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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순환출자 고리 모두 해소
삼성전기·삼성화재, 1조원 규모 삼성물산 지분 전량 매각
2018-09-20 18:28:53 2018-09-20 18:28:53
[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삼성의 순환출자 고리가 모두 해소됐다. 삼성전기와 삼성화재는 20일 순환출자 해소를 위해 보유 중이던 삼성물산 지분 전량을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순환출자란 한 그룹 내에서 A기업이 B기업에, B기업이 C기업에, C기업은 A기업에 다시 출자하며 그룹 계열사들끼리 자본을 늘리는 것을 말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순환출자에 대해 ‘총수 일가가 적은 지분으로 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수단’으로 규정하고 빠른 시일 안에 해소할 것을 요청해왔는데 삼성이 이에 적극 화답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삼성전기는 이사회를 열고 보유 중인 삼성물산 주식 전량 2.61%(500만주)을 매각하기로 결의했다. 처분 가격은 6425억원으로 오는 21일 매각 예정이다. 금융 계열사인 삼성화재도 같은 날 이사회를 통해 삼성물산 주식 전량 1.37%(261만7297주)를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매각 금액은 3285억원이다. 양사는 이날 장 마감 후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약 1조원 규모의 지분을 처분한다. 모건스탠리와 씨티그룹 글로벌마켓증권, 크레디트스위스(CS)가 매각주관사를 맡았다. 
 
삼성화재와 삼성전기가 삼성물산 지분 매각에 나선 것은 마지막 남은 순환출자 고리를 끊기 위해서다. 삼성이 지난 4월 삼성SDI가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 전량을 매각하면서 남은 순환출자 고리는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전기→삼성물산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화재→삼성전자→삼성전기→삼성물산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화재→삼성물산 ▲삼성물산→삼성전자→삼성전기→삼성물산 등 4개였다. 삼성화재와 삼성전기가 삼성물산 주식을 모두 처분하면 4개의 고리가 한 번에 끊어진다. 
 
삼성이 공정위의 지배구조 개선 요구에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공정위는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삼성SDI가 삼성물산 주식 전부를 매각하지 않은 점을 두고 신규 순환출자 고리 형성 과정으로 해석했다. 공정위는 당시 “삼성SDI가 보유한 삼성물산 전체주식(900만주) 중 500만주를 매각하라”고 결정했다가 지난해 12월 ‘순환출자 가이드라인’을 변경해 삼성물산 주식 400만주를 추가로 처분하라고 지침을 내렸다. 이날 지분 처분은 삼성SDI가 공정위의 결정을 받아들여 삼성물산 주식을 매각한 것의 연장선상인 셈이다. 
 
 
 
당초 업계는 삼성물산이 자사주 형태로 삼성화재·삼성전기의 지분을 사거나 이재용 부회장이 직접 인수에 나설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물산이 핵심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사실상의 지주사격이라는 점을 미루어볼 때 주식시장에 지분을 팔면 총수 일가의 지배력이 약해질까 우려해서다. 하지만 삼성은 정공법을 택했다. 총수 일가가 경영권을 행사하기에 충분한 지분(약 33%)을 가지고 있는 상태에서 지분을 추가 매입하면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도 있다는 판단에서다.
 
삼성의 순환출자 고리가 해소되면서 이제 시선은 삼성생명·삼성화재가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9.7%)에 쏠린다. 정부는 “금융자본이 산업자본을 지배해서는 안 된다”며 금융 계열사가 가지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하도록 삼성을 압박하고 있다. 또 국회에서는 보험회사가 3% 이내로 보유할 수 있는 계열사 채권이나 주식가치를 현재 취득원가 기준에서 시장가치로 바꿔 총 자산의 3%까지만 허용하도록 하는 개정안을 준비 중이다. 이 법이 통과되면 삼성생명은 19조원 상당의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해야 한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이 이번 조치를 통해 정부의 지배구조 개선 요구를 적극 수용하려는 의지를 내보였다며”면서 “금산분리는 삼성전자의 경영권과 관련돼있고 자금 마련 문제도 있어 단기간에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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