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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배반의 장미’ 정상훈, 그는 여전히 웃긴 남자다
‘개그맨’ 오해, 실제 데뷔 21년 차 배우…”코미디 자신 있다”
당분간 연기에만 집중, 배우로서 입지 다진 뒤 ‘예능 복귀”
2018-10-15 06:00:00 2018-10-15 06:00:00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대부분은 아직도 그를 개그맨으로 알고 있다. 무명에서 개그맨으로 성공한 뒤 연기를 하게 된 운 좋은 케이스라고 보는 시각들이 많다. 아니 이걸 팩트라고 알고 있다. 우리에겐 양꼬치앤칭따오로 유명한 정상훈에 대한 선입견이다. 우선 그는 개그맨이 아니다. 염연히 배우로 데뷔를 했고, 배우로 커리어를 쌓아온 분명한 배우다. 1998 SBS 드라마 , 어때로 데뷔했으니 벌써 햇수로 21년차의 중견이다. 앳된 얼굴이지만 벌써 아들만 3명을 둔 다둥이 아빠이기도 하다. 그는 개그맨이 아니다. 연기에 목이 말라 있는 분명한 배우라고 자신을 소개한다. 그래서 영화 배반의 장미가 비록 소수에게 선택을 받는다고 해도 너무도 소중한 기회라고 생각했단다. 그는 작품안에서 펄펄 날았다. 당분간은 계속 배우로서 웃음을 주고 싶다는 정상훈이다. 최소한 배우란 두 글자가 어색하지 않을 때까지는 대중이 원하는 그것(?)과의 거리도 두고 싶다고.
 
정상훈. 사진/태원엔터테인먼트
 
 
영화 배반의 장미개봉을 앞두고 만난 정상훈은 분명했다. 연기에 대한 갈증과 갈망이 지금 이 자리까지 자신을 끌고 왔다고. 물론 우리에겐 그가 ‘SNL코리아양꼬치앤칭따오로 여전하다. 그걸 지워버리고 싶은 생각도 욕구도 없단다. 하지만 자신이 제일 잘하는 코미디로 또 처음 시작했고 지금도 하고 싶은 연기로 정상훈이 배우임을 증명하고 싶단다.
 
제 가장 큰 바람이자 어쩌면 가장 작은 소망일 수도 있어요. 그게 바로 제가 제일 잘하는 장르로 배우로서 인정 받는 것이죠. 그럼 그 방법은 코미디 영화로 배우 정상훈의 존재감을 각인시키는 것 뿐이죠. 예전에는 코미디 영화가 참 많았잖아요. 그런데 요즘은 정말 많이 없어요. 가슴 아프죠. 저를 보시면 제일 먼저 ‘SNL코리아를 말씀하세요. 그게 벌써 몇 년 전인데(웃음). 그럼에도 전 자부심이 있어요. 거기서 정말 많은 걸 배웠거든요. 지금도 제가 제일 잘하는 코미디의 색깔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봐주세요.”
 
그런 과정 속이지만 영화 배반의 장미를 보면 극중 시나리오 작가 육심선을 연기한 정상훈이 이른바 하드 캐리를 하는 존재감을 발휘한다. 함께 출연한 선배이자 동생 김인권 역시 코미디 연기에선 둘째가라면 서러운 배우다. 여기에 특유의 예능 감각을 가진 손담비와 신예 김성철 그리고 애드리브 황제 박철민까지. 이 영화는 한 마디로 코미디 종합선물세트다. 그 안에서도 정상훈의 존재감은 단연코 눈에 띄었다.
 
정상훈. 사진/태원엔터테인먼트
 
 
아이고 과찬이십니다(웃음). 인권이나 담비 그리고 성철이가 절 많이 살려줬어요. 그리고 제가 잘해서가 아니라 이번에는 각자의 몫이 있었으니까요. 저가 좀 노는 반면 인권이가 무게감을 잡고 갔고. 사실 코미디는 정말 어려운 장르에요. 우린 웃으라고 만든 장면에서 대중들이 안 웃으면 정말 난감하거든요. 우선 VIP시사회 때 제 옆에 1000만 배우 황정민 형, 또 다른 옆에는 제 와이프가 앉아 있었어요. 저 죽는 줄 알았다니까요. 하하하.”
 
배반의 장미는 오는 18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이미 언론 시사회와 일반 시사회 그리고 VIP시사회 등을 통해 공개가 된 바 있다. 반응은 천양지차다. 우선 언론과 평론가들의 반응은 대체적으로 혹평에 가깝다. 반면 일반 관객과 VIP시사회를 통해 느낀 연예인 동료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너무도 상반된 분위기다. 정상훈 역시 영화 전체의 완성도나 매끄러움 보단 영화 자체가 갖고 있는 아이러니와 블랙 코미디적인 웃음에 주목해서 본다면 99분 동안 즐거운 웃음만 터트리다 나갈 수 있다고 권했다.
 
