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승희 기자] 국내 석유화학사들의 가장 큰 고객인 중국이 '석유화학의 쌀'로 불리는 에틸렌 등 석유화학제품 설비를 늘릴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건설에 상당한 기간이 소요되는 장치산업의 특성상 급격한 공급과잉의 가능성은 낮지만, 향후 5년 안에 국외기업과 합작으로 건설되는 생산설비들도 줄줄이 대기하고 있어 국내 기업들도 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21일 한국석유화학협회에 따르면, 현재 중국에서 외국기업이 추진 중인 에틸렌 생산 프로젝트는 크게 5건으로 압축된다. 아람코는 2023년까지 랴오닝성에 연산 100만톤의 에틸렌 생산설비 투자를 발표했으며, 바스프와 엑슨모빌은 각각 100만톤·120만톤의 에틸렌 생산을 광동성에 추진 중이다. 타이완쉬텅·사빅 물량까지 더하면 총 생산규모는 연간 400만~500만톤에 달한다. 이는 중국에서 추진 중인 전체 에틸렌 생산량의 3분의 1 규모다.
우리나라 정유·화학사들도 국내에서 480만톤 규모의 에틸렌 신·증설을 계획하고 있어 오는 2023년에는 생산량이 1380만톤에 이를 전망이다. GS칼텍스는 올 2월 에틸렌 70만톤 생산 투자계획을 밝혔고, 5월엔 롯데케미칼과 현대오일뱅크가 합작해 에틸렌 75만톤 생산설비를 짓겠다고 발표했다. 이어 7월 LG화학이 80만톤 증설을 알렸고, 8월에는 에쓰오일과 여천NCC가 각각 150만톤, 33만5000톤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SK종합화학은 이미 중국 국영기업 시노펙과 합작한 중한석화를 통해 중국에서 에틸렌을 생산 중이다. 이처럼 에틸렌 경쟁에 불이 붙은 것은 에틸렌과 그 유도품, 파라자일렌(PX) 등의 품목이 과거 수년간 공급부족이 이어지면서 높은 수익성을 냈기 때문이다.
중국의 에틸렌 자급률은 아직 50% 수준이다. 그러나 경제성장 둔화에 대응하기 위해 향후 석유화학 사업을 중심으로 경기부양 정책을 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철강·자동차 산업 등은 현재 공급과잉으로 대규모 설비투자가 어렵지만, 석화 부문은 여전히 수입 규모가 크기 때문.
중국은 지난달 엑슨모빌의 투자를 승인하는 등 미국 기업의 대중 투자를 일부 허용하면서 강경한 외교 모드와는 다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엑슨모빌은 지난해 단독투자를 추진했으나 외국기업과의 경쟁을 우려한 중국 국유기업의 반대로 추진이 지연된 바 있다. 김홍원 중국전문가포럼 전문연구원은 "중국 정부가 전향적인 태도로 전환한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며 "향후 중국의 대응 변화는 여전히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조승희 기자 beyond@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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