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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 추석용돈 어린이펀드로?…수익률·인기 '시들'
"실질혜택 적고, 장기 수익률도 변변치 않아"
2018-09-27 15:34:17 2018-09-27 15:34:17
[뉴스토마토 이정하 기자] 명절 후 자녀의 용돈 관리처로 추천되곤 하는 '어린이펀드'가 설정액 감소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일반 펀드와의 차별화가 크지 않고, 상대적으로 수익률도 낮아 외면 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27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19일 기준 국내 23개 어린이펀드 설정액은 67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81억원이 더 줄었다. 어린 자녀의 미래를 위한 종자돈 성격이 강한 어린이펀드의 경우 장기간 유지해야 하지만, 3년 기준 설정액은 4745억원, 5년 기준은 1조1265억원이 감소했다. 
 
어린이펀드의 가장 큰 장점은 자녀를 위한 '금융교육' 혜택이다. 어린이펀드를 내놓은 운용사들은 어린 자녀를 둔 가입 고객을 고려해 경제교육과 경제 체험활동, 해외탐방 캠프 등을 실시하고 있다. 눈높이에 맞춘 펀드 운용보고서도 분기별로 별도로 작성해 제공한다. 부모가 자녀와 함께 운용보고서를 살펴볼 수 있도록 배려한 조치다.  
 
세재혜택도 있다. 세법상 미성년인 자녀 이름으로 가입한 펀드는 10년간 2000만원(원금 기준)까지 세금을 내지 않고 증여할 수 있다. 다만 자녀에게 증여하려면 증여세 공제 신청을 미리 해놔야 한다. 그러나 일반 펀드의 경우도 동일한 증여세 면제한도를 적용받고 있어, 사실상 있으나마나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일반 펀드와 차별화가 없는데다 수익률이 부진하면서 인기가 시들해진 것으로 보인다. 1년과 3년, 5년 어린이펀드 평균수익률은 각각 -2.59%, 10.91%, 20.47%로, 같은 기간 전체 국내주식형펀드의 수익률(-2.75%, 15.57%, 15.55%)과 별다른 차이가 없다. 1년 기준 수익률에서는 소폭 앞서지만, 3년 기준으로는 오히려 더 낮다. 상황이 이쯤 되자 23개 어린이펀드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11개가 50억 미만의 자투리펀드로 전락했다. 
 
올 들어 설정액이 증가한 어린이펀드는 'NH-Amundi아이사랑적립증권투자신탁 1'과 '한국밸류10년투자어린이증권투자신탁 1', '신영주니어경제박사증권투자신탁' 3곳이다. 19일 기준 이들 펀드는 연초이래 각각 140억원, 35억원, 11억원씩 설정액이 늘었다. 
 
'한국밸류10년투자어린이증권투자신탁 1'의 경우 가입 당시 10년간 환매를 하지 못하는 조건으로 가입하는 펀드며, 'NH-Amundi아이사랑적립증권투자신탁 1'과 '신영주니어경제박사증권투자신탁'의 경우 책임매니저의 인기에 힘입은 영향으로 보인다. 신영자산운용의 어린이펀드는 허남권 대표가 직접 책임매니저를 맡고 있으며, NH아문디자산운용의 경우 박진호 주식운용 2본부장이 펀드를 담당하고 있다. 박 매니저가 운용하는 중소형주펀드 인기에 힘입어 어린이펀드에도 돈이 몰린 것으로 보인다.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대표는 "증여세 혜택이 있긴 하나, 있으나마나한 수준이다. 어린이펀드에 세제혜택을 주는 법안이 국회에 10여년간 계류돼 있는 상태다. 어린이펀드라는 이름만 있고 실질적으로 명의 확인 절차를 하지 않아, 일반적인 펀드 중 하나로 분류되고 있다. 장기가입자에 실질적 혜택을 줘야 어린이펀드가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정하 기자 lj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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