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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깜이 예산' 창업자금, 폐업률·생존율도 몰라
5년간 4만여개 기업에 8조원 집행…통계 없어 정책평가 미흡
2018-10-18 14:49:03 2018-10-18 14:49:03
[뉴스토마토 최원석 기자] 정부가 지난 5년 동안 8조원 규모에 달하는 중소기업 창업기업지원자금을 집행하고도 정책평가 지표라고 할 수 있는 지원 기업에 대한 생존율과 폐업률조차 파악하고 있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중소벤처기업부와 중소기업진흥공단에 따르면 2017년 창업기업지원자금을 지원받은 중소기업은 1만3172개며, 지원 예산은 2조500억원에 달했다. 2013~2017년 동안 4만1930개 기업이 8조775억원을 지원받았다. 
 
창업기업지원자금은 우수한 기술력과 사업성은 있으나 자금력이 부족한 창업 초기 기업의 생산설비, 사업장 건축·매입자금 및 기업활동 자금을 지원(융자)하는 사업으로 1998년부터 시행됐다. 정부의 창업 활성화 정책으로 창업기업지원자금 예산과 건수는 매년 늘어나고 있다. 
 
중기부는 창업기업지원자금의 정책평가를 매출액 증가율로 진단하고 있다. 창업기업지원자금을 지원받은 기업의 매출액 증가율은 2013년 25.7%, 2014년 29.3%, 2015년 24.0%, 2016년 26.5%로 조사됐다(2017년 집계 중). 하지만 이 수치는 국세청 과세자료를 근거한 것으로 폐업 기업을 제외하고 집계된 것이다. 기업생멸에 대한 조사가 반영되지 않아 정책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셈이다.  
 
기업생멸 통계는 창업기업 현황을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로 여겨진다. 창업기업지원자금 정책을 진단하고 효율적으로 사업을 운영하는 자료로 볼 수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신생기업의 1년 생존율은 62.7%, 5년 생존율은 27.5%로 조사됐다. 
 
중기부 관계자는 "기업생멸은 국세청에서 보유하고 있는 정보로, 사업을 정상 영위하고 있는지 폐업을 했는지는 별도로 자료를 요청해서 받아야 한다"며 "국세청은 과세자료이기 때문에 제공이 어렵다고 해서 통계자료는 없는 상태다. 국세청으로부터 받은 기업의 비식별 매출자료와 고용 증가로 정책평가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창업기업지원자금은 기업생멸 통계가 부재한 반면 이와 유사한 재창업자금(융자)의 경우 생존율을 조사해 예산 집행과 사업 운영에 반영하고 있다. 해당 기업에 대한 모니터링을 통해 기업생태를 파악하는 식이다. 2015~2017년 재창업자금을 지원받은 기업의 생존율은 약 92%로 집계됐다. 사업 재기를 위해 재창업자금을 지원받은 기업의 70%는 재창업 1년 미만인 사실상 신생기업이다.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지난 5월 우수 창업팀의 투자 유치 등을 위한 '2018년 비욘드 팁스(Beyond TIPS)' 행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중기부
 
최원석 기자 soulch39@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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