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명당’ 조승우, 그에겐 ‘이것’이 필요했다
“실제 역사 속 인물 중재 조율하는 캐릭터 흥미로웠다”
‘존재감’에 대한 지적…”’박재상’ 폭발보단 여운에 중점”
입력 : 2018-09-27 14:00:00 수정 : 2018-09-27 14:00:00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오랜만에 스크린에서 만나는 조승우다. 사실 3년 만이니 그리 오랜만도 아니다. 2015년 대한민국을 들썩이게 만든 내부자들의 주역이었다. 그럼에도 오랜만인 듯한 느낌은 여전하다. 그가 스크린에선 좀처럼 자주 볼 수 없는 배우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 역시 스스로가 무대 배우임을 자처한다. 사실 태생이 그렇다. 무대를 동경해 뮤지컬 배우로서 첫 발을 땔 준비를 했다. 그때 우연히 학교 교수님의 추천으로 영화 오디션 현장에 갖다가 덜컥 첫 영화를 찍게 됐다. 그게 바로 임권택 감독의 춘향뎐이다. 그리고 여러 드라마와 영화에서 조승우는 색깔이 분명한 배우로서의 입지를 다져왔다. 그럼에도 그는 좀처럼 어색함을 지울 수 없단다. 무대가 아닌 카메라 앞이 어색하단다. 사실 그의 전작들을 보고 있자면 그의 이런 엄살이 쉽게 이해되지는 않는다. 영화 명당만 보더라도 그렇다.
 
조승우. 사진/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영화 명당개봉을 며칠 앞두고 서울 종로구 통인동 한 카페에서 조승우를 만났다. 남자 배우의 민 낯이 참 어색했다. 그는 웃으며 쑥스러워했다. 데뷔 18년 차의 중견이지만 아직까지도 연예인’ ‘유명인으로서 자신의 모습이 어색하단다. 그래서 이렇게 인터뷰를 하는 자리도 어색함을 감출 수 없다고. 이런 수줍고 어색함을 타는 배우가 어떻게 그렇게 카메라 앞에선 돌변을 할까. 그리고 매 작품마다 흥행 여부를 떠나서 자신만의 인장을 오롯이 찍어낼까.
 
하하하, 절대 안 그래요. 전 그냥 별거 아닌 배우일 뿐이에요(웃음). 그 동안 작품 복이 좀 많았던 거 같아요. 제가 출연했던 영화 중에 잘된 것도 있고, 아닌 것도 있고. 그럼에도 다 분명히 의미가 있는 작품들이었다고 생각해요. 분명히 어떤 메시지들을 전달하려고 중심을 잡은 작품들이 많았거든요. 그래서 전 주인공이든 조연이든 큰 의미를 두지는 않아요. 물론 제가 주인공으로 나온 작품들이 더 많았지만요(웃음).”
 
그런 의미에서 명당이 끌리고 출연을 결정한 이유도 분명해 보였다. 분명한 역사적 사실 위해 완벽한 허구의 인물인 박재상이 얽히고설킨 관계를 풀어가는 모습이 꽤 흥미로웠다고. 더욱이 그가 연기하는 박재상이 뒤로 갈수록 극 중심에서 사라져가는 모습에 더 끌렸단다. 캐릭터보단 스토리 전체의 흐름과 무게감을 중요시하는 조승우의 스타일이 딱 명당이었던 셈이란 말이다.
 
조승우. 사진/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제 기준으로 보면 사극이지만 굉장히 흐름이 빠른 게 너무 좋았어요. 그리고 실제했던 우리가 많이 알고 있는 역사적 사건에 허구가 더해진 스토리잖아요. 그것도 너무 재미있었고. 제가 연기할 박재상이 실제 역사 속 인물들을 조율하고 중재해가는 모습도 재미있었어요. 사실 결정적으로 이 영화를 선택한 것은 감독님 떄문이에요. ‘퍼펙트 게임때 함께 했던 분인데. ‘이 분이 사극을?’이란 느낌이었어요. 제가 아는 박희곤 감독님의 스타일과 명당이 결합되면 꽤 색다른 사극이 나올 것이란 기대감이 컸죠.”
 
그런 호기심과 기대감으로 출발한 명당이다. 우선 조승우는 이 스토리의 해설자 같은 느낌이다. 그는 땅을 소재로 이 영화 속 인물들의 내면을 흔들고 조율한다. 풍수지리는 지금에도 사용되는 개념이다. 하지만 영화 명당속 조승우가 연기하는 박재상은 천재란 소리를 듣지만 그 풍수 하나로 인해 모든 것을 잃게 된다. 그리고 그것을 통해 복수를 꿈꾸지만 결국에는 지키고자 했던 가장 큰 것을 잃게 된다.
 
