고용을 비롯해 약 70만명의 일자리 창출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삼성전자의 영업이익 약 80%를 차지하는 반도체 호황이 하락세에 접어들었다는 부정적인 전망과 함께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된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임박했다는 점 등이 삼성에 대한 불안감을 부채질했다. 삼성의 부정점수는 지난달 18.8에서 이달 16.9로 다소 떨어졌지만 부정순위는 여전히 1위였다.
 
SK는 지난달과 같은 4위였지만 전체점수는 14.9에서 17.9로 올랐다. 긍정점수는 1.4 오르고 부정점수는 0.3 떨어졌다. 부정점수 순위도 2단계 개선됐다. SK는 사회적 가치를 전면에 내세우며 기존 이윤만 좇았던 기업에 대한 정의를 새로 써 내려가고 있다. 최태원 회장은 지난달 14일 고 최종현 선대회장의 20주기 추모식에서 “부친의 유지를 받들어 사회공헌을 많이 하는 SK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밖에 현대차(3위), GS(5위)가 상위 5위권을 형성했다.
 
금호아시아나는 추락 이후 재도약이 어려운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지난달 전체점수 26위에서 29위로 하락한 이후 이달에도 29위에 머물렀다. 기내식 대란으로 촉발된 그룹의 위기는 박삼구 회장의 경영 실패와 갑질 등 자질론으로까지 비화됐다. 지난 7일에는 김수천 아시아나항공 사장이 일련의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임했으나 후폭풍은 여전하다는 평가다.
 
꼴찌는 이달에도 한진 몫이었다.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물벼락 갑질을 계기로 드러난 조양호 회장 일가의 갖은 횡포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좀처럼 가라앉지 못하는 모습이다. 전체점수는 7월 -18.1, 8월 -14.4, 9월 -12.4로 점차 개선되고 있지만, '갑질' 이미지를 벗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밖에 롯데(28위), 부영(27위), 한화(26위)도 지난 5개월간 하위 5위권에서 단 한 차례도 벗어나지 못했다. 이중 롯데는 신동빈 회장이 국정농단 관련 뇌물공여 혐의로 항소심에서 14년의 중형을 구형받으며 총수의 부재가 장기화될 위기에 처했다. 지주사 체제 전환을 비롯해 투자 및 고용 계획 등 주요 의사결정도 모두 멈췄다.   
 
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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