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인터뷰) ‘물괴’ 혜리 “어려운 것? 절대 피하고 싶지 않아요”
데뷔 첫 스크린 데뷔작, 사극+크리처+액션 ‘첩첩산중’
“어려울 것 알았다. 하지만 절대 피하고 싶지 않았다”
2018-09-10 13:00:00 2018-09-10 13:00:00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대중들이 느끼는 아이돌 출신 배우들에 대한 선입견이 깨진 것은 오래다. 물론 ‘케이스 BY 케이스’다. 출연 작품의 장르와 형식에 따라 다르다. 드라마 시트콤 미니시리즈 등 연기력을 선보일 수 있는 작품의 형식은 많다. 사실 아이돌 출신 배우 선입견에 대한 심리적 마지노선을 논할 때 거론되는 작품이 바로 영화다. 거대한 스크린을 통해 드러난 연기는 날 것 그대로의 모든 것을 전달할 수 밖에 없다. 2015년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을 통해 신데렐라로 급부상한 걸그룹 걸스데이출신 혜리(이혜리)도 마찬가지다. 드라마란 매체를 통해 전달된 그의 연기력은 수준급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시청자들을 매료 시키기에는 충분했다. 첫 스크린 데뷔작 ‘물괴’를 통해 전달된 혜리의 존재감은 사실 반신반의다. 그 역시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 사실 따지고 보면 그렇다. 이제 첫 번째 데뷔작일 뿐이다.
 
이혜리. 사진/씨네그루(주0키다리이엔티, 롯데엔터테인먼트
 
지난 5일 오후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혜리는 걸그룹 멤버 특유의 발랄함과 밝은 기운으로 가득했다. 점심 시간을 훌쩍 지났지만 인터뷰어를 위해 준비했다며 달달한 수제 마카롱을 권했다. 조금은 늦은 오후 시간이었다. ‘기운이 떨어질 때쯤 아닌가. 달달한 걸로 힘 좀 충전하라’며 밝게 웃는 모습이 여간 발랄한 게 아니었다. 그는 첫 영화에 대한 소감부터 기운차게 쏟아냈다.
 
“첫 영화잖아요. 하하하. 그 커다란 스크린으로 보는 데 신기하기도 하고. 다른 선배님들은 세밀하게 영화를 보시는 듯 하던데, 전 저 밖에 안보이던데요. 하하하. 아우 연기도 너무 못해서 얼굴도 화끈거리고. 쑥스럽고 죄송도 하고. 정말 다시 촬영하면 진짜 이번보다 저 잘 할 수 있을 듯 하더라고요. 촬영한지 1년 좀 넘었는데 바로 어제 했던 것처럼 영화를 보니 그때 어떻게 찍었는지 막 생각나고 그랬어요(웃음).”
 
아이돌 출신이고 데뷔 이후 연기 경험이 그리 많은 것도 아니었다. 첫 스크린 데뷔작으로 사극을 선택했다. 더군다나 기본적인 참고나 비교할 작품이 적었던 ‘크리처’물이었다. 사극과 크리처가 결합된 국내 상업 영화에선 전무했던 작품을 데뷔작으로 선택했다. 다시 말해 아이돌 출신이라면 상업적 흥행이나 연기력 논란에서 비교적 안정감이 있는 다른 장르를 선택할 법도 했을 텐데 말이다.
 
이혜리. 사진/씨네그루(주0키다리이엔티,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가 되게 반골 기질이 강해요(웃음). 뭐랄까. 위험성이 적고 누가 봐도 성공 가능성이 있는 뻔한 길은 이상하게 하기 싫어요. 이건 가수로 활동할 때도 마찬가지였어요. 그 이전 학생 때의 이혜리였을 때도 마찬가지였고요. 당연히 아이돌이고 사극인데 ‘혜리가 어울려?’ 이런 반응을 보이실 관객분들이 있을 것이란 점도 알죠. 근데 그걸 한 번 깨보고 싶었어요.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도전이란 걸 이상하게 즐기는 타입이에요. 감독님이나 스태프분들 그리고 선배님들이 부담도 많이 줄여주셔서 즐겁게 촬영했어요.”
 
즐겁게 촬영했지만 사실 즐겁지만은 안했다. 워낙 액션 강도가 높은 작품이기에 육체적으로 고된 작업이 많았다. 더욱이 베테랑 배우들도 경험이 거의 없는 CG 촬영을 소화해야 했다. 보이지 않는 ‘물괴’를 상대로 한 연기는 어색하다 못해 때때로는 웃음이 터져 NG를 내기 일쑤였단다. 촬영 때는 현장에 ‘물괴’를 대신하는 이른바 ‘그린맨’이 존재했는데, 지금 생각해도 너무 신기하고 또 웃음이 터진단다.
 
“보이지 않는 ‘물괴’와 어떻게 연기를 하지? 그랬는데 현장에 가니 녹색 쫄쫄이를 입은 분이 촬영장에 돌아다니는 거에요. 그리고 촬영이 시작되니 그 분이 이상한 걸 들고 물괴가 있다는 위치에 서 계시더라고요. 하하하. 우리가 처음에는 ‘어 메뚜기다’ 그랬다니까요. 하하하. 다른 선배님들도 이런 촬영이 처음이라고 하실 정도니 저야 뭐 말해 뭐하겠어요. 집중도 잘 안 되고 감정을 끌어 올리는 것도 쉽지는 않았죠. 하지만 선배님들이 많이 도와주셨어요. 연기를 하면서 상상했던 물괴의 모습을 시사회에서 처음 보고 되게 신기하기도 했고요.”
 
이혜리. 사진/씨네그루(주0키다리이엔티, 롯데엔터테인먼트
 
극중 혜리가 연기한 ‘명’이는 산속에서 사냥을 하면서 생활하는 소녀다. 활이 주요 무기다. 혜리는 과거 아육대(아이돌육상선수권대회)에서 양궁을 했던 경험이 있다. 당시 양궁 선수로 출전하면서 활 쏘기 연습을 했었다. 그게 조금 도움은 된 것 같았단다. 양궁과 국궁은 엄연히 다른 지점이지만 분명히 도움이 되는 듯한 느낌이었다고 웃는다.
 
“그래도 자세나 이런 게 많이 도움이 됐어요. 양궁에 비해 국궁은 정말 힘도 훨씬 많이 들고 처음 활 시위를 당기는 데 진짜 당황하기도 했어요. 너무 강해서(웃음). 액션 스쿨에서 연습도 진짜 많이 하고요. 처음에는 액션 스쿨에서 활 쏘기 연습을 할 줄 알았는데 자꾸 달리고 구르고만 시켜서 ‘이걸 왜 시키지 난 활 쏴야 하는데’라고 좀 불만이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다 도움이 되더라고요. 하하하. 기초 체력이 없었으면 아무것도 못했을 거에요. 그 기초 체력을 키워주는 작업이었죠.”
 
뛰고 구르고 활도 쏘고 ‘물괴’의 끈적한 토사물까지 뒤집어 쓰고, 때로는 길고 긴 동굴을 숨 없이 뜀박질하고. 혜리는 걸그룹 멤버의 예쁨을 버리고 ‘물괴’를 위해 온갖 망가짐을 자처했다. 제작보고회 당시 아빠역의 김명민이 ‘너무 못생긴 여자애가 내 딸이라고 현장에 있는데 누군지 몰라봤다’고 할 정도였다. 혜리는 그런 분위기와 자신이 예쁘고 나오지 않았단 사실이 더 마음에 드는 눈치다.
 
이혜리. 사진/씨네그루(주0키다리이엔티, 롯데엔터테인먼트
 
“‘물괴’가 쏟아내는 토사물 뒤집어 쓸 때도 ‘으~’ 좀 그랬는데 사실 몇 번 더 맞을까도 했어요. 제가 예쁘게 나올 필요가 없는 영화잖아요. 얼굴에도 연신 분장팀 언니가 준 ‘똥색’ 그림을 계속 찍어 바르고. 하하하. 제가 부족한 게 분명하고 또 이번 영화에선 제가 해야 할 지점이 명확하니 몸으로라도 그걸 분명하게 전달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아이돌 출신? 어휴 언제까지 제가 아이돌이겠어요. 하하하.”
 
혜리는 의외로 계획을 하고 무언가를 접근하는 스타일은 아니라고 한다. ‘물괴’도 그렇게 만나게 됐단다. 두 달 전에는 친 여동생과 갑작스럽게 여행을 계획해 유럽에 다녀왔다. 유럽에서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보고 즐기고 쉬면서 재충전을 했단다. 재충전 기간 동안 스카이다이빙도 도전해 성공했다고 자랑한다. 참고로 그는 극심한 고소공포증 환자란다.
 
이혜리. 사진/씨네그루(주)키다리이엔티, 롯데엔터테인먼트
 
“하하하. 제가 아까 말씀 드렸죠. 이상하게 주위에서 못하겠다고 못할 거라고 하면 더 막 하고 싶어져요. 스카이다이빙도 그냥 동생이 해볼래? 할 수 있겠어? 라고 했다가 정신 차려보니 비행기 안이더라고요. 하하하. 저 진짜 울면서 내려왔어요. 저 물에 대한 공포증도 되게 심해요. 그런데 스쿠버 자격증도 있어요. 하하하. 되게 웃기죠. 제가 좀 그래요. 뭔가 계획을 하고 덤비는 스타일은 아닌데 막상 어려운 게 눈 앞에 닥치면 그걸 피하기는 정말 싫어요. 다음에는 뭐가 올지 기대하고 또 도전해 봐여죠.”
 
김재범 기자 kjb517@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