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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물괴’ 김명민, ‘연기 본좌’에서 ‘전달자’가 되기까지
“무에서 유를 창조한 ‘물괴’, 이런 시도와 도전 많았으면”
“연기 본좌? 배우는 전달자…즐거운 관람 그걸로 만족”
2018-09-13 11:47:46 2018-09-13 11:47:46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이제 그에게 누구도 연기 본좌란 타이틀을 들이대지는 않는다. 사실 이게 그의 연기력 저하를 논하는 것은 아니다.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자면 대중들의 시선이 그를 옥죄고 있던 속박의 사슬을 끊어 준 것이다. 배우 김명민이 어떤 속박에 옥죄고 억눌려 있던 것도 사실 아니었다. 그럼에도 이런 느낌이 드는 것은 그를 활용하는 충무로의 방식이 분명히 변했단 얘기다. 배우 한 사람이 자기 파괴에 가까울 정도의 배역 몰입력으로 완성도의 밑거름을 논하는 시대가 이젠 아니란 것이다. 연기력 면에서 티끌조차 잡아내기 힘든 김명민에겐 이건 날개를 달아준 격이다. 데뷔 22년차의 괴물 연기력 내공은 이제 대중성이 원하는 방식까지 몸에 깊게 습득했다. ‘조선명탐정시리즈를 통해 이미 증명했다. 그리고 영화 물괴로 다시 한 번 그는 김..민 이 석자를 각인시킬 준비를 마쳤다.
 
김명민. 사진/씨네그루(주)키다리이엔티, 롯데엔터테인먼트
 
 
오는 12일 개봉을 앞둔 물괴의 주역 김명민은 최근 뉴스토마토와의 만남에서 장르적으로 새로운 스타일의 영화가 탄생됐단 점을 강조했다. 상업 영화의 대중성과 트랜드를 상징하는 멀티 캐스팅의 틀 안에서도 그의 존재감은 독보적이다. 이번 물괴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는 자신의 존재감은 이번 물괴의 도전을 위한 하나의 장치였을 뿐이라고 몸을 낮췄다. 이미 스스로가 돋보이는 것을 원하는 위치는 아니다. 전체가 돋보이는 것이 중요한 것임을 알고 있는 경력과 내공이다.
 
이렇게 말하면 좀 민망할까요(웃음). 전 제가 출연한 작품에 대한 평가가 그리 후한 사람이 아니에요. 하지만 물괴는 꽤 괜찮은 오락 영화라고 소개해 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사극이고 괴물이 나오고 그런데 이게 실화에요. 영화 출연을 결정하고 자료를 조사해 보니 정말 실록에 3번이나 언급이 돼 있더라고요. 놀랐죠(웃음). 이런 상상력과 배우 조합 그리고 전반적인 구성과 톤 앤 매너 등이 아주 빼어나게 잘 나왔다고 봐요.”
 
그는 물괴프로젝트를 무에서 유를 창조한 작업이라고 소개했다. 물론 처음 캐스팅 제안을 받았을 때 고민이 됐단다. 아니 거절할 생각도 있었다고. 전혀 그려지지 않는 이미지, 국내 상업 영화에서 크리처 장르를 소화하는 방식 등 이 영화 자체가 갖고 있는 위험이 너무 커 보였단다. 물론 제작사 대표인 정태원 태원엔터테인먼트 대표를 만난 뒤 그 생각이 순식간에 뒤바뀌었다. 이 정도의 준비라면 가능할 듯 했다.
 
김명민. 사진/씨네그루(주)키다리이엔티, 롯데엔터테인먼트
 
 
정 대표가 워낙 추진력이 좋은 분인 것은 배우들이라면 다 알죠. 사실 물괴출연 결정의 절반 이상은 정 대표 때문이에요. 신뢰가 있었죠. 처음 만난 자리에서 이미 완벽한 자료를 만들어서 설명을 해주시더라고요. 태플릿PC에 프로모션 영상까지 실제로 만들어서 저한테 보여주시면서 이런 느낌으로 갈 것이다라고 설명을 하시는데. 하하하. 이미 머리 속에 완벽하게 준비가 돼 있구나. 준비된 작업에 난 도구로서 쓰임을 당하기만 하면 되겠구나. 이런 생각이 드니 그냥 바로 오케이였죠.”
 
