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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집값 진정 국면…대출 규제 적중한 듯
기준금리 인상 이슈까지 겹쳐 안정세 예상…전문가들 "향후 공급대책 내용에 따라 시장 갈림길"
2018-10-02 06:00:00 2018-10-02 06:00:00
[뉴스토마토 최용민 기자] “분양권과 입주권까지 집을 여러 채 가지고 있는데, 전부 대출이라 이자에 세금 부담까지 높아져 더 이상 버티기 힘들어졌다. 무엇이든 하나 팔아야 될 것 같은데, 조정지역과 비조정지역 등 고려해야 될 사항이 너무 많아 생각이 복잡하다. 어떤 것을 팔아야 세금을 가장 덜 낼 수 있을지 궁금하다.” 다수의 주택을 소유한 41살 김씨가 쏟아낸 질문이다. 대출이자와 강화된 종합부동산세 부담 때문에 더 이상 많은 집을 가지고 있기 힘들다는 얘기다.
 
지난 9·13대책이 최근 서울지역 부동산 시장 분위기 변화에 크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종부세 강화로 다주택자들의 고민이 깊어졌다. 문재인정부는 종부세 최고세율을 참여정부시절보다 더 높였다. 보유세를 강화해 다주택자들이 더 이상 집을 보유하기 힘들도록 만들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아울러 대출 규제를 강화한 것도 당장 집을 사려는 매수세를 진정시키는데 크게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수억원이 넘는 집값을 당장 대출 없이 현금으로 구매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양지영 R&C 소장은 “대출 규제와 공급 계획 등 여러 가지가 맞물려 호가가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대출이 막혀 추격 매수자가 더 이상 들어오기 힘든 시장이 됐고, 다주택자들도 추가 구매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재 은행 창구에는 부동산 대출 관련 문의가 끊이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매매가 진정세는 최근 부동산 시장 분위기가 들뜨면서 주택 가격이 단기간 급등한 기저효과로도 풀이된다. 지난 4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시행 이후 보합세를 유지하던 서울 집값이 7월과 8월, 각종 개발 호재 이슈가 발생하면서 급격히 상승했다. 정부의 9·13대책도 짧은 기간에 급등한 서울지역 집값을 잡기 위한 조치였다. 결국 단기간에 집값이 너무 급하게 뛰면서 매수자와 매도자 모두 정부의 대책 발표를 기점으로 시장 상황을 좀 더 지켜보자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노원구의 한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30평대 아파트가 지난해 7월 4억1000만원에 팔렸는데, 올해 9월 같은 아파트 24평이 5억9000만원에 팔렸다. 더 낮은 평수 아파트가 1년만에 1억8000만원이 오른 것이다. 동일한 30평대 아파트는 2억원을 훨씬 웃돌 것”이라며 “내가 공인중개사 경력 10년이 넘는데 이런 시장 분위기는 처음이다. 뭔가 좀 잘못된 게 아닌가 생각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기준금리 인상 이슈까지 겹치면서 당분간 부동산 시장 분위기는 안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은 지난 26일(현지시각) 기준금리를 1.75~2.00%에서 2.00~2.25%포인트 인상했다. 이에 정치권을 중심으로 미국 금리인상에 따른 국내 금리 인상 압박이 강해지고 있다. 특히 주택시장 안정화를 위해 이자부담을 높여야 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대출이자를 감당하기 힘든 다주택자들이 집을 급매로 내놓을 수 있고, 이로 인해 집값이 안정화될 수 있다는 평가다.
 
시장 전문가들도 현재 정부 대책으로 어느 정도 호가가 주춤하는 등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종부세 강화와 대출 규제 등으로 당장 집을 사려는 매수세를 차단했고, 심리적으로 시장 관망세가 강해지고 있다는 평가다. 다만 정부가 발표한 공급 대책이 어떻게 구체화되는지에 따라 시장이 본격적인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지, 아니면 다시 상승세로 돌아설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는 “공급이 부족하고 수요가 많은데, 공급을 하겠다고 시장에 시그널을 줬다는 것이 부동산 호가를 낮췄다”며 “다만 연말까지 미니신도시가 어떻게 공급되느냐에 따라 상황이 또 달라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양지영 소장도 “공급 대상 위치라든가, 공급계획을 발표하는 시기라든가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그런 변수들이 속도를 낸다면 집값 하락이 장기적으로 갈수 있다. 그러나 공급계획이 흐지부지 되거나 실망스러운 지역들이 나온다면 다시 반등할 기미도 있다”고 말했다.
 
 
최용민 기자/김응태 기자 yongmin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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