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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현직 고위법관 무더기 소환…검찰, 윗선 '정조준'(종합)
이민걸·김현석·유해용 등 양승태·박병대 등 '연결고리' 동시 조사
2018-09-12 15:09:51 2018-09-12 16:51:26
[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이 윗선으로 향하는 길목에 있는 전·현직 고위법관들을 12일 잇달아 공개 소환 조사하며 수사 속도를 최대한 끌어올리고 있다. 검찰은 이들에 대한 조사를 통해 양승태 전 대법원장,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 등 윗선과의 연결고리를 규명할 방침이다.
 
서울중앙지검 사법농단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 검사)은 이날 오후 2시 유해용 당시 수석연구관(현 변호사)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했다. 이날 오후 1시46분쯤 서울중앙지검에 도착한 유 변호사는 자료를 파기한 이유에 대해 "거기에 대한 입장은 어제 말씀드렸고, 조사 과정에서 말씀드리겠다"고 답했다. 이어 "참고로 형사소송법상 (증거를 인멸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작성할 이유가 없는데, 검사가 장시간에 걸쳐 요구해 작성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료 파기 사실을 검찰에 알리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도 "심리적 압박감이 크고, 대법원에서 회수 요청하는 상황에서 제가 입장을 표시하기가 난처해서 그랬다"고 설명했다.
 
주변에 이메일을 보낸 사실에 대해서도 "저의 안위를 걱정해 먼저 소식을 물어보고 어떻게 된 건지 궁금해하는 연수원 제자, 법대 동기 몇 명, 고교 선배 등 아주 극소수의 사람에게 보냈다"면서 "형사소송법상 피의사실 공표 있는데 이 사건에 대해 검찰 수사상황 실시간 공개돼 조사받기 전에 엄청난 범죄자 기정사실 되는 상황에서 억울한 처지를 주변 사람들에게 호소하지 못한다는 공정하지 못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검찰은 유 변호사가 대법원 기밀 자료를 무단 반출하고 폐기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또 유 변호사가 당시 재판 관련 보고서 작성에 관여하고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등에게 이를 보고했다고 보고 있다. 그는 2017년 대법원 연구관 퇴직 당시 판결문 초고, 다른 상고심 사건에 대한 재판 연구관 보고서 등 기밀자료를 들고 나왔다는 혐의도 받고 있다. 유 변호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측근인 김영재 원장 측의 특허소송 관련 정보를 불법 수집해 청와대 측에 전달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김현석 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도 이날 오전 11시쯤 검찰에 소환됐다. 그는 2016년 6월 선임재판연구관이던 시절 법원행정처에서 작성된 '통진당 사건 전합 회부에 관한 의견(대외비)' 문건이 당시 유해용 수석재판연구관에게 전달되는 과정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다. 검찰은 이 문건이 법원행정처에서 대법원으로 전달된 사실에 주목해 법원행정처의 재판 개입을 의심하고 있다. 그는 '대법원에 통진당 사건이 계류 중이었는데 관련 문건 전달이 재판에 영향을 미칠 거란 생각은 안 했는지' 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조사에) 충실히 답하겠다"고 답했다.
 
검찰은 이날 오전 10시에는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조실장을 소환했다. 2015년 8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행정처 기조실장으로 일한 이 전 실장은 임종헌 전 행정처 차장과 함께 일제 강제 징용 소송 등에 개입해 재판을 고의로 지연하는 과정에 관여한 의혹을 받는다. 그는 외교부 관계자와 수시로 접촉하면서 의견서 내용과 절차 등을 논의하며 법관 해외파견 등을 거래한 것으로 의심받는다. 아울러 법관 소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 활동 축소를 목적으로 연구회 중복가입을 금지하고, 법원 예산을 담당하는 기조실장을 역임하며 행정처 비자금 조성 의혹에도 관여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대법원 기밀 유출 의혹을 받고 있는 유해용 전 대법원 선임재판연구관이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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