그렇게 촬영은 시작됐다. 다른 출연 배우들도 마찬가지였지만 김명민 역시다. 우선 물괴의 진짜 주인공은 가상의 캐릭터인 괴물 물괴. 당연히 존재하지 않는 컴퓨터 그래픽이다. 보이지 않는 상대와 연기를 해야 한다. 이건 배우들에겐 곤욕이다. 상대방이 있고 눈빛을 주고 받으며 감정을 소통해야 진짜 같은 연기가 나온다. 하지만 물괴에선 이것 자체가 불가능했다. 나중에는 우스꽝스런 모습에 출연 배우들 모두가 웃음을 터트리기도 했다고.
 
우선 저도 물괴를 언론시사회에서 처음 봤어요(웃음). 현장에선? 당연히 없었죠. 하하하. 대역 하시는 분이 계시긴 했어요. ‘그린맨이라고 녹색 쫄쫄이를 입고 저희들 시선을 잡아주는 역할을 했죠. 하지만 그렇다고 그 분 때문에 감정이 만들어지진 않죠. 저도 처음이고 다른 후배들은 더더욱 처음이고. 와 죽을 맛이더라고요. 없는 데 있는 것처럼 해야 하니. 하하하. 나중에는 저나 다른 후배들이나 이게 뭐하는 거지라며 웃느라. 참나(웃음).”
 
김명민. 사진/씨네그루(주)키다리이엔티, 롯데엔터테인먼트
 
 
상대 배우인 물괴가 존재하지 않으니 연기가 수월하지 않았다. 그렇다 보니 완성도에 문제가 있을 것이란 소문도 있었다. 하지만 공개된 영화는 오락 영화로선 수준급이었다. 복잡한 스토리라인보단 단선적이지만 빠른 흐름을 택했다. 처음 기획 당시 물괴작서의 변이란 제목이었다. 당시에는 괴물의 등장에 포커스가 아니었다. 흐름도 지금의 스토리와는 많이 달랐다고.
 
일반적으로 크리처(괴물) 무비가 드라마의 밀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을 많이 받아왔어요. 상대 배우(괴물)가 없고, 그 주고 받는 호흡 자체가 생성될 구조가 아니고. 그래서 그런 지적이 많았죠. 처음 물괴작서의 변이란 제목이었을 때는 정치 스릴러 구조였어요. 괴물은 보조 도구였을 뿐이고. 감독님과 제작사 쪽에서 결정하신 지점이지만 태생적으로 어떤 구멍이 보일 수 밖에 없는 구조라면 보다 단선적이지만 빠른 흐름으로 괴물 자체에 포커싱을 하는 게 맞다고 봤는데 지금의 결과물이 딱 그렇죠.”
 
앞서 언급했던 지점이지만 김명민에 대한 활용법은 이미 변화의 경계선을 넘어섰다. 충무로가 그를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졌단 얘기다. 이번 물괴도 마찬가지이고. ‘조선명탐정은 그 정점이다. 이른바 배우 원맨쇼를 필요로 할 때 충무로와 방송가에선 첫 번째로 꼽던 배우가 김명민이었다. 그런 기대에 완벽하게 부응했던 배우도 김명민이 첫 손가락에 꼽혔다. 반대로 물괴를 통해 그가 존재감 증명에 예전 명성을 잃었단 얘기가 아니다. 스스로가 알고 있을까.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의 변화를.
 
김명민. 사진/씨네그루(주)키다리이엔티, 롯데엔터테인먼트
 
 
어떤 지점을 말하는지 충분히 알 것 같아요(웃음). 단 몇 번의 노력이 너무 강렬하게 대중들에게 각인이 됐던 것 같아요. 영화 내 사랑 내곁에때 루게릭병 환자를 연기하면서 그저 제대로 알려야겠다란 사명감이 있었어요. 전 일개 배우에요. 이 영화가 왜 만들어 졌을까? 아마도 루게릭병이 어떤 병인지 대중들에게 보다 잘 알리고 싶어서일 것 같다. 그럼 내가 제대로 연기를 해야지. 뭐 단순하게는 이런 거였죠. 배우? 그저 전 전달자, 메신저일 뿐이에요. ‘물괴’? 그냥 즐기고 즐길 수 있는 오락 영화에요. 제가 물괴를 즐길 수 있게 그 안에 담긴 재미를 제대로 살렸는지는 모르겠어요. 역시 대중들이 판단해 주시겠죠. (웃음)”
 
김재범 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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