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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손담비, ‘배반의 장미’에서 제대로 놀아 본 소감
“저예산 코미디 장르, 소속사에서는 안 할 줄 알았다고”
“처음부터 배우가 꿈, 가수로 성공했던 시기 가장 불행”
2018-10-22 06:00:00 2018-10-22 06:00:00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배우 김인권과 정상훈은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저기서 손담비가 들어오는 데 죽을 생각이 날까요?”라며 파안대소했다. 사실 따지고 보니 그랬다. 한때 가요계의 섹시 아이콘으로 불리던 손담비다. 그 자체가 섹시의 이미지였다. 그를 논할 때 섹시함은 빼놓을 수 없는 필수요소였다. 하지만 의외로 손담비는 섹시와는 거리가 멀었다. 물론 그건 연예계에 발을 들이고 있는 손담비를 포장한 하나의 포장지에 불과하다. 또한 그는 차갑게 보인다. 섹시함으로만 비춰지는 자신의 모습에 조금은 아쉬움이 남는 그가 더욱 아쉬워하는 지점이다. 그 차가운 이미지 때문에 남자들도 쉽게 접근하지 못한다며 웃는다. 그래서 영화 배반의 장미이미지의 엉뚱한 모습이 어찌 보면 손담비의 진짜 속내인지도 모른다.
 
손담비. 사진/태원엔터테인먼트
 
 
영화 개봉을 며칠 앞두고 서울 광화문 한 카페에서 만난 손담비는 데뷔 이후 첫 번째 스크린 주연작에 대한 의욕이 남다르게 다가오고 있음을 전했다. 가수로 데뷔했지만 연기 경력도 만만치 않은 그다. 스크린 데뷔는 탐정: 리턴즈에서 말이 없는 조연 캐릭터로 경험을 했다. 하지만 이번 영화에선 극 전체를 이끌어 가는 당당한 한 축이다. 전작이 사실 특별출연에 가까운 존재감이었다면 이번에는 완벽한 주연이다.
 
사실 가수를 쉬는 동안에도 대본은 정말 많이 들어왔었어요. 하지만 거의 대부분이 드라마였어요. 드라마는 몇 편 경험을 했었는데 드라마가 싫은 게 아니라 여성 캐릭터를 좀 폭넓게 활용하는 작품이 저한테 온 작품 중에는 별로 없었어요. 그럴 때 이 영화 시나리오를 받았죠. 사실 소속사에선 제가 안 할 줄 알고 주신거에요(웃음). 저 예산이고 노출이 좀 있는 내용이고 또 코미디잖아요. ‘이거 안 할 거지?’라며 주셨어요. 그런데 너무 재미가 있어서 전 할 건데요?’라고 했죠. 놀라셨죠. 하하하.”
 
당연히 덥석 물었지만 걱정이 앞섰다. 첫 주연이다. 거기에 코미디다. 웬만한 연기파들도 겁을 낼 수 밖에 없는 코미디 장르다. 그럼에도 조금은 마음이 놓였단다. 우선 함께하는 배우가 코미디 장인 김인권 정상훈 그리고 박철민이다. 여기에 최근 핫 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김성철이다. 손담비는 자신만 잘하면 모든 게 거의 완벽하게 굴러갈 시스템이 갖춰져 있음을 알고 있었단다.
 
손담비. 사진/태원엔터테인먼트
 
 
당연히 부담이죠. 정말 부담이었어요. 그런데 한 편으론 큰 부담은 없었어요. 하하하. 우선 부담은 코미디 장르란 거였죠. 코미디 자체가 치고 빠지는 포인트를 잘 잡아야 하는데. 제가 연기 경력이 너무 없으니 그걸 잘 할까에 대한 고민이었죠. 다행히 김인권 정상훈 두 선배가 현장에서 정말 도움을 많이 주셨어요. 뭐 현장에선 두 분 외에도 다들 너무 배려해주셨죠(웃음). 완전 여왕 대접을 받았으니. 하하하.”
 
이미 알고 있었지만 이번 영화를 통해 코미디 연기의 어려움과 함께 코미디 연기에 일가견이 있는 선배 배우들의 존재감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됐다고. 워낙 짧은 촬영 회차와 공간 이동도 별로 없는 영화 구성 탓에 오롯이 배우들의 맛깔스런 연기에 영화는 의지를 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김인권 정상훈 김성철 박철민 등 코미디 장인들과 함께 한 손담비 역시 그들의 노하우와 순발력을 스펀지가 물을 흡수하듯 빨아 들이고 배웠다고.
 
