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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유해용 영장 기각에, 검찰 "전 국민이 보고 있다"(종합)
"장문의 기각사유, '기각을 위한 기각사유 불과"
2018-09-20 23:27:04 2018-09-20 23:27:04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법원이 대법원 내부 기밀자료를 무단 유출·파기하고 대법원 근무 시절 관여한 사건을 수임한 혐의 등을 받는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이전과 달리 장문의 사유를 들어 20일 기각하자 검찰이 즉각 '기각을 위한 기각사유'에 불과하다고 강력히 반발했다.
 
사법농단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 관계자는 이날 오후 "허경호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의 장문의 기각사유는 어떻게든 구속사유를 부정하기 위해 만든 '기각을 위한 기각사유'에 불과하다"며 "그간 영장판사는 재판 관련 자료에 대해 '재판의 본질'이므로 압수수색조차 할 수 없는 기밀 자료라고 하면서 압수수색영장을 기각해 왔는데, 이날은 똑같은 재판 관련 자료를 두고 비밀이 아니니 빼내도 죄가 안 된다고 하면서 구속영장을 기각하는 모순적 행태를 보였다"고 비판했다.
 
이어 "피의자가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대담한 방식으로 공개적으로 증거인멸을 하고, 이에 대해 일말의 반성조차 없었던 그간의 경과를 전국민이 지켜본 바 있다"며 "이런 피의자에 대해 '증거인멸의 염려가 없다'고 명시하면서 구속영장을 기각한 것은, 사법농단 사건에서는 이런 공개적, 고의적 증거인멸 행위를 해도 구속되지 않을 것이라는 잘못된 메시지를 주는 것으로서 대단히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앞서 허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공무상비밀누설 및 직권남용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유 전 연구관에 대한 영장심사 결과 "영장청구서 기재 피의사실 중 변호사법위반의 점을 제외한 나머지는 범죄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않는 등 죄가 되지 않거나 범죄 성립 여부에 의문이 존재하므로 피의사실과 관련된 문건 등을 삭제한 것을 들어 범죄의 증거를 인멸하는 행위를 했다고 평가할 수 없다"고 기각 이유를 밝혔다.
 
또 "그 밖에 문건 등 삭제 경위에 관한 피의자와 참여자의 진술(‘압수·수색영장의 집행 당시 영장에 기재된 방법을 어긴 위법한 집행시도가 있었고 피의사실은 그 과정에서 수사기관이 인지한 것이며, 피의자는 수사기관에 의해 언론에 알려지고 보도된 압수·수색영장 기각사유가 범죄 불성립이라는 것을 알고, 향후 무관정보의 탐색·수집 시도가 재차 이어질 것을 우려하여 삭제한 것’이라는 취지) 등을 종합해 볼 때, 증거인멸 염려가 있다고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외 "변호사법위반 부분 역시, 공무원으로 재직 당시 피의자의 직책이나 담당업무의 내용 등에 근거한 법리상 다툼의 여지가 있는 점, 이 부분 관련 증거들은 이미 수집된 점 및 법정형(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고려할 때 구속의 사유나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유 전 연구관은 지난 2014년 2월부터 대법원 선임재판연구관, 2016년 2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수석재판연구관으로 일하면서 박근혜 정부가 관심을 보이는 재판 보고서 작성에 관여하고 이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등에게 보고한 의혹을 받는다. 
 
또 재판연구관들로부터 받은 재판 보고서 등 대법원 내부 주요 기밀자료 원본 등을 유출한 혐의를 받는다. 유 전 연구관은 이를 자기 사무실 등지에 보관하다가 검찰 수사망이 좁혀오자 출력물과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파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검찰은 책임을 묻겠다고 강력히 반발했다.
 
또 대법원 선임재판연구관 근무 당시 관여했던 숙명학원의 국유지 무단점유 관련 한국자산관리공사와 변상금 부과 처분취소 소송 사건을 변호사 개업 후 수임한 혐의도 받는다. 한국자산관리공사는 2012년 숙명학원이 토지를 무단 점유 및 사용하고 있다며 5년간 부지 사용료에 해당하는 변상금 73억8100여만원을 부과했다. 이에 숙명학원은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다.
 
1, 2심은 숙명학원 승소 판결을 했고 2014년 11월 대법원에 사건이 접수됐다. 지난해 12월 선고 기일이 잡혔다가 연기됐다. 이후 유 전 연구관은 변호사로 개업한 이후인 6월11일 대법원에 숙명학원 측 대리인 소송 위임장을 제출했다. 17일 뒤인 6월28일 대법원은 원고 승소 판결을 한 원심을 확정했다. 검찰은 대법원에서 3년 반 넘게 계류 중이던 재판이 유 변호사 수임 이후 17일 만에 학원 측 승소로 끝난 배경에 전관예우 등이 있었는지 의심하고 있다.  
 
이외에도 유 전 연구관은 대법원 근무 당시인 2016년 법원행정처가 작성한 '통진당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에 관한 의견' 문건 등을 받아봤다는 의혹과 박근혜 전 대통령 비선의료진 관련 특허소송 기록을 수집해 박근혜 정부 당시 청와대에 건넨 의혹도 받는다
 
사진/뉴스토마토·뉴시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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