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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갈등…"우리가 더 어렵다"
대통령 질책에 산업부 입장 선회…미세먼지 이슈에 LPG 부상
2018-10-18 06:00:00 2018-10-18 06:00:00
[뉴스토마토 조승희 기자] LPG 규제 완화 법안이 연내 국회를 통과할 조짐이 보이자 정유업계가 반발하면서 LPG업계와의 오랜 갈등이 재조명되고 있다. 
 
전국 주유소 입장을 대변하는 한국주유소협회는 17일 'LPG차량 사용제한 완화·폐지 즉각 중단하라'는 성명서를 냈다. 협회는 "LPG 소비 확대를 위해 '미세먼지 저감'이라는 사회적 분위기에 편승해 경영난에 허덕이는 주유소 업계의 목줄을 죄고 있다"고 주장했다. 협회는 "LPG 사용제한 완화·폐지는 LPG 업계에 대한 특혜이며, 영세 주유소업자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행위"라며 "중단 요구가 받아들여지 않을 경우 1만2000여개 주유소와 600여개 석유대리점들이 좌시하지 않고 대규모 항의 집회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주유소업계는 생존권을 위협받고 있다고 줄곧 호소하고 있다. 주유소협회에 따르면, 전국에서 영업 중인 주유소 수가 지난 2013년 1만3096곳에서 지난해 1만2396곳으로 5.3% 줄어들었다. 게다가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전체 주유소 휘발유 판매량은 58억6116만리터로 전년 동기 대비 1.23% 감소했다. 알뜰주유소와 함께 셀프주유소가 들어서면서 일반 주유소는 가격경쟁력에서도 밀리고 있는 처지다.
 
 
LPG업계의 생존권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7년 기준 휘발유·경유 차량은 4년 사이에 각각 12.4%, 29.5%  증가했으나, 같은 기간 LPG 차량은 11.9% 감소했다. 5년 이상된 중고차와 RV(레저용) 차량에 대한 LPG 사용 규제가 풀리긴 했으나 막상 해당되는 모델이 거의 없어 여전히 수송용 LPG 사용 감소세가 그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수년 동안 정유업계의 손을 들어준 산업부는 두 달여 전 급하게 입장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8월 규제혁신을 국정운영의 최우선 순위로 삼겠다고 발표한 게 계기가 됐다고 산업부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전했다. 정유업계 이해를 대변하던 산업부도 더 이상 LPG 사용 제한을 고집할 명분이 크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미세먼지 저감 효과가 있고, 사용량이 늘어도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할 것으로 용역보고서가 결론을 내면서 입장 선회를 할 수밖에 없게 됐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지난 정부의 산업부 고위 관료들은 대부분 전기차 보급을 강조하면서 LPG 차를 전기차 보급 확대의 '걸림돌'로 인식하기도 했지만, 현 정부가 들어서면서 기류가 바뀌었다는 평가다. 업계 고위 관계자는 "LPG 업계에 부정적이었던 정부 고위 관계자들이 교체되고, 미세먼지 저감에 대한 국민들의 요구가 커진 것이 맞물리면서 LPG 사용제한 완화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며 "2년 후에는 관련 규제가 전면 완화되는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유업계 관계자도 "정부는 그간 LPG 사용제한 완화에 부정적이었으나 최근 문 대통령이 투자 및 고용 활성화를 위한 규제완화를 언급한 뒤 분위기가 갑자기 달라진 걸 느꼈다"고 말했다. 지난 봄 미세먼지 이슈가 부각되면서 4월 총선에서 여야 모두 LPG 사용제한 완화 혹은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우는 등 정치권도 변화의 흐름을 탔다.
 
LPG 및 관련 업계는 올해 안에 규제가 한 단계 완화될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다. 환경부에 이어 산업부에서도 용역보고서를 통해 LPG 차량 확대에 따른 제세 감소 분보다 환경피해 비용의 절감이 크다고 보면서 정유 및 주유소 업계의 입지도 좁아졌다.
 
특히 기존에 5년 이상된 중고 LPG차를 일반인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규제를 3년으로 줄이는 것에 대해서는 LPG협회·LPG산업협회는 물론 기획재정부,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등에도 공감대가 형성됐다. 기재부는 1600cc 미만 차량도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국내에서 해당하는 차량은 '아반떼' 밖에 없어 1600cc까지 일반인의 사용을 완화해도 시장이 본격적으로 확대되기까지 수 년 간은 큰 변화가 없을 것이란 게 LPG업계의 견해다. 환경부와 공정거래위원회는 수년 전부터 '전면 완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조승희 기자 beyond@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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