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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G 차량 제한 쟁점은?…'친환경·수급' 놓고 업계 격돌
산업부, 용역보고서 통해 "규제 완화 효과 있다" 결론…LPG '환영', 정유는 '반발'
2018-10-18 06:00:00 2018-10-18 06:00:00
[뉴스토마토 양지윤 기자] LPG 차량 사용 제한 완화의 핵심 쟁점은 크게 두 가지다. 'LPG차 보급 확대로 대기환경 개선 효과가 있는가', '국내 LPG 연료 수급 안정성에는 문제는 없는가'로 압축된다. LPG업계와 정유업계는 두 쟁점에서 모두 정면으로 대립하고 있다.
 
최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법안소위에 오른 연구용역 보고서는 LPG업계의 손을 들어줬다. '수송용 LPG연료 사용제한 완화에 따른 영향 분석결과'라는 제목의 보고서는 에너지경제연구원이 산업통상자원부의 연구용역을 받아 작성한 것으로, 그간 LPG 차량 사용 제한 완화에 반대했던 산업부의 입장 변화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보고서는 LPG 차량이 질소산화물과 미세먼지의 배출을 줄여 대기환경 개선 효과가 클 것으로 분석했다. LPG 차량을 전면 허용할 경우, 연간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최대 7363톤, 미세먼지는 71톤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최대 39만6072톤으로 증가할 것으로 추정됐다. 비용 측면에서 보면, LPG가 휘발유나 경유보다 더 유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피해비용이 질소산화물은 2094억~2567억원, 미세먼지는 283억~353억원이 감소하는 데 비해 온실가스는 배출량 증가에 따라 최대 123억원이 증가할 것으로 조사됐다.
 
LPG업계 역시 이런 시각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경유차보다 5~10% 많지만, 질소산화물은 경유차가 93배 더 높다고 강조하고 있다. 특히 카본블랙의 경우 노후한 경유차에서 상당량 배출되는 반면 LPG차는 거의 나오지 않는다는 점을 내세웠다. 카본블랙은 이산화탄소와 함께 지구 온난화를 가속화하는 주요 원인물질 중 하나로 꼽힌다.
 
반면 정유업계는 질소산화물과 미세먼지 배출 감소 효과에 의문을 제기했다. 환경부의 지난해 11월 '저공해 자동차 인증현황' 자료에 따르면 1999cc 카렌스와 쏘나타 LPG 차량은 급가속을 할 때 각각 1km당 0.0025g, 0.002g의 미세먼지가 배출됐다. 2359cc 그랜저 휘발유 차량(0.0011g)보다 최대 2배 많았다. 정유업계는 LPG 차량 배출 계수에 대해서도 문제 삼았다. 국립환경과학원 '국가 대기오염물질 배출량 서비스'에서는 배출계수를 '0'으로 산정하고 있는데, 이는 각 연료별 차량 대수 차이와 차종, 연식별 차이 등을 고려하지 않은 자료로 객관성이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또 2030년 온실가스를 전망치보다 37% 줄이겠다는 정부의 약속에 역행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보고서는 국내 LPG 연료의 수급 안정성 부문에서도 문제가 없다고 평가했다. LPG 차량 규제를 전면적으로 풀어주더라도 연료소비량 증가분이 세계 공급 평균 잉여량의 5분의 1수준에 그쳐 안정적 수급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의 올해 세계 LPG 수급 전망에 따르면, 오는 2020~2040년 공급 평균 잉여량은 540만톤이다. 국내 LPG 사용 제한이 전면 완화될 경우 연료소비량 증가분이 2030년 최대 117만2000톤을 기록할 것으로 보고서는 전망했다.
 
LPG업계는 현행 사용 제한 법규가 국내외 에너지 시장의 변화를 반영하지 못한 '낡은 규제'라고 지적했다. LPG 사용 제한 규제는 지난 1980년대 초반 LPG 공급이 국내 정유사의 생산에만 의존했을 시기에 만들어졌다. 당시 대규모 LPG 저장시설이 없었고, 정유사의 원유를 정제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LPG 수율도 약 3∼4%에 불과했다. 휘발유 10∼12%, 경유 27∼29%인 것과 비교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생산물량이 제한적이다 보니, 정부가 사용 대상에 제한을 둘 수밖에 없었지만 지금은 인프라와 공급 부문에서 개선이 이뤄졌다는 게 LPG업계의 설명이다. 저장시설은 증가하는 수요에 맞춰 점진적으로 확충해 왔고, 정유사 외에 SK가스와 E1이 해외에서 LPG를 수입하고 있어 당시와는 처한 현실이 다르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미국의 셰일가스 개발 붐으로 글로벌 공급 여력이 충분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2014년부터 미국의 셰일가스 공급이 증가함에 따라 국내 기업의 미국산 도입 비중이 지난 2016년 60%를 넘어선 뒤 올해까지 이를 유지하고 있다. 
 
반대로 정유업계는 국가 에너지 믹스 차원에서 볼 때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한국은 수송용 LPG 소비가 세계 1위로, 국내 LPG 소비량 가운데 75%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나머지 25%는 SK에너지와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 4사가 공급하고 있다. 때문에 업계는 산업부가 '수급에 문제가 없다'는 이유로 사용 제한을 완화하려는 것에 대해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국내 자급률을 고려하지 않고 글로벌 공급량을 근거로 판단한다면, 우리 기업들이 고용과 투자를 국내에 할 유인이 없다고도 강조했다. 아울러 미국 등 해외에서 LPG를 차량용으로 소비하기보다 석유화학 원료로 이용해 고부가 석유화학제품을 만들고 있는 추세에 비춰봐도 LPG업계의 입장이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이밖에 보고서는 LPG 사용 제한을 전면적으로 풀 경우 환경피해 비용은 최대 3633억원, 제세부담금은 3334억원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환경피해 비용 감소액이 제세부담금 감소약보다 최대 299억원 많아 실익이 있다고 판단했다.  
 
양지윤 기자 galile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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