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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미쓰백’ 한지민, 그가 불편함에 두 눈 부릅 뜬 이유
시나리오 읽고 머리 속 남은 강렬한 잔상…”이건 해야 한다”
불편함과 분노 공존한 문제…”언제까지 외면할 수는 있을까”
2018-10-10 06:00:00 2018-10-10 09:02:19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상처 받은 한 여성이 상처 받은 작은 여자 아이를 위해 모든 것을 내던진다. 어디서 많이 본 콘셉트다. 영화 아저씨가 떠오른다. 하지만 결 자체가 완전히 다르다. ‘아저씨가 액션에 방점을 찍은 카타르시스에 집중했다면 이 영화는 상처 받은 두 여성의 본질에 더욱 접근한다. 접근해서 무엇을 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저 상황을 바라본다. 조금 멀찌감치 떨어져 바라보는 느낌이다. 그 상황 자체에 집중한다. 흡사 날 것 그대로의 감정이 이 영화 속에서 숨을 쉰다. 그 숨결이 거칠고 고르지 않다. 그래서 보는 관객들은 분명히 불편하다. 그 불편함이 현실이란 게 더욱 불편하다. 영화 미쓰백이다. 이 영화에서 미쓰백을 연기한 배우 한지민은 그동안 자신의 전매특허나 다름 없던 귀엽고 사랑스러움을 버렸다. 그는 그 불편함을 정면으로 바라봤다. 눈에 쌍심지를 켜고 노려봤다. 불편함을 알고 있지만 그걸 외면하지는 말자고. 그래서 최소한 어른이라면 두 눈 부릅뜨고 꼬나봐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한지민. 사진/BH엔터테인먼트
 
 
최근 영화 미쓰백개봉을 앞두고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한지민은 기질 자체가 많이 달라져 있었다. 인터뷰이와 인터뷰어의 관계로는 2014년 영화 플랜맨이후 4년 만이다. 4년 전 한지민은 우리가 기억하던 그 이미지 그대로였다. 하지만 이날 만난 한지민은 달랐다. 사실 미쓰백속 주인공 백상아와도 조금은 달랐다. 무언가 사람의 기질 자체가 많이 달라져 있었다.
 
하하하. 글쎄요. 많이 바뀌었나요? 감독님도 비슷한 말씀을 하신 적이 있어요. 사실 처음 제가 미쓰백캐스팅 순위에 있었는데 감독님이 스태프에게 됐다 그래이랬다고 하셨대요(웃음). 제가 안 할 줄 아셨다고. 그런데 정말 우연히 아주 우연히 감독님과 제가 스치듯 만난 장소가 있어요. 제가 밀정뒷풀이를 갔는데, 그 곳에 우연히 감독님이 스태프들과 있다가 절 보신 거에요. 그때 감독님이 벼락 맞은 느낌이셨다고 하시더라고요. 머리 속 기억의 한지민이 아닌 백상아가 보이셨다고(웃음).”
 
당시 미쓰백의 캐스팅을 진행하던 이지원 감독도 한지민을 내심 염두에 두고 있었지만 그의 맑고 깨끗한 이미지가 백상아와 상충되는 것 같아 애초에 생각을 지웠다고. 하지만 그날의 우연한 만남에 무언가에 홀린 듯 한지민을 첨부터 끝까지 주시했단다. 물론 그 사실을 당시에는 한지민은 몰랐다. 그리고 그렇게 얼마 뒤 한지민의 손에 미쓰백시나리오가 왔다. 그는 시나리오를 읽고 그 강렬한 잔상을 지울 수가 없었단다.
 
한지민. 사진/BH엔터테인먼트
 
 
새벽 4시쯤이었나? 그때 최종적으로 출연을 결정했어요. 처음에 읽었을 때 너무 좋았어요. 소속사 대표님에게 하고 싶다고 바로 얘기했죠. 그런데 사람들이 한지민이 미쓰백?’ 이런 느낌을 받을 것이란 생각도 했어요. 조금 시간을 두고 생각해 봤죠. 그런 것 있잖아요. 새벽녁에 편지 쓰고 나서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서 읽으면 너무 웃긴 거. 감성을 지우고 이성이 살아나는 시간. 그걸 노리고 다시 생각을 했지만 답은 하나였어요. 이건 해보자.”
 
그렇게 결정한 뒤 그는 내면과 외면을 모두 미쓰백으로 탈바꿈했다. 골초처럼 담배를 피워댔다. 담배를 피우고 침을 내뱉는 장면은 영락 없는 양아치 여성이다. 머리는 노랗다 못해 새하얀 느낌의 싸구려 염색을 한 티가 팍팍 나는 비주얼이다. 가죽 재킷과 호피무늬 옷도 입었다. 눈빛과 피부톤도 정리 되지 않는 거친 느낌이 너무도 자연스러웠다. ‘한지민이 원래 이랬나싶을 정도였다.
 