하하하. 정말 장난 아니었어요. 그냥 노는 분위기였어요. 14회차 정도 만에 찍었는데. 워낙 순발력 들이 대단한 분들이라서 전 완전 묻어서 가는 분위기였죠(웃음). 중간중간 저도 나름 애드리브도 하고. 상훈 선배가 많이 도움을 주시고 아이디어도 제공해 주셨어요. 영화 속에서 제가 하는 욕은 거의 애드리브인데 다들 너무 그 욕만 부각 시켜주셔서 좀 쑥스럽긴 해요. 하하하. 김수미 선생님 작품 속 욕을 능가한다고(웃음). 참고로 저 평소에는 욕 한 마디 못해요(웃음).”
 
손담비. 사진/태원엔터테인먼트
 
 
단 두 편의 영화이지만 워낙 임팩트가 강한 스타일의 영화로 스크린 행보를 시작했다. 손담비란 브랜드가 갖고 있는 이미지와는 사실 거리가 너무 먼 캐릭터만 연이어 두 번째다. 데뷔작이나 다름 없는 탐정: 리턴즈에선 악역에 가까운 인물이다. 두 번째인 이번 배반의 장미에선 영화 전체가 코미디이지만 캐릭터상으론 팜므파탈에 가까운 분위기다. 그럼에도 웃음과 위트가 물씬 풍긴다. 다음 작품에 대한 이미지 선입견도 고려를 해야 하지만 손담비는 그런 것에 크게 개의치 않는단다.
 
아휴, 제가 뭐 대단한 연기자라고. 그런 걸 걱정하며 출연하거나 작품을 결정할 위치도 아니고. 그저 재미있고 제가 마음에 드는 작품을 만나면 다른 모습을 보여 드릴 수 있을 것이란 생각으로 연기 생활을 할 생각이에요. 가수 때의 섹시한 콘셉트 때문에 절 어려워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미추리란 예능 프로그램도 고정으로 출연하고 있어요. 그 프로그램에서 보이는 모습이 사실 저의 실제 모습과 가장 가까워요. 분명한 건 이제 저의 도도하고 차가운 이미지는 깨질 겁니다. 하하하.”
 
새로운 앨범도 준비 중이라는 손담비다. 또한 새로운 출연 작품도 고르고 있다고. 가수와 연기자를 병행하며 연예계 생활을 한지도 벌써 10년 째다. 사실 손담비는 데뷔 전부터 배우가 꿈이었단다. 연습생 생활을 하면서 얼떨결에 가수로 데뷔를 하게 됐고 대중들에게 손담비란 이름을 각인시켰을 뿐이다. 그래서 어쩌면 상업적으로 성공 가능성이 큰 대중적인 영화보단 첫 주연작으로 블랙 코미디의 색채가 강한 배반의 장미를 선택했는지도 모른다. 그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손담비. 사진/태원엔터테인먼트
 
 
가수로 데뷔 후 돌고 돌아서 연기를 하고 있죠. 글쎄요. 만약에 조금만 더 일찍 연기 생활을 했다면 어땠을까란 생각도 해보죠. 그럼 좀 더 잘 됐을까. 솔직히 미련이 있어요. 또 다른 생각은 좀 더 일찍 가수와 연기를 병행했으면 어땠을까란 생각도 해요. 뭐 어떤 이유에서든 가정이잖아요. 물론 지금 돌이켜 봐도 현실적으론 불가능했어요. 8년 동안 가수 생활을 하면서 잠도 제대로 못자고 생활했으니. 돌이켜 보면 그때가 저한테는 오히려 가장 힘들고 불행했던 순간이에요.”
 
이번 영화로 그는 가수로서 쌓아온 섹시 이미지를 벗어낼 기회가 되지 않을까 기대를 한단다. 지금까지 그 이미지를 벗기 위해 알게 모르게 정말 많은 노력을 해왔다. 아직도 손담비를 생각하면 섹시 가수란 이미지가 고정돼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다음 작품에선 장르를 가리지 않고 색다른 배역에 도전해 보고 싶단다. 멜로도 좋고 액션도 좋다고.
 
손담비. 사진/태원엔터테인먼트
 
 
멜로도 해보고 싶어요. 상대 배우 분도 나이대가 적어도 좋고 많아도 좋아요. 어떤 상황이던 제가 많이 배울 수 있을 거잖아요. 액션도 좋아요. 악역은 탐정: 리턴즈에서 해봤지만 좀 더 임팩트 있는 악역도 해보고 싶어요. 사이코패스 연기 같은 거 해보면 정말 잘 할 자신 있어요. 하하하. 며칠 전 스타 이즈 본을 봤는데. 너무 그 분위기가 좋더라고요. 그런 영화도 해보고 싶고. 너무 하고 싶은 것만 많은 것 같죠. 하하하.”
 
김재범 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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