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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장벽에 막힌 유통업계③)돈쓸 곳 못 찾는 유통공룡, 신규투자 2년 연속 하향세
신사업 추진 때마다 규제 발목…점포 구조조정 사례도 속출
2018-10-14 18:00:00 2018-10-14 18:00:00
[뉴스토마토 이광표 기자] 유통업계의 신규 투자 규모가 2년 연속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 같은 투자 축소 배경은 업계의 의지가 아니라 다름아닌 '규제의 후폭풍'이라는 평가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롯데그룹의 투자 규모는 8791억원에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1조1124억원) 대비 20.5% 줄어들었다. 롯데와 함께 유통업계를 이끌고 있는 신세계그룹 역시 전년 대비 투자액이 25% 줄어들었다. 두 그룹이 올해 줄인 투자액만 3600여억원에 달하는 셈이다. 롯데와 신세계는 지난해에도 투자 규모를 줄인 바 있다. 2016년과 비교해 각각 12.6%, 16.6% 축소했다.
 
업계에선 이들 유통대기업들이 신규 사업을 추진할 때마다 걸림돌이 되는 규제장벽에서 원인을 찾는다.규제가 유통업계 투자 동맥을 좁히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굵직한 투자 사업들이 규제에 발목 잡히며 첫 삽조차 뜨지 못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부지 매입 후 7년만에 문을 연 이마트 트레이더스 군포점. 사진/이마트
 
이마트의 경우 창고형 할인점 트레이더스가 규제에 막혀 출점 계획에 차질을 빚은 바 있다. 이마트 트레이더스는 2011년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추진하는 군포당동택지개발2지구내에 용지를 488억5000여만원에 사들여 4만6086㎡의 면적에 지하 1층~지상 6층 건립을 추진했다. 하지만 지역 상인 반발과 교통영향평가 등으로 세 차례나 건설 계획이 반려됐다. 군포시에서 차량 진·출입구 동선 분리 대책, 교통 흐름 모니터링 보완계획서 제출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서류를 준비하는 동안 사업 착공 계획은 연기돼 결국 지난해 말에야 문을 열 수 있었다. 2011년 부지 매입 후 오픈까지 무려 7년의 시간을 보낸 끝에 투자가 이뤄졌다.
 
롯데그룹도 사정은 비슷하다. 롯데쇼핑은 2013년 서울시로부터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DMC) 인근 2만644㎡ 부지를 1972억원에 매입했다. 하지만 망원시장 등 인근 상인들의 반대에 부딪혀 인허가 결정이 계속 미뤄지고 있다. 이로 인해 매입한 부지는 5년째 공터 그대로다. 주변 상인과 주민들의 찬성여론과 인근 전통시장 상인들의 반대여론이 충돌하는 가운데 답보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르면 대규모 유통시설이 들어설 때 지역 상인과 상생 협약을 체결해야 한다. 롯데 측은 서울시의 중재 속에 수차례 상생 협의를 진행했으나 절충점을 찾지 못했다. 부지를 판 서울시가 관망하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롯데몰 군산점은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상생 방안에 합의하고 문을 열었지만, 중소벤처기업부가 담당하는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을 근거로 다른 상인단체들이 롯데 측에 상생기금을 요구하고 나서 오픈까지 우여곡절을 겪어야 했다.
 
신규출점이 어려워진데 이어 최근엔 오프라인 시장의 성장 정체로 점포 구조조정에 돌입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투자 규모를 줄이며 악화된 수익성을 상쇄시키기 위해서다. 이마트는 최근 학성점, 부평점, 시지점 등과 하남, 평택 부지를 매각했으며, 홈플러스도 부천 중동점과 동해 김해점을 정리하기로 했다. 롯데백화점은 창사 이래 처음으로 지하철 1호선 안양역사 내 개점한 안양점을 매물로 내놓았다. 업계 안팎은 유통업계의 점포 구조조정이 하반기 내내 이어질 것으로 내다본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규제로 인해 계획된 투자도 묶여버리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신규 사업도 상생안 마련 등 규제가 존재해 첫 발을 떼기가 어려워 새로운 투자를 구상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광표 기자 pyoyo8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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