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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임에 갇힌 삼성전자]②반도체에 울고 웃은 20여년…"이제는 판이 다르다"
수요·공급 환경 변화…"부품가격보다 이익 전체를 봐야"
2018-10-08 06:00:00 2018-10-08 06:00:00
[뉴스토마토 전보규 기자] "디램 가격이 연말까지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돼 삼성전자의 주가 상승세는 이어질 것이다."(대우증권. 2000년 7월) "비수기인 이달에 디램 가격이 폭등세를 이어가고 있는 데다 TFT-LCD 가격의 급등세도 이어져 실적 모멘텀이 지속될 것이다."(교보증권 2004년 4월) "현재 삼성전자의 주가 하락의 핵심은 디램 가격 하락이다."(대우증권 2007년 5월) "디램 가격이 올해 1분기까지 3분기 연속 상승세를 이어오면서 20년 만에 가장 큰 폭의 상승 추세를 이어오고 있는 것이 디램 가격이 정점을 지났다는 것을 나타낸다."(JP모간 2010년 3월)
 
삼성전자의 주가가 2000년부터 2010년까지 추세적인 상승·하락을 나타내거나 고점 돌파 등 의미를 부여할 만한 일이 있을 때 증권사에서 내놓은 분석들이다. 2010년 이후 현재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 20여년간 글로벌 금융위기와 중국 경기에 대한 우려, 비자금 의혹과 특검 등 삼성전자의 주가를 움직인 여러 가지 재료가 있지만 핵심에는 언제나 반도체가 자리 잡고 있다는 의미다.
 
 
'반도체 가격=삼성전자 주가'…오랜 시간이 다진 프레임
 
2000년 30만원대였던 삼성전자의 주가는 반도체가 호황기로 접어들고 삼성전자가 낸드플래시 메모리에서 1위 자리를 차지하면서 2002년 4월 40만원을 돌파했다. 
 
2004년 1월 50만원을 넘어서고 그해 4월 60만원 시대를 열 때도 디램과 TFT-LCD 시장을 좌우하는 리딩기업이라는 점이 주목받으면서 호재로 작용했다. 하지만 낸드플래시 등의 경기 사이클이 정점을 지났다는 분석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주가는 최고가를 기록한 지 두 달만인 6월 연중 최저치로 떨어졌다.
 
이후에도 삼성전자의 주가는 반도체 가격의 등락이나 업황에 대한 전망에 따라 등락하는 모습이 반복됐다. 2007~2008년 삼성 특검 이슈 때도 마찬가지였다. 반도체가 삼성전자의 주가의 핵심 재료 자리에서 벗어났던 것은 스마트폰 사업이 실적을 주도했던 2012~2013년뿐이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주가는 스마트폰이 급성장하면서 반도체보다 일시적으로 더 커졌던 때를 제외하면 반도체 가격을 따라 움직였다"고 말했다.
 
스마트폰 사업 등을 하는 IM부문이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0년 26%에서 2012~2013년 67%까지 상승했다. 같은 기간 반도체 비중은 60%에서 14~18% 수준으로 낮아졌다. 이후 추세가 반전되면서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반도체 비중은 76%로 커졌고 IM 비중은 21%로 작아졌다.
 
특히 최근 2~3년간 펼쳐진 삼성전자의 가파른 오름세에 반도체의 역할이 여느 때보다 컸다는 점도 반도체가 주가를 움직인다는 인식이 더 단단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 부품 사업에 더 큰 가치를 부여한다는 것도 반도체 업황 우려에 주가가 흔들리는 이유 중 하나다.
 
권성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주가는 100만원 정도부터 200만원 중반대까지 오롯이 반도체로 왔다"며 "경쟁자가 언제 들어올지 모르는 TV나 스마트폰 등 세트보다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기술력이 필요한 부분에 더 큰 가치를 부여하는 데 이런 영향으로 삼성전자의 주가는 반도체의 영향을 크게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치킨 게임·가격 급락 가능성 낮아…생각의 틀 바꿔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반도체 가격이 하락하면 삼성전자의 주가가 떨어진다는 오랜 인식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과거와 환경이 달라진 만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박성순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예전에는 경쟁업체가 많았지만 지금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3개사가 시장을 지배하는 상황이라 예전처럼 치킨 게임을 벌이고 그에 따라 공급과잉과 반도체 가격이 급변동하는 일이 벌어질 가능성은 낮다"며 "클라우드와 인공지능(AI) 산업이 초기 단계란 점을 고려할 때 분기별 변동성이 나타날 수는 있지만 중장기적인 투자흐름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급 측면에서는 올해 하반기부터 양산을 시작하는 등 중국 업체들이 반도체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삼성전자 등과의 기술격차가 크고 그만큼 수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어 과거처럼 반도체 가격이 크게 출렁일만한 일이 벌어질 확률이 낮은 환경이 됐고 수요 면에서는 새로운 시장이 만들어지고 있어 반도체 가격 급락이 나타날 가능성이 작다는 것이다.
 
단순히 반도체 가격에만 초점을 맞추지 말고 기업의 이익 전체를 생각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권 연구원은 "기업의 이익은 제품의 가격뿐 아니라 물량, 시장 점유율, 비용 등 여러 가지 요인에 의해 만들어지는 데 디램과 낸드의 가격만 따지는 것은 너무 작은 부분만 보는 것"이라며 "반도체 가격은 하락하겠지만 내년 삼성전자의 관련 이익은 비슷하거나 늘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전자의 공급 조절 전략 등으로 반도체 가격이 크게 떨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이고 서버 수요 등으로 디램의 이익 규모는 늘어날 것이란 설명이다.
 
일부에서는 과거와 달라진 시장 환경에서도 반도체 업황 논란이 지속되는 게 특정 세력의 영향이란 해석도 내놓는다.
 
B 증권사 연구원은 "반도체 고점 논란이 끊이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부정적 이슈로 이익을 내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라며 "이들은 처음에는 3분기가 고점이라고 했다가 예상이 빗나가면 4분기 아니면 언젠가는 정점이 온다는 식"이라고 강조했다.
 

 
전보규 기자 jbk880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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