저도 이런 역은 처음이고. 최소한 관객 분들이 영화를 봤을 때 이질감을 느끼게는 하고 싶지 않았어요. 만약 조금이라도 그런 게 보이면 영화 전체에 피해가 되는 거고. 결론적으로는 제가 완벽하게 백상아란 인물이 되야 했어요. 행동과 감정 모든 것을 연구했어요. 감독님과 정말 많이 대화했죠. ‘상아는 왜 그랬을까요?’ ‘그때 상아는 어떤 기분이었을까요?’ 등등. 연기를 한다기 보단 왜 그랬는지에 초첨을 맞췄던 것 같아요. 걱정도 되죠. 평소 기억하시던 한지민의 모습과는 전혀 딴판이니.”
 
한지민. 사진/BH엔터테인먼트
 
 
사실 이 영화가 한지민의 큰 변화와 도전이 두드러지지만 아동 학대란 코드를 정면으로 다루고 또 그 상황을 여과 없이 전한 장면의 연속을 담고 있단 점에서 불편하고 또 불편한 영화로 여겨지고 있다. 그 점은 한지민도 분명히 인지하고 있었다. 영화의 흥행(이 단어는 한지민도 좀 조심스러워했다)에 분명히 마이너스적인 요소가 분명했다. 배우로서 도전이란 목적도 있지만 흥행을 염두하지 않았단 점도 납득하기는 힘들다.
 
당연하죠. 예산이 투입됐고 그것을 책임지는 주인공으로서 흥행도 분명히 생각해야 하죠. 하지만 미쓰백은 좀 다른 관점으로 봤어요. 아동 학대에 대한 점이 분명 불편해요. 하지만 왜 저 아이들은 부모 밑에서 자라면서도 저렇게 힘들까. 만약 우리가 부모를 선택할 수 있다면 저 아이들이 고통 받지는 않을 텐데. 이런 생각도 들더라고요. 물론 그걸 선택할 수는 없잖아요. 결국 그 아이들에게 생기는 문제는 어른들과 사회의 책임이라고 봐요. 뉴스를 통해 그 사실을 접하고 분노하지만 그 분노는 아주 잠시잖아요. 그래서 영화나 드라마도 다시 한 번 본질을 전하고 싶었어요.”
 
그는 아동 학대 문제나 노인 문제 등 이른바 사회 문제에 상당히 관심이 많음을 전했다. 앞서 언급한 4년 전의 한지민과는 무언가 다른 지점이었다. 대학시절에도 사회복지를 전공했다. 이미 익히 알려진 바이지만 사실 많이 알려진 바도 아니다. 그저 예쁘고 착한 이미지의 여배우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배우 한지민으로만 알고 있었다. 그는 영화 속 내용과 빗대어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비교적 소신 있게 털어냈다.
 
한지민. 사진/BH엔터테인먼트
 
 
원래 아이들을 좋아해서 아동학과를 가려고 했어요. 하지만 포괄적으로 사람을 다루는 분야에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사회복지로 전공을 바꿨죠. 그 중에서도 아이들에 대한 범죄를 보면 저 역시 분노가 일죠. 아직은 국내에서 제도적이나 법적으로 아이들에 대한 보호가 너무 약한 것 같아요. 아동 범죄에 대한 형량도 너무 작게 느껴져요. 사람이 나이를 들면 못된 마음도 들고 어떤 사람은 더욱 더 극악의 모습으로 발전도 하잖아요. 하지만 모두 아이 때는 순수하고 깨끗하잖아요. 대체 뭐가 저 사람을 그렇게 만들었을까. 그게 궁금해요. 결국 성장 과정에서 어떤 보호를 받지 못한 지점이 있지 않을까요.”
 
그는 미쓰백속 상황과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비교적 논리 정연하게 꿰 맞추며 자신의 생각을 전달해 갔다. 물론 그 밑바탕에는 자신이 경험한 미쓰백속 세계 속의 백상아와 지은이(김시아 분)의 관계가 밑바탕에 깔려 있었다. 두 사람의 관계와 그 두 사람이 받은 상처에 대한 어루만짐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는 궁금해했다. 과연 백상아는 어떤 삶을 살아 갈까. 그리고 지은이는 어떻게 될까. 두 사람은 과연 행복할까.
 
한지민. 사진/BH엔터테인먼트
 
 
다른 작품과 다르게 이 영화는 정말 잔상이 많이 남아 있어요. 아직 빠져 나오지 못했다고 해야 하나. 현장에선 우선 시아에 대한 배려가 많았어요. 당연하죠. 어린 아이라. ‘소리만 나면 현장에선 무조건 지은이라고 불렀어요. 배역에 매몰되지 않게. 역 자체가 너무도 힘든 역이라. 그 어린 친구가 상처 받지 않게 최대한 신경을 썼죠. 반면 전 어른이라 뭐 그런 건 없었죠(웃음) 그래서인지 중반 이후에는 저도 좀 많이 외로워 지더라고요. 글쎄요. 지금도 궁금해요. 둘이 잘 살고 있을까. 둘이 어떻게 지낼까. 상아는 행복할까. 지은이는 행복할까. 둘 다 정말 행복했으면 해요. 아주 많이요.”
 
김재범 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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