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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명석의 재계시각)5년만에 완전체, 정부와 대화채널 열릴까
신동빈 회장 출소로 대기업 총수 모두 현역 복귀
막힌 정부와의 소통 복구 지금이 골든타임
2018-10-14 17:18:30 2018-10-14 17:39:25
[뉴스토마토 채명석 기자] 하나로 완전한 상태를 이루는 것을 ‘완전체’라고 한다. 요즘은 아이돌그룹 덕분에 완전체라는 단어를 자주 접하는데, 해체 또는 개별 활동을 하던 멤버들이 한 자리에 모였을 때를 완전체라고 칭한다. 지난 13일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H.O.T.가 17년 만에 모든 멤버가 모인 완전체로 공연을 해서 큰 이슈가 됐다.
 
분야는 다르고, 아이돌그룹에 비해 관심도 떨어지지만, 재계도 지난 5일 신동빈 롯데 회장이 출소해 오랜만에 완전체가 됐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하는 대기업 집단의 총수들 모두가 현역에서 일을 하는 모습을 접하는 건 5년여만으로 보인다. 그만큼 재계에 크고 작은 의혹과 사건이 끊이질 않았다는 얘기다.
 
완전체가 언제까지 유지될 지는 장담할 수 없다. 재판이 진행중인 총수들도 있고, 또 다른 혐의가 드러나 수사를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들은 여전히 살얼음판이라고 한다. 사진 한 장, 기사 한 줄에도 신경쓰고, 총수 일거수 일투족을 조심하는 재계의 모습을 바라보다보면 안쓰럽기까지 하다.
 
뇌물 혐의 관련 2심 공판서 집행유예로 풀려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 8일 오전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로 출근하고 있다. 신 회장의 출소로 재계는 오랜만에 총수들이 모두 경영일선에 복귀했다. 사진/뉴시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랜만에 재계 총수들이 현역에 복귀했으니 한 번 정도는 한 자리에 모여 의견을 나누고, 정부에 의견도 전달해주길 바란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1년 반이 되어가는 동안 남북 정상회담도 세 번이나 열렸는데, 정부와 재계간 대화 창구는 열릴 기미가 안보인다. 이런 일을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해왔는데,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혐의라는 굴레를 뒤집어쓴 전경련은 정부의 관심 밖으로 벗어나 있다. 주요 그룹들이 회원에서 탈퇴하는 등 총수들에게 외면당해 전혀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과거에 정부와 재계가 대립각을 세울 때는 대의를 위해 희생을 무릅쓰고 맨앞으로 나선 총수들이 있었다. 아산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나 연강 박두병 두산그룹 회장, 최종현 SK그룹 회장 등은 자신의 기업을 넘어 국가 경제 발전을 위해 기업가들과 만나 재계가 어떤 방식으로 기여해야 하는지를 논의하고, 그렇게 얻은 결론을 행동으로 실천하고, 정부를 찾아가 도움을 요청했다. 하지만 ‘6070’으로 요약되는 3~4세 총수들이 전면에 나서면서 그런 구심점이 사라졌다. 친분이 있는 인사들끼리 만나는 사설 모임조차 거의 사라졌다는 후문이다. ‘단합’을 위해 만든 자리를 ‘담합’이라고 단정하고 색안경 쓰고 바라보니, 누가 만나고 싶겠냐는 것이다.
 
이유는 많겠지만, 이런 상황을 만든 것은 결국 정부다. 정부가 먼저 재계에 손을 내밀어줘야 한다. 잘못은 단죄해야 되지만, 잘 하려고 하는 총수들의 의견은 다가가서 들어주고 도와줘야 한다. 나라경제가 더 잘 되려면 기업을 응원하고 힘을 불어넣어줘야 한다. 대기업 편중 구조 심화는 분명 문제지만, 그렇다고 대기업 죽이기에만 몰두해서는 안 된다. 재벌을 비난하는 여론의 목소리가 커서 정부도 부담될 것이다. 하지만 잘 하려는 의도로 만나는 것까지 비난하는 국민들은 없을 것이다.
 
재계에서도 누군가가 나서주길 바란다. 재계에서도 총수가 모두 현역에 있는, 완전체의 모습을 한 지금이 대화의 물꼬를 트는 골든타임이라는 것을 잘 알 것이다. 각자 생존을 위한 방법을 찾는 데에도 바쁘겠지만, 재계도 이럴 때 총수들이 모여서 국가 경제를 위한 의견과 방향을 제시해 주는 것도 필요하다. 정부와 재계 양측 모두 눈치만 보면서 주저하고 있으면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만나서 눈을 마주보고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주고받길 희망한다.
 
채명석 기자 oricms@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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