우선 박한 평에 대해 제가 해명을 할 위치도 아니고. 그분들에게 야속하거나 그러지도 않아요. 너무도 제한된 예산에서 이 정도의 퀄리티라면 전 배우로서 너무도 만족해요. 그나마 내부적으로 논의된 것 들 중에 수위가 좀 약하다란 의견도 있기는 있었어요. 이를 지적하는 기자분들이나 평론가분들의 의견도 들었고. 저희도 더 나갈까생각도 해봤어요. 그런데 영화 자체가 죽음을 다루고 있는데 그건 좀 너무 가는 느낌이란 게 공통된 의견이었죠. 장소가 거의 변하지 않는 것도 답답함을 느낄 수 있는데, 오히려 그 제한된 요소를 장점으로 풀어낸 것으로 봐주시는 분들도 많아서 놀랐어요.”
 
정상훈. 사진/태원엔터테인먼트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을 듯하지만 그는 죽음에 대한 언급도 전했다. 영화 속에서 그를 포함해 세 명의 남자들은 자살 여행을 떠난다. 배우 정상훈도 영화 속 세 명의 남자들처럼 되는 일이 하나 없던 시절이 아주 길었다. 혹시라도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은 있을까. 아니 그런 힘든 시절 때문에 영화 속 자신이 연기한 육심선을 비롯해 세 명의 남자들의 심리가 이해가 됐을까.
 
전 반대 입니다(웃음). 저도 죽을 만큼 힘들고 좌절한 적 많았죠. 아이고 아시잖아요. 하하하. 그런데 단 한 번도 죽고 싶단 생각은 안했어요. 그때마다 위안을 받기 위해 여러 가지를 도전해 봤죠. 뭐 당연히 술도 많이 먹고. 그런데 그 좌절을 풀어낸 게 있어요. 일본 만화인데 나루토란 작품을 읽으며 너무 위안을 받았어요. 하하하. 혹시라도 지금 좌절하고 되는 일이 없는 분들 계시면 집에서 속는 셈 치고 이 만화 한 번 읽어 보세요. 완전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져요. 대사 하나하나가 완전(엄지 척)”
 
조금 더 자살이란 코드에 대해 질문했다. 영화에선 처음 시작부터 이들은 죽음을 맞이하기 위해 서로를 위로하고 또 의지한다. 그리고 죽음을 앞둔 그 순간 모텔 안에서 마주한 3명의 남자. 그리고 뒤 이어 나타난 한 명의 여자. 눈앞에 죽음을 앞둔 시점에서 세 명의 남자는 아이러니하게도 삶에 대한 집착을 여지 없이 드러낸다. 상충되는 분위기의 충돌이 어쩌면 배반의 장미가 전하고 싶은 삶에 대한 아이러니이기도 하다.
 
정상훈. 사진/태원엔터테인먼트
 
 
딱 그 지점이에요(웃음). 사실 세 명의 남자들은 그 모텔 안에서 소주잔을 기울일 때부터 살고 싶어졌어요. 아니 죽고 싶은 이유가 희석된 거죠. 자신들의 고민이 풀렸고. 그저 당신은 무슨 고민 때문에 그랬냐라며 서로의 얘기를 들어주잖아요. 사실 다들 들어보면 죽을 만큼의 고민도 아니에요. 저도 그랬던 거 같아요. 정말 힘들었던 시절, 사람에게 상처 받았죠. 하지만 결국 사람에게 위로를 받았어요. 모여서 웃고 떠들고, 그러다 보니 자신의 선택이 잘못됐단 걸 알게 된 거죠.”
 
워낙에 코미디적 감각이 뛰어난 정상훈이기에 인터뷰 내내 웃음이 가시질 않았다. 사실 굉장히 무겁고 우울한 내용을 담고 있는 영화가 배반의 장미. 그럼에도 영화를 보면서 웃음의 타율이 꽤 나쁘지 않게 드러나는 것은 이런 배우들의 공이 크다. 그는 그렇게 무명시절부터 지금까지 버티고 또 버텼다. 가족을 위해서다. 그리고 자신의 목표를 위해서다.
 
정상훈. 사진/태원엔터테인먼트
 
 
절친한 조정석 거미 커플이 결혼을 결심한 결정적인 이유가 저와 제 와이프를 보고 그랬대요(웃음). 전 결혼하고 나서 사람됐어요. 와이프가 저한테 너무 잘해주니 저도 잘해주려고 노력하고. 아들만 세 명인데 애들도 다들 착해요. 뭐 그 나이에 나쁠 게 뭐 있나요. 하하하. 아빠가 되고 나니 무엇을 하든 가족부터 생각을 하게 되요. 그런 책임감을 갖고 좀 더 나아가 보고 싶어요. ‘SNL코리아같은 예능 출연을 원하시는 분들도 계세요. 그런데 지금은 우선 연기에 좀 더 집중하려고요. 저도 무언가 증명할 수 있는 대표작 하나 정도 나오면 양꼬치앤칭따오시즌 2를 준비해 보죠. 뭐 하하하.”
 
김재범 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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