참 쉽지 않은 배역이긴 해요(웃음). 말 한마디로 모든 것을 잃잖아요. 글쎄요. 자신의 모든 것을 잃지만 그럼에도 사람들을 위해 살아가려고 노력하잖아요. 그러면서 자신의 모든 것을 빼앗은 김좌근 일가를 향한 복수심을 키우고. 하지만 그 복수심이 진짜 복수심인지 아닌지도 본인도 좀 갈등하는 모습을 보이고. 그 심경을 변화를 어떻게 보여주느냐가 관건이라고 봤어요. 흥선군의 변화에 어찌할 수 없는 자신의 무력함에 무릎 끓는 박재상. 옳은 것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사람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죠.”
 
조승우. 사진/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앞서 설명과 같이 박재상은 뒤로 갈수록 그 존재감이 사라져 간다. 존재감이 사라진다기 보단 전체적인 이야기의 무게추가 옮겨가는 것이 맞는 표현일 것이다. 때문에 조승우의 존재감에 대한 지적을 하는 관람평이 적지 않았다. 물론 그는 처음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이 지점을 인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그 지점이 마음에 들어 이 영화를 선택하기도 했다. ‘명당속 조승우가 점점 사라져가는 것이 거꾸로 조승우를 이 영화를 끌어 들인 셈이다.
 
하하하. 이미 알고 출연 결정했죠. ‘나도 좀 임팩트가 있어 볼래라고 제가 나서서 삼각구도를 형성할 수 있는 배역이 아니잖아요. 반대로 박재상은 이 영화에선 없어선 안될 중심축이고 또 모든 인물의 밑을 받쳐주는 역할이에요. 뭐 보시는 분들은 시원시원하고 자극적이고 폭발하는 역에 매력을 느끼는 것도 알죠. 하지만 박재상은 뭐랄까. 여운이 길게 남는 인물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튈 수 있는 지점에서도 많이 자제하려 노력했어요. ‘묵묵히 가자이게 이번 영화 속 콘셉트 입니다(웃음).”
 
조승우는 이번 영화를 설명하면서도 시나리오란 단어를 많이 썼다. 사실 충무로에서 조승우는 작품 선택이 꽤 까다로운 배우로 정평이 나 있다. 드라마 출연도 그래서 의외로 많지가 않다. 이유는 단 하나다. 너무도 당연한 이유이지만 출연 결정에 8할 이상이 시나리오속에 있다고 믿는다. ‘시나리오를 통해 작품의 방향성과 주제 그리고 배역을 파악한다. 너무도 당연하지만 조승우가 얘기를 하니 또 색다르게 들렸다.
 
조승우. 사진/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드라마 쪽에선 쪽 대본이 많잖아요. 근데 그거 전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해요. 1~2회 분량 대본만 보고 그 전체의 흐름을 제가 어떻게 알아요. 어떤 메시지와 방향성을 갖고 있는지. 그래서 드라마 비밀의 숲’ ‘라이프이수연 작가님은 대본을 다 써놓고 배우에게 주거든요. 이게 맞는 거죠. 영화? 영화는 그렇지는 않죠. 하지만 요즘 일부 시나리오가 우연을 가장한 필연 이런 게 많아요. 제가 제일 꺼리는 지점이에요. 얼마 전 서치를 봤는데 내용의 진부함을 넘어서 형식의 파괴가 가져 온 성공이라고 봐요. 정말 색다르게 봤어요.”
 
결국 조승우에겐 역할의 무게감 장르가 문제는 아니었다. 색다른 도전 그리고 이야기와 메시지가 주는 의미가 그를 움직이는 원동력인 셈이다. 그의 전작들을 봐도 그렇다. 카메오 출연도 마다하지 않는다. 독립영화 출연도 가능하다. 드라마 출연도 분명 열려 있다. 조승우 그를 움직이려면 이유가 필요한 것이다.
 
조승우. 사진/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하하하, 전 그리 대단한 배우가 아니라니까요. 아직도 카메라가 어색한 무대극을 하는 배우일 뿐이에요(웃음). 누가 봐도 성공할 영화, 하지만 저에겐 큰 의미가 없어요. 시도 자체가 흥미롭고 신선하다면 전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봐요. 제 필모그래피만 보셔도 아실 수 있잖아요. 하하하. 그래서 명당도 출연 결정을 한 거죠. 역학 3부작? 관상궁합도 못봤어요. 제가 출연한 건 명당이잖아요.”
 
김재범 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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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재범

영화 같은 삶을 꿈꿨다가 진짜 영화 같은 삶을 살게 된 이란성 쌍둥이 아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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