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평양 정상회담)'평양에서 백두산 정상까지' 가슴 벅찬 2박3일 방북 마무리
예우도 공동선언도 '파격의 연속'…한반도역사 다시 쓴 '역대급 회담'
2018-09-20 16:40:31 2018-09-20 19:54:42
[평양공동취재단,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18일 평양 순안공항에 발을 디디며 시작한 문재인 대통령의 남북 정상회담 일정이 20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백두산 정상에 오르는 것을 끝으로 모두 마무리됐다. 남북 정상이 보여준 2박3일은 파격의 연속으로, 연내 제4차 서울 남북 정상회담까지 예고했다. 
 
이번 정상회담은 순안공항 영접에서부터 예상을 뛰어넘는 예우와 환대로 어느때보다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방북 첫날 문 대통령 부부를 태운 ‘공군 1호기’가 평양 순안공항에 착륙하자 숨죽이고 있던 북한 주민들은 꽃과 인공기, 한반도기를 흔들며 일제히 함성을 질렀다. 김 위원장은 부인 리설주 여사와 함께 순안공항에 나와 뜨거운 포옹으로 문 대통령을 반겼고, 의장 행사에선 ‘국가원수 예우’의 의미가 담긴 예포 21발이 발사됐다. 김 위원장이 5·26 판문점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에게 “가을 중 평양을 방문하면 성대하게 맞겠다”고 한 약속을 이행하는 순간이었다.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18일 오전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해 마중나온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부인 리설주 여사와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문 대통령은 평양 시민들에게 손을 흔들어 화답했고, 때로는 환영 인파 속으로 들어가 90도로 허리를 숙여 인사하기도 했다. 나아가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숙소인 백화원 영빈관으로 향하는 길에 무개차에 동승, 카퍼레이드를 진행했다. 문 대통령은 연신 환한 웃음으로 손을 흔들며 평양 시민들의 환대에 화답했다. 북한에서 무개차 환영행사는 외국의 수반 중에서도 최고 예우를 갖춰야 하는 국빈급에게 이뤄진다. 북측이 문 대통령을 얼마나 극진히 대접했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백화원 영빈관에 여장을 푼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45분부터 노동당 본부청사에서 김 위원장과 방북 이후 첫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판문점의 봄이 평양의 가을이 됐다. 평화와 번영의 결실을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말했고, 김 위원장은 “역사적인 조미대화 상봉의 불씨를 문 대통령께서 찾아줬다”고 화답했다. 환영 만찬에서도 이같은 분위기는 계속 이어졌다. 문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마친 뒤 평양대극장에서 삼지연관현악단 공연을 관람하고, 이후 목란관에서 열린 환영만찬에 참석했다.
 
문재인 대통령(왼쪽)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8일 평양 순안공항에서 백화원 초대소로 이동하며 시민들을 향해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19일 방북 둘째날에는 남북 정상의 공동선언문이 나왔다. 남북 정상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분주히 움직였다. 2일차 회담은 영빈관 백화원에서 진행했다. 김 위원장이 직접 문 대통령 내외가 묵는 백화원으로 발걸음을 했고, 남측에선 서훈 국가정보원장이, 북측에선 김영철 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이 배석했다. 두 정상은 65분간 회담을 한 뒤 9월 평양공동선언에 서명했다. 뒤이어 공동기자회견을 열었다.
 
합의문 발표를 마친 두 정상은 홀가분한 마음으로 평양의 유명한 냉면집 옥류관에서 오찬을 함께 했다. 이후 만수대 창작사를 둘러보는 등 상호 문화를 깊이 들여다볼 수 있는 일정을 소화했다. 저녁식사는 김 위원장의 자랑거리로 알려진 대동강수산물식당에서 했다. 평양 시민들이 이용하는 일반 식당에서 현지인들의 정서를 느껴보기 위해서였다. 문 대통령은 중국, 베트남 해외 순방 때 현지 주민들이 가는 식당을 찾아 함께 호흡했다. 이날도 그런 차원에서의 방문이었다. 문 대통령은 식사 중인 북한 주민 테이블을 찾아가 인사를 하기도 했다. 북한 주민들은 신기하다는 표정으로 일어서서 박수를 치며 문 대통령과 악수를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오후 평양 능라도 5.1경기장에서 열린 대집단체조와 예술공연장에 입장한 뒤 환호하는 시민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문 대통령은 오후 9시부터 평양시 중구역 능라도 소재 북한 최대 규모의 종합체육경기장 5·1경기장에서 대집단체조 예술공연인 ‘빛나는 조국’을 관람했다. 문 대통령은 이후 김 위원장 소개로 북측 참석자 15만명을 향한 열설을 진행했다. 문 대통령은 연설에서 “우리는 5000년을 함께 살고 70년을 헤어져 살았다”며 “지난 70년 적대를 완전히 청산하고 다시 하나가 되기 위한 평화의 큰 걸음을 내딛자”고 제안했다. 관객들은 문 대통령의 7분여 연설동안 총 12차례 박수를 보냈다.
 
문 대통령은 방북 마지막날인 20일 백두산 등산을 위해 김 위원장과 함께 아침 일찍부터 움직였다. 백두산은 한반도 평화 역사의 상징적인 의미가 있을 뿐 아니라,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 간 신뢰의 깊이를 보여주는 장소라는 점에서 이번 정상회담의 백미로 꼽힌다. 두 정상은 백두산 장군봉까지 올라갔고 장군봉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백두산 천지를 산책했다. 문 대통령은 하나되는 남북을 염원하며 미리 준비한 한라산 물을 꺼내 합수하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20일 오전 공군 2호기에 올라 환송하는 평양 시민을 향해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평양공동취재단,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