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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게이션) ‘물괴’, 단선적 구조 극복한 강력한 임팩트
실제 조선왕조실록 기록 근거, 상상력 더해진 스토리
‘혼란’ 메시지, 사실과 허상 그리고 실체 뒤섞은 연출
2018-09-11 06:00:00 2018-09-11 06:00:00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실제 역사에 기록된 사실이란 점부터 흥미롭다. 사실의 밑바탕 그 위에 상상력의 기둥이 더해졌다. 그 기둥은 한 번도 본적 없는 비주얼이다. 구조적으로 유니크한 베이스가 완성됐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렇게 세워진 결과물은 도식적이고 전형적인 틀을 벗어나진 못했다. 하지만 상업 영화란 기본 전제 조건 안에서 풀어보자면 분명 장르적 쾌감을 자극할 만한 재미가 완벽하게 존재한다. 영화 ‘물괴’는 단점도 분명히 도드라져 보인다. 하지만 그 단점을 덮을 만한 강한 동력이 더욱 두드러진다.
 
 
 
먼저 ‘괴이한 물체’를 뜻하는 ‘물괴’. 이건 조선왕조실록 가운데 중종실록에 엄연하게 기록된 실제 사건이다. 괴이한 짐승 물괴가 한양과 도성 근처에 나타났다는 이 믿기 힘든 내용이 영화의 시작이다. 실제 역사에 기록된 내용이지만 영화 속 기본 베이스로 전해지는 이른바 ‘복선’ 구조, 즉 ‘혼란’ 자체에 더 방점이 찍힌다. ‘혼란’과 ‘괴물’은 ‘등치’되는 상상을 기반한다. 영화 ‘물괴’ 속 세상은 어지럽다. 더욱이 이 시기는 연산군이 폐위되고 중종 반정이 일어난 시기다. 사회적으로 혼란의 시대다.
 
중종은 반정을 일으킨 대신들의 등쌀에 제대로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왕이다. 왕권 국가 조선에서 왕이 힘을 잃은 시대는 당연히 혼란과 핍박이 판을 친다. 민심은 흉흉하다. 역병이 돌고 흉년이 계속된다. 이 모든 것은 왕의 부덕함 때문이다. 그 시대의 정치적 권력적 속성이다. 힘을 가지지 못한 왕에게 남은 것은 책임뿐이다. 왕은 이 모든 것을 뒤집고 싶어한다. 그 시기 상소를 통해 ‘물괴’의 출연을 듣게 되는 왕이다. 그는 자신의 곁을 떠난 내금위장 윤겸(김명민)을 물괴 조사단 책임자로 임명한다. ‘물괴’는 왕의 권력에 맞선 영의정 심운(이경영)이 만들어 낸 허상이란 소문이 파다하다. 왕은 윤겸을 통해 영의정을 중심으로 모인 반정 세력 축출을 위해 물괴의 실체를 만천하에 공개하려 한다. 왕권 회복과 세상의 혼란을 바로 잡고 싶을 뿐이다.
 
사진/씨네그루(주)키다리이엔티, 롯데엔터테인먼트
 
한때 중종의 곁을 지켰지만 뜻하지 않은 사건으로 산속에서 살고 있던 윤겸. 딸 명이(혜리) 그리고 내금위 시절 자신의 충직했던 부하 성한(김인권)과 살고 있다. 그는 자신을 찾아온 왕의 심복인 허 선전관(최우식)을 통해 물괴 소문과 피폐해진 백성들의 삶을 전해 듣고 복귀를 결심한다.
 
왕의 명에 따라 물괴 조사를 시작한 윤겸. 그리고 물괴를 통해 가중된 혼란을 이용하려는 영의정 심운의 흑심. 문제는 시간이 흐를수록 물괴의 존재에 대한 혼란이 실체로 드러나는 지점이다. 권력의 시각(심운)에서 물괴는 그저 혼란을 위해 존재되야만 하는 허상이었다. 하지만 백성의 시각9윤겸)에서 물괴는 말 그대로 실체였다. 백성들에겐 공포만이 남아있었다. 사실과 허상 그리고 실체가 뒤섞인 혼란은 윤겸에게 더욱더 복잡한 생각을 가져다 줄 뿐이다.
 
사진/씨네그루(주)키다리이엔티, 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는 처음 오프닝부터 중반까진 색깔 자체가 명확하다. 중종 반정 이후의 혼란스런 시대상을 고스란히 담아낸 권력 암투 기반의 정치 세력 투쟁이 그려진다.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실타래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다. 명확하게 드러난 대척점을 보여주고, 선과 악을 관객들에게 제시한다. 때문에 최근 장르 영화가 선호하는 복합 구조의 스토리 라인이 아닌 간결하다 못해 눈에 보이는 단선적 스토리 라인이 드러난다.
  
하지만 오히려 이 부분이 ‘물괴’의 장점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정치 세력 투쟁과 물괴를 찾아나서는 두 가지 축의 스토리는 ‘사극+크리처’ 복합 장르와 섞이면서 그 자체로도 뒤섞인 느낌이 강하다. 상업 영화로서의 강약 조절과 임팩트 배치, 배우들을 활용한 장면 구성 방식에서 틈이 벌어질 수 있다. 이 지점을 ‘혼란’이란 사회적 흐름과 그 혼란의 베이스가 되는 ‘괴물’의 미스터리 존재감으로 끼워 메우는 방식이라 흐름을 쫓는데 어려움이 없다. 산만하고 몰입감을 떨어트릴 가능성을 비평적 부분에서 손해를 볼 수 있지만 관객들의 관람 몰입도를 끌어 올리는 방식으로 치환시킨 것이다. 영리하면서도 최근 트렌드에선 쉽게 선택하기 힘든 방식이다. 여기에 인간이 만든 혼란의 허상이 실상으로 돌아와 직격탄을 맞게 된단 메시지적 요소가 강력하다.
 
사진/씨네그루(주)키다리이엔티, 롯데엔터테인먼트
 
가장 눈길을 끌어야 할 ‘물괴’ 자체의 CG도 이질감이 적다. 사극이란 장르적 특성에서 크리처와의 결합이 분명하게 ‘불호의 감정선’을 자극할 만하지만 ‘물괴’는 다르다. ‘해태’를 기본 베이스로 재탄생시킨 ‘물괴’의 형상은 기괴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이물감이 적은 느낌이다. CG를 통해 탄생된 캐릭터이지만 감정 연기까지 전달되는 느낌이다.
 
배우들의 연기는 예상 가능한 지점과 소비만 되는 지점 그리고 뻔한 지점에서 크게 벗어나진 못한다. 결과적으로 ‘물괴’는 장르적으로 새롭게 탄생된 결과물임에는 틀림없다. 장르를 소비하고 소비할 방식을 제시하는 지점도 과감하다. 상상력이 빚어낸 결과물을 이 정도까지 끌어 올린 점은 분명히 감독과 제작사의 기획 및 준비 과정의 치밀함으로 돌리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새로운 시도란 점에선 ‘물괴’는 충분히 합격점 이상은 얻어낸 셈이다. 개봉은 오는 12일.
 
김재